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홈플러스가 다시 자금 공백에 직면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투입한 긴급 운영자금은 물론,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큐리어스파트너스(큐리어스PE)로부터 조달한 자금마저 한 달여 만에 바닥을 드러내면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으로 급한 불을 끄려던 계획도 실제 유입 현금이 1206억원에 그치면서 회생 절차 유지를 위한 대주주의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지난 3월 홈플러스에 지원한 1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DIP 대출)과 큐리어스PE를 통해 확보한 600억원 규모의 DIP 대출 자금이 전량 소진된 것으로 파악됐다. 큐리어스PE 자금은 소상공인 정산대금 등 긴급 운영자금 용도로 조달된 자금이다. 당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연대보증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체결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계약도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서 익스프레스 매각을 통해 3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NS쇼핑과의 본계약상 홈플러스 본체로 유입되는 현금은 1206억원에 그쳤다. 일부 채무 승계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당장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현금 규모는 기대치를 크게 밑돈다.
홈플러스 홈페이지 캡쳐 (사진=홈플러스)
37개 점포 문 닫고 임금도 차질…유동성 위기 현실화
자금난은 영업 현장에서 먼저 표면화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10일부터 오는 7월3일까지 전국 대형마트 37개 점포의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전체 104개 대형마트 가운데 수익 기여도가 낮은 점포를 멈추고, 제한된 상품 물량을 67개 핵심 점포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상품 부족에 따른 고객 이탈이 이어지면서 일부 점포 매출은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지급 차질도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이후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가운데 4월 급여도 전액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달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이 "월급을 포기해서라도 영업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고 공식 선언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조합원 1400여명의 임금 총액을 고려하면 적게는 28억원에서 많게는 84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미 쌓인 미지급금도 부담이다. 앞서 3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상거래대금 연체액은 약 3200억원, 상거래대금 외 연체액은 16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단순 연체성 채무만 4800억원 안팎에 달했던 셈이다. 최근 익스프레스 매각 계약 체결 시점을 전후해서도 미지급 상거래채권과 세금 체납액이 상당 규모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과 기존 DIP 자금만으로는 기존 연체와 향후 운영자금을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4000억 지원'에도 현금 출연 400억…MBK 책임론 재점화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의 책임론도 재차 부각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4000억원 규모의 지원에 나섰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해당 자금의 성격을 문제 삼고 있다. 알려진 지원 구조는 큐리어스PE로부터 조달한 600억원 규모의 1차 DIP 지급보증, 개인 재산 400억원 출연, 회생 신청 전 증권사 대출 2000억원 보증, 2차 DIP 1000억원 연대보증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실질적인 현금 출연은 400억원 수준이고, 나머지 3600억원은 보증이나 대출 구조라는 지적이다.
특히 DIP는 법원 허가를 거쳐 공익채권으로 인정될 경우 일반 회생채권보다 우선 변제되는 성격을 갖는다. 회생기업 입장에서는 긴급 운영자금 확보 수단이지만, 기존 채권자 입장에서는 잔여 회수 재원을 앞에서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의 지원이 에쿼티가 아니라 보증·대출·DIP 중심이라는 점에서 대주주가 손실을 선순위로 부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MBK파트너스가 선집행한 1000억원 DIP에는 회생 실패 시 권리 포기 조건이 붙었다. MBK파트너스는 해당 자금을 금융회사에서 빌려 홈플러스에 대여하고, 별도 담보를 설정하지 않으며, 회생에 실패할 경우 DIP 권리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법원과 정치권에 전달한 바 있다. 다만 홈플러스의 자금 부족 규모와 추가 운영자금 수요를 고려하면 기존 1000억원 선투입만으로는 회생 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결국 홈플러스 회생의 쟁점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나 메리츠금융그룹의 추가 지원 여부를 넘어 MBK파트너스가 어느 수준까지 후순위성 자금을 투입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메리츠는 최대 채권자일 뿐 신규 DIP를 제공할 법적 의무가 없다. 반면 MBK는 홈플러스 인수 이후 장기간 경영권을 행사해온 대주주다. 임금 미지급과 점포 영업중단까지 현실화된 만큼, 회생계획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회수 가능성이 있는 대출성 자금보다 자본성 지원 또는 후순위 손실분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에 활용한 3호 블라인드펀드의 수익률과 보수 논란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해당 펀드는 홈플러스 외에도 오렌지라이프, 두산공작기계, 대성산업가스,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 등에 투자했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와 네파 손실을 반영하더라도 펀드 전체 내부수익률(IRR)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운용보수 약 3630억원, 성과보수 약 7695억원 등 총 1조1325억원 수준의 보수를 확보했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김병주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홈플러스 투자와 관련해 직접 수취한 운용보수는 약 1억원에 불과하고 성과보수는 홈플러스 보통주 무상소각으로 제로 또는 마이너스라고 밝혔다. 다만 3호 블라인드펀드 전체의 성과보수와 운용보수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정된 수치가 공개되지 않아 위증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범여권 의원들은 2026년 2월 초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등 7명을 위증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상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이 기대보다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기존 연체와 향후 운영자금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현재 조달 구조가 부족해 보인다"라며 "MBK가 책임경영을 강조하려면 지원 규모가 아니라 자금의 성격을 바꿔야 한다. 보증이나 우선변제성 DIP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손실을 부담하는 자금이 들어와야 채권자와 임직원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