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공매도 전격 금지 조치에…높아진 제도 개선 목소리
금융위·금감원 6일부터 공매도 금지 기습 발표
외국인 공매도 거래 금액 100조원 상회
공매도 전산화와 상환기간 설정 등 제도 개선 목소리 높아져
공개 2023-11-07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6일 18:3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지난 5일 금융당국은 내년 6월까지 공매도 거래를 금지한다는 시장조치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앞서 시장에선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한 공매도 증가로 개인투자자들의 성토가 이어져온 것이 상황이다. 다만 문제는 현재 금융당국이 제공하고 있는 공매도 정보는 매우 한정적이며 실제 거래 내용과는 다소 상이한 부문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관투자자들과 개인 간 공매도 거래에서의 불평등도 문제로 부각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요일에 기습 발표된 공매도 전격 금지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감위원장(왼쪽)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금지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국내 9개 회계법인 CEO들과 함께 진행한 간담회에서 전날 갑작스럽게 발표된 공매도 금지에 대해 "선진적 공매도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해외IB의 불법 공매도와 관련한 무차입 공매도 대상 종목이 확인된 것만 100여개가 넘는 상황으로 공매도를 통한 적정한 가격 형성이 이뤄졌는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라며 "현 시스템상 해외IB는 국내 증권사들을 창구로 이용해야 하는데 국내증권업계가 그 과정에서 적정한 역할을 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공매도 금지는 금융위원회가 할 수 있는 조치"라며 "공매도 금지를 통해 불공정 거래로 이익을 보려는 세력 또한 엄정 대처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기간 동안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이 종합적으로 될 예정이다. 다만 정부가 지정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 등의 공매도는 계속 허용된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는 지난 2008년, 2011년, 2020년 세차례 있었고, 이번이 네번째다. 현행 공매도 제도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편입 종목에 한해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BNP파리바와 HSBC가 지난 2021년부터 작년까지 9개월 동안 560억원대 규모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일삼은 것이 금융당국에 적발되면서 시장에 파장을 불러왔다.
 
늘어난 공매도 잔고에 이어진 개인투자자들의 성토  
 
공매도를 둘러싼 개인투자자들의 성토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실제 최근 공매도 지표를 살펴보면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한 공매도 액수는 두드러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1일 기준 공매도 잔고가 가장 많은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으로 공매도 잔고 금액은 1조3196억원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포스코퓨처엠(003670)이 6952억원으로 2위, POSCO홀딩스(005490)가 6101억원으로 뒤를 따라 공매도 잔액 기준 상위권을 모두 2차전지 주가 차지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에코프로(086520)의 경우도 연초 540억원 수준이었던 공매도 잔고액이 지난 5월 처음으로 1조원을 상회한데 이어 지난 7월 중순엔 공매도 잔고가 1조3753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렇듯 공매도의 잔액은 늘었지만 정확히 누가 공매도를 얼마만큼 했는지는 통계로 작성되지 않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액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11월2일까지 외국인의 공매도 누적 거래액은 107조6300억원으로 코스피시장의 외국인 누적 거래액은 74조1720억원, 코스닥시장은 33조4584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기관과 개인의 국내 증시 공매도 누적 거래액도 각각 48조2260억원, 2조6676억원이었다.
 
건수별 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공시에선 전체 6만1253건 가운데 외국인이 98.5%를 차지했고, 이 중 가장 많은 공시를 한 곳은 '메릴린치 인터내셔날'로 1만8257건으로 집계됐다. 뒤를 이어 모간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가 1만5535건으로 2위,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이 1만76건, 바클레이즈 캐피탈이 8136건으로 뒤를 따랐다. 국내 금융사 중에서는 메리츠증권이 303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9%에 그쳤다.
 
공매도 전산화와 상환기간 설정
 
이복현 금감원장의 지적대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매도 거래에서 누가 얼마만큼 공매도를 진행했는 지는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공매도 거래내용은 한국거래소가 부분적으로 제공한 공매도 내역과는 다소 앞뒤가 맞지 않았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의원이 한국거래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국내 금융기관이 진행한 공매도 내역에선 신한투자증권이 공매도 거래대금은 5조6712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23개사 중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국내 증권사들의 전체 거래대금은 총 42조9854억원으로 이 가운데 13.19%가 신한투자증권을 통해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같은 기간 공매도 대량보유자 명단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다만 창구 역할에 그친 것으로 주로 위탁매매를 통한 공매도가 이뤄진 탓이다. 즉 누가 공매도를 진행했는지, 각 종목별 공매도 주체의 공매 잔고는 어떻게 되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시장에선 금융당국의 이번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가장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사항으로 공매도 전산화를 뽑았다. 실제 종목별 금융사의 공매도 진행 현황과 담보금액이 전산화되어 시장에 공개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개인과 외국인 및 기관의 담보비율 통일과 현재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공매도 상환기간 설정 등이 제도 개선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공매도 담보비율은 개인 120%, 기관·외국인 105%다. 상환기간의 경우 개인은 90일인 데 반해 기관·외국인은 제약이 없다. 개인 역시 대주 물량이 모두 소진되지 않았다면 사실상 무기한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의 이번 시장조치에 대해 개인투자자 보호와 국민 재산 보호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며 "공매도 정보 전산화를 비롯한 투명한 정보 공개 시스템과 기관과 외국인, 개인이 동등한 조건에서 거래할 수 있는 시장 조건이 정착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