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VC의 역설)①신산업에 몰린 VC 머니…후속투자만 배불렸다
전체 벤처투자의 76%, 12대 신산업에 집중
AI·첨단제조 등 4개 분야 1조 안팎 자금 유입
500억 이상 대형딜 6건 모두 신산업서 발생
공개 2026-05-14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5월 11일 19:2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투자 자금이 신산업으로 빠르게 쏠리고 있다. 2025년 전체 벤처투자액 중 76.4%가 인공지능(AI)·바이오·방산 등 12대 신산업에 집중됐다. 500억원 이상 대형 투자도 모두 신산업에서 나왔다. 그러나 투자 확대가 곧 초기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개선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신산업 투자액 중 후속투자 비중은 90%에 달한 반면 신규 투자는 12% 수준에 그쳤고, 업력 3년 이내 기업 비중도 10곳 중 7곳이 채 되지 않는다. <IB토마토>는 신산업 투자와 후속투자 흐름, 정책자금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한계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국내 벤처투자 자금이 인공지능·바이오·방산 등 12대 신산업 분야로 쏠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신산업 벤처투자 규모가 5조원을 돌파하면서 자본시장에서 벤처캐피탈(VC) 영향력이 한층 커진 모습이다. 신산업 기업당 평균 투자액은 일반 분야를 크게 앞섰고 500억원 이상 베팅도 모두 신산업에서 나왔다. 신규투자보다 후속투자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신생 기술기업의 조달 환경은 오히려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한국벤처캐피탈협회)
 
12대 신산업에 벤처투자 80% 가까이 집중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대 신산업 분야에 집행된 벤처투자는 5조201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벤처투자 6조8111억원의 76.4%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 5년간 신산업 투자 비중이 80% 안팎을 유지해온 점을 고려하면 벤처투자의 무게중심이 신산업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 분야가 1조3400억원으로 신산업 자금의 19.6%를 흡수하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콘텐츠가 1조1900억원, 헬스케어가 1조1300억원, 첨단제조가 98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상위 4개 분야에만 4조6309억원이 유입되면서 신산업 투자 안에서도 특정 분야 쏠림이 두드러졌다.
 
기업당 평균 투자액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신산업 분야 기업당 평균 투자액은 33억9000만원으로 비신산업 분야 19억1000만원의 1.7배 수준이다. 한 번에 투입되는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신산업 기업의 성장 속도도 빨라지는 구조다.
 
벤처투자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정점을 찍은 뒤 위축된 측면이 있지만 신산업 투자 비중은 흔들리지 않았다. 글로벌 산업 패권 경쟁이 인공지능·반도체·바이오로 이동하면서 국내 자본 흐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결과로 풀이된다. VC가 단순 유동성 공급자를 넘어 신산업 자본시장의 핵심 자금 공급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나오는 배경이다.
 
100억 이상 빅딜 83%가 신산업···AI가 최다
 
대형 딜로 좁혀보면 신산업 투자 집중은 한층 짙어진다. 지난해 500억원 이상 단일 투자는 6건 발생했는데 6건 모두 신산업 기업에서 나왔다. 대형 자본일수록 신산업으로 흘러간다는 흐름이 자리 잡은 모양새다. 1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158개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31개사가 신산업 분야에 속했다. 비중은 82.9%로 대형딜의 8할 이상이 신산업에 집중된 셈이다. 분야별로는 AI가 35개사로 가장 많았고 헬스케어와 콘텐츠 분야가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사례로는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 생명신약 기업 알테오젠(196170) 등이 꼽힌다. 두 기업 모두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신산업 안에서도 AI 반도체와 바이오 분야의 자금 흡인력이 한 단계 두드러지면서 시장 주도권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후속 라운드 단가가 커질 수 있는 만큼 특정 기업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구조도 동시에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산업 안에서도 분야별 투자 규모 차이는 존재했다. 인공지능과 헬스케어가 각각 1조원대 자금을 흡수하는 사이 일부 분야는 1000억원 안팎에 그쳤다. 12대 신산업이라는 큰 틀 안에서도 다시 자금이 특정 키워드로 모이는 이중 집중 투자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VC가 신산업 투자 큰손으로 부상한 이면에 신생 기업과 비주류 분야의 자금조달 사다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벤처투자 업계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대형 벤처캐피탈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반도체·에너지 등 산업은 앞으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라며 "올해도 산업 동향을 고려해 다방면 산업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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