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4주년 기획: 디지털화로 간다)③은행부터 보험사까지 '디지털 전환' 몰두
금융권 디지털전환 가속도…시중은행부터 인터넷은행까지 전략 다양화
상대적으로 더딘 보험업계, 고도화된 디지털전환 모델은 약 5년 이후
새로운 시장 형성으로 리스크도 나타나…정보 신뢰성·안정성 제고 필요
공개 2023-07-19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7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고도화는 세계 경제 흐름을 뒤흔드는 경영 전략 키워드가 되면서 기업들은 디지털 선구자 자리를 위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부터 스타트업 깊은 곳까지 파고든 디지털은 비용 절감 및 가치 제고를 위해 활용되는 등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IB토마토>는 창간4주년을 맞아 경제 위기 속 디지털 고도화의 물결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현주소와 전략을 담아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금융·산업을 아우르는 디지털화의 활용과 문제점 등 현안을 5회에 걸쳐 톺아본다. (편집자 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금융과 디지털 결합이 더욱 강화되면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가 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속도는 금융 업권마다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새로운 시장 진출과 경영 효율성 제고, 소비자 맞춤형 상품 제공, 금융 접근성 확대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새롭게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한 관리 필요성도 커졌다.
 
은행권 디지털 전환 가속화…'모바일' 우선 전략에 '챗GPT' 각광
 
국내 은행권은 비전통적 플레이어인 빅테크 기업과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 이후 더욱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 만족을 향상한다는 차원에서 은행업 성장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주요 시중은행부터 지방은행까지 대다수 은행들이 지난 몇 년간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렸다. 내부적인 개발뿐만 아니라 빅테크와 핀테크 등 경쟁 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최근에는 기업대출과 같이 전통적 은행이 강점을 보이는 영역에서도 경쟁이 심화되면서 디지털 전환 유인이 커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 디지털 전환의 트렌드는 △모바일 우선 전략 △고객 경험 개선 △인공지능(AI)·머신러닝·오픈뱅킹 활용 등으로 분석된다. 특히 모바일 부문은 사용자와 거래 증가에 따라 최적화된 서비스·상품 개발 전략이 더욱 강조된다. 기존의 다수 앱 운영에서 하나의 앱으로 통합해 고객 접촉 마찰을 최소화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은행권에서 AI 기술은 가상 비서 챗봇이나 자금세탁방지, 사내감사 등 주로 내부적인 업무에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떠오른 챗GPT 등 생성형 AI는 지금보다 강력하고 다재다능한 기술로 다양한 금융 업무와 앱 등에 널리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규격화된 업무의 자동화로 비용을 절감하고 △이상거래 탐지나 실시간 데이터 분석으로 금융 기능을 고도화할 수 있으며 △단순했던 챗봇의 업그레이드로 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등 금융산업 디지털 역량 전반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정보의 신뢰성 문제가 있고, 업무의 최종적인 책임은 인간 몫인 만큼 임직원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부터 인터넷은행까지 각양각색 전략으로 경쟁력 제고
 
국내 시중은행은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강조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혁신적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채널 전략과 콘텐츠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비대면 채널은 개방형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통해 대표 모바일 플랫폼 혁신을 추진 중이다.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해 ‘고객 여정 데이터’로 맞춤 서비스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메가 에코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초연결사회가 형성되는 만큼 다양한 업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옴니채널전략부 신설, 디지털금융센터 확대, BaaS(Banking as a Service) 사업부 신설, 마이데이터 서비스 등을 추진했다.
 
하나은행은 금융과 디지털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한 ‘DT University’ 출범으로 디지털 금융 그룹 및 고객 중심의 데이터 기반 정보 금융사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우리은행은 기업 디지털 공급망 플랫폼 구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 역시 디지털 전환은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특히 시중은행 대비 영업망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디지털 채널 전략과 역량 강화가 요구된다. 모바일 플랫폼은 물론 미래형 영업점과 디지털 브랜치(Digital Branch) 등이 주요하게 언급된다.
 
카카오뱅크(323410)와 토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도 IT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과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100% 모바일 기반의 혁신적인 사용자경험(UX)을 강조, 앱 기반의 모바일 완결형 뱅킹서비스 구현을 목표로 한다.
 
아직은 더딘 보험업권…고도화된 사업모형 전환은 '5년 후'
 
국내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반 하락하는 장기적 추세가 나타나는 만큼 디지털 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사업모형의 경직성 탓에 활용도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생명보험은 상품 구조가 손해보험보다 복잡하고 대면채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영업 측면에서 디지털을 접목하기 쉽지 않다.
 
보험연구원 CEO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단위 정보화와 사업 프로세스 재설계 단계로 분석된다. 그동안 모바일과 로봇 자동화 프로세스(RPA), 사이버보안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다가 코로나 이후에는 AI와 클라우드 활용을 늘렸다. 사물인터넷(IoT)이나 블록체인, 증강현실과 같은 기술은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보험업계 디지털전환 현황 (사진=보험연구원)
 
소비자 만족도나 신상품과 서비스 개발 부문에서는 기여도가 있지만 이익이나 매출 확대,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 측면에서는 영향력이 미미한 상태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전환이 전보다 속도를 냈지만 다수 보험사가 디지털 사업모형 전환을 향후 5년 이후로 목표 삼았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소비자·디지털연구실 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이 시장 확장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려면 정보 탐색과 해석 능력을 강화하고, 장기적 경영전략과 디지털 전략 일관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라며 "금융당국도 업무 범위나 자회사 규제 개선, 샌드백스 활성화, 외부·내부 데이터 결합 지원 등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디지털 전환 속 금융산업 환경 변화…새로운 리스크 생성
 
디지털 전환으로 금융과 비금융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발생하게 될 다양한 리스크 요인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금융사와 빅테크 협업이 늘어나면서 비금융사 플랫폼이 주요 판매 채널 중 하나로 떠올랐는데, 이 경우 리스크 전이 양상이 이전보다 복잡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판매 비중이 확대될수록 빅테크 기업의 운영 리스크가 금융사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와 머신러닝 등 디지털 금융을 활용한 사이버 보안 강화도 주요 과제로 언급된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디지털 뱅킹 리포트(Digital Banking Report)의 지난해 조사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 리더들은 향후 3~5년간 디지털 전환의 최우선 과제로 사이버 보안을 꼽았다.
 
디지털 방식의 금융거래가 확대되면서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고객 데이터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은행의 주요 경쟁력 중 하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사 역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고급 보안 개발과 투자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금융 환경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금융혁신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IB토마토>에 "금융권 내에서도 각사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주어진 강점과 약점을 살피고 한정된 자본에 따라 효과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라면서 "비전을 확실히 세우고 가능한 일을 나눠 우선순위에 따라 중요한 일 먼저 추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일 큰 리스크는 정보의 안정성 문제로, 현재 당국에서 금융보안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경영진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바꾸고 있다"라며 "사고가 발생하면 규제 정비 문제가 언급될 수 있고, 브랜드 이미지도 실추될 수 있기 때문에 보안 부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투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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