[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이하 한화에어로)가 적극적으로 KAI(
한국항공우주(047810))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KAI 민영화론이 불붙고 있다. 다만, KAI의 특성상 향후 인수를 통해 얻을 재무적 실익에는 의문이 남는다. 후발주자로 통하는 우리 항공방산 특성상 KAI의 재무상황은 지상방산 업체 대비 정책 결과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정책 변화에 따라 예산과 개발 일정이 조정될 경우 기업 재무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이에 투자 회수 기간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정부 정책 집행 기능 수행에 따른 막대한 장기 운전자본 부담을 민간 기업에서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사진=KAI)
지분 확대에 인수설 커지지만…재무적 이익 '글쎄'
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최근 KAI 지분을 추가 매수하며 지분율을 11.21%까지 높였다. 한화에어로는 KAI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권 참여로 공식화한 상태다.
KAI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은 현재 KAI 지분 매각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한화에어로의 KAI 지분 매입이 향후 사업 협력 확대를 넘어 KAI 경영권 인수까지 염두에 둔 행보라 보고 있다.
한화에어로가 KAI를 인수할 경우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 밸류체인이 완성된다는 평가다. 이미 한화에어로는 그룹사와 함께 지난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재 한화오션)을 인수해 해양방산 부문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완제기, 헬기 및 위성 제작 역량을 갖춘 KAI를 인수한다면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는 셈이다.
현재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KAI 지분 가치는 4조원 내외로 추산되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할 경우 최대 6조원으로 거론된다. 다만, KAI 인수에 따른 재무적 실익이 충분한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책 의존도가 높은 탓에 인수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항공방산 분야는 정책 의존도가 높다. 항공방산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후발주자로 분류되고 있어 정책적 보호도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성숙한 기술 수준을 바탕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지상방산 분야와 사정이 다르다 볼 수 있다.
높은 정책 의존도는 사업 일정과 현금흐름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이에 정책 결정 결과에 따라 재무적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일례로 KF-21 예산삭감에 따른 재무부담 사례가 있다. KAI는 올해 들어 대규모 현금흐름 유출에도 불구하고 단기어음, 전환사채 등을 통해 막대한 운전자금을 마련한 바 있다. 당초 로드맵 대비 제작 예산이 삭감되자 KAI가 직접 조달에 나서 제작비를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KAI가 큰 주주 불만 없이 제작을 이어갈 수 있는 점은 정부가 최대주주로 있는 현 지배구조가 장기 국책사업 수행에 안정성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수익을 키우고, 주주가치 극대화가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 민간기업의 가치와 KAI의 준공기업적 성격 사이에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장기 프로젝트 다수…투자 회수 기간 길어
전투기, 헬기 등 완제기 플랫폼 개발 사업은 십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가 다수다. 국내에서는 KAI가 유일하게 플랫폼 개발을 수행하는 업체로 꼽힌다. KF-21 역시 지난 2015년 체계 개발에 착수해 10년이 지난 올해 들어 본격 양산이 시작됐다. 아울러 아직 수익 측면에서 국산화 진척도가 지상방산 대비 낮기에 수익성 확대에도 제약이 걸릴 수 있다.
지상방산과 달리 단기 수익성을 추구하기 어려운 구조다. 아울러 국가 차원에서 방위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을 포기하면서라도 전략적으로 필요한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재 KAI의 민영화 가능성을 두고 산업적 측면의 시너지가 충분하다는 평가와 별개로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재고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평가다. 특히 대규모 인수 자금에 더해 KAI의 장기 정책사업 수행 과정에서 소요되는 운전자금 및 투자 부담까지 고려하면, 상당 기간 재무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도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한화에어로의 경영권 참여를 두고 KAI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는 점 역시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KAI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KAI의 경영 독립성과 산업적 기반을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