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수소환원·인도제철소까지 장주기 투자 확대순차입금 4년 새 3배 증가…현금 창출력보다 빠른 투자 속도비핵심 자산 매각 병행 등 2028년까지 2.8조 현금 확보 목표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포스코그룹이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해 매년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지만, 주요 계열사 수익성이 둔화된 가운데 투자 회수 시점까지 장기화되면서 그 사이 재무 부담 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본업인 철강 사업 부문의 현금 창출력이 과거 대비 약화된데다 2차전지 소재와 수소환원제철 등 대규모 장주기 프로젝트 비중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자금 회수 사이클 자체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포스코가 기존 철강 중심의 수익성 회복과 함께 대규모 미래 투자에 대한 성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본업 철강 수익성 악화…현금흐름 부담 본격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현재 수소환원제철과 2차전지 소재 밸류체인 구축 그리고 인도·북미 철강 생산기지 확대 등 올해만 11조원이 넘는 대규모 중장기 투자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홀딩스(
POSCO홀딩스(005490))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는 평가다.
문제는 투자 규모 확대에도 현금 회수 시기는 장기화되면서 재무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그룹이 추진 중인 주요 프로젝트 상당수는 투자 이후 실제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장주기 사업이다. 특히 최근 그룹 차원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단기 수익형보다는 구조 전환형 사업에 집중되면서 현금흐름 부담도 이전보다 커진 모습이다.
실제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005490)는 포항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에 85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8년 이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양 전기로 투자에도 6000억원이 들어간다. 인도에서는 현지 1위 철강회사 JSW스틸과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합작투자계약(JVA)을 맺고 연간 600만톤 규모 일관제철소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동시에 2차전지 소재 투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1·2단계 사업과 광양 수산화리튬 공장 그리고 캐나다 양극재 증설까지 동시에 진행 중이다. 포스코퓨처엠 북미 양극재 투자만 2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공격적인 투자가 무색하게 현금창출력은 과거 대비 둔화된 상태다. 포스코그룹의 연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21년 13조 1010억원에서 지난해 6조 4200억원 수준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투자 규모는 3조 9000억원에서 7조 2000억원에서 올해 11조 3000억원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룹 EBITDA 내 철강 부문 비중은 지난해 기준 67.7%에 달하고 있지만, 철강 사업 자체도 예전만큼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이 되지 못하는 점 역시 숙제다. 국내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 그리고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가 동시에 겹치며 철강 업황 회복 속도가 더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은 고부가 제품 중심 판매 전략과 원가 통제를 통해 일정 수준 수익성은 유지하면서 올해 수익성 회복을 목표로 하는 분위기다.
포스코그룹 측은 <IB토마토>에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해 그룹 EBITDA 기반으로 투자한다는 원칙 하에 투자 프로젝트별 우선순위를 설정해 투자 예산 범위 내에서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면서 "투자 재원은 EBITDA 등 자체 창출 현금을 우선 활용하고 저수익·비핵심 자산 구조개편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추가 활용하는 동시에, 부족한 부분은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외부 차입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순차입금 15조원 돌파…자산 매각에도 재무 통제 부담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격적인 투자 확대 뒤에 따른 외부 차입 부담도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그룹 합산 순차입금은 2021년 말 4조 4850억원에서 지난해 말 15조 1230억원으로 확대됐다.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수 역시 같은 기간 0.3배에서 2.4배로 상승했다. 해당 지표는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력과 비교해 순차입금 부담 수준을 나타낸다.
특히 그룹 내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된 이차전지 소재 사업이 좀처럼 수익성 회복 흐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포스코퓨처엠(003670) 에너지소재 부문은 지난 2023년 마이너스(-) 117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이후 3년 연속 영업 손실을 이어갔다. 리튬 가격 급락과 전기차(EV) 수요 둔화 영향이 겹친 탓이다.
이에 포스코그룹은 자산 구조조정을 통한 현금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누적 128건 구조조정을 통해 2조 8000억원 수준 현금 창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포항 시내 부지를 포함해 베트남 석탄발전소와 피앤오케미칼 지분 등을 매각하며 현재까지 총 73건 구조조정을 통해 2조원 가까운 현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단순 자산 매각만으로는 투자 부담을 쉽게 덜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포스코그룹 투자 계획만 11조 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등 대규모 투자 집행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표적으로 포스코홀딩스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과 장·단기 금융상품 규모는 3조원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 인도 JSW 투자만 하더라도 포스코가 단독으로 36억 4400만달러(약 5조 3600억원)를 투입해야 하는데, 이 가운데 자기자본 30%, 차입금 70% 구조로 자금이 조달될 예정이다. 결국 이미 높아진 순차입금 부담에도 향후 외부 자본 조달 의존도가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과거 포스코는 철강에서 벌어들인 현금으로 안정적인 투자 구조를 유지해왔지만 현재는 철강 현금흐름이 미래 사업 투자로 빠르게 흡수되는 구조"라며 "결국 향후 2~3년은 투자 성과가 실제 현금흐름으로 연결될 수 있느냐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 측은 <IB토마토>에 "포스코그룹은 신규 설비 가동과 구조개편 효과 등으로 올해 이익 규모 자체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차전지 소재 부진과 건설 부문 적자 영향이 이어지면서 에너지 사업을 제외한 비철강 부문의 수익성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포스코그룹 재무안정성 자체가 사업 안정성을 훼손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투자 규모 확대에도 자체 현금흐름 개선 속도가 제한적이고 유휴자산 매각만으로는 투자 부담을 모두 감내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확정된 투자 프로젝트들의 집행 속도와 투자 규모 그리고 실제 수익화 시점이 향후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그룹 측은 <IB토마토에> "향후 투자 집행은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교란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환율 불안정 등 대내외 환경 변화와 정책 변수 그리고 파트너사와의 협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