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보현 기자]
풀무원(017810) 전체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해외 사업의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은 떨어졌다.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매출액은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배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공장 간 내륙 운송비 부담이 커진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영향까지 겹치며 판매관리비와 물류비 전반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최근 원활하지 않은 현금흐름으로 신용등급 하향까지 이어져 재무체력에 부담도 더해졌다.
풀무원 풀러튼 공장(사진=풀무원)
해외 몸집 커졌지만 영업손실은 더 커져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의 지난해 연결기준 해외 부문 매출은 6669억원으로 전년(6352억원) 대비 5% 증가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이 전체 연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로, 풀무원 해외 사업은 이제 그룹 매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외형 성장에도 수익성은 급감했다. 지난해 해외 부문 영업손실은 163억원으로 전년(55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약 3배 커졌다. 해외 영업이익률 또한 2024년 마이너스(-)0.9%에서 지난해 -2.4%로 떨어졌다.
국가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 4660억원(약 70%), 중국 1109억원(16.6%), 일본 866억원(13%) 순이다. 일본은 외형마저 축소됐다. 일본 매출은 2024년 983억원에서 지난해 866억원으로 줄었다. 대두, 채종유, 에너지 단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지속됐고, 식품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 대표제품 '두부바' 성장세 둔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풀무원이 1991년부터 진출한 미국은 장기간 적자를 이어왔다. 짧은 유통기한에 따른 폐기비용 등이 주요인이다. 다만 2024년에는 해상운임 안정화와 미국 길로이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 등으로 적자 폭을 일부 줄였다. 지난해에는 공장 간 내륙 운송비 부담이 커진 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영향까지 겹치며 영업손실이 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법인은 판로 개척을 위한 판매비 및 물류비 부담 등이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회사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풀무원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외 사업은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매출 성장세가 이어졌으나, 매크로 변수 등으로 일부 국가에서 원가, 고정비 등의 부담으로 전체 해외부문 손익 개선이 제한됐다"며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2025년 상반기 원재료 및 수입 부자재 원가 상승 부담이 확대되며 비용 부담으로 외형 성장까지 제한할 정도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6년 미국 사업은 대형 B2B 채널 입점 효과와 주력 제품 성장에 힘입어 매출 성장 기조를 긍정적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매크로 변수에 따른 관세, 원재료비, 물류비 등 외부 비용 변수를 지속 관리하면서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해외 부진은 신용등급 하향에 영향…재무부담 '고개'
환율 영향 또한 실적 부담을 키웠다. 해외 사업장 재무제표를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외사업 환산손익'은 2024년 392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49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달러 강세 둔화와 엔화 약세 등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사업부문의 수익성 악화는 풀무원의 재무체력에도 타격을 줬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풀무원의 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을 하향조정(BBB+→BBB)했다. 해외사업부문의 만성 적자로 지난해 연결기준 2% 내외의 저조한 영업이익률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해외 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소비심리 둔화 속 미국 법인의 연속 증설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일본 법인 역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제품을 개선해도 신규 판로 확대가 더딘 모습이다. 수입백태(콩) 매입가 상승세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의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풀무원은 신종자본증권에 자금 조달을 의존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 연결기준 2020년말 신종자본증권 발행잔액은 2530억원에서 지난해말 3985억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최근 풀무원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금리변경 기일이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단축되는 등 만기가 짧아지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국내외 공장 신설과 HMR 설비 증설 등 투자 또한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 1637억원 중 유형·무형자산 취득에 1545억원(94.37%)이 투입됐다.
이주호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풀무원은 미국 Ayer 등 해외 공장 증설투자와 국내식품부문 생산·물류 자동화, 식품서비스유통부문의 급식·컨세션 사업 관련 투자소요가 지속되며 계열 전반의 확대된 재무부담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경감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풀무원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하반기부터 중국산 원재료 사용 최소화, 현지 생산 확대 등 대응 전략을 통해 관세 부담에 기민하게 대응해 수익 구조가 빠르게 정상화됐으며, 3분기와 4분기에는 영업이익 기준 흑자를 달성했다"며 "지난해 신규로 진행된 대형 B2B 채널 신규 입점이나, 아시안 밀키트 확대 등을 통해 매출 기반은 안정적으로 확대됐고 이는 올해도 동일할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경우 수익성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산 거점을 효율성 중심으로 통합 운영해 비용 구조의 최적화 작업 진행 중"이라며 "기존 주력제품인 두부바의 내실경영과 함께 기존에 없던 K-Foods 제품 출시를 통해 카테고리 확대를 통해 실적반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