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신용손실 최대 20배…공사미수금 중심 손실 반영힐스테이트 더 운정·환호근린공원 공사비 일부 유동화고양 지산 NHD홀딩스 특관 채권서도 대손충당금 설정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현대건설(000720)의 대손상각비가 눈에 띄게 불어나며 공사비 회수 흐름에도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기대신용손실(ECL) 전입액이 최대 20배 이상 증가해 공사 진행 단계에서 회수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과 '환호근린공원' 등 주요 현장에서 공사비를 외부로 넘겼다 다시 사들이는 구조를 취하고 있고, 특수관계자인 NHD홀딩스 관련 채권에서 대손이 발생하는 등 현금 흐름의 '질적 하락'이 뚜렷하다. 이는 현대건설이 공사비를 온전히 회수하기까지 이전보다 훨씬 높은 비용과 시간을 치러야 함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 (사진=현대건설)
완공 후가 더 문제…공사비 회수 구간 '경고등'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대손상각비는 2024년 말 119억원에서 지난해 말 2113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공사미수금과 미수금에서 기대신용손실(ECL) 전입액이 크게 늘었다. ECL 전입액은 해당 연도에 새로 인식해 쌓아 올린 예상 대손 비용으로, 재무상태표에서는 손실충당금(대손충당금)으로 누적된다. ECL은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을 계산한 금액이고, 대손충당금은 그 금액을 재무제표에 적립해 둔 '누적 대비금'에 해당한다.
공사미수금 관련 전입액은 2024년 149억원에서 지난해 말 2168억원으로 약 14.6배 늘었다. 같은 기간 미수금은 38억원에서 759억원으로 20배 가량 급증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부터 공사비를 다 못 받을 수 있다고 보고 대손을 설정한 만큼, 프로젝트의 공사비 회수 가능성을 예전보다 보수적으로 본다는 얘기다.
국내 주요 현장에서 공사가 마무리된 이후 공사비 회수 구간에서 부담이 커지는 흐름도 감지된다. 현대건설 사업보고서에 나온 '직전 회계연도 매출액의 5 퍼센트 이상인 경우의 계약별 정보'에 따르면 '힐스테이트 더 운정'과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모두 진행률이 100%에 도달한 상태에서 수취채권이 크게 늘어났다.
파주의 주상복합 단지인 '힐스테이트 더 운정' 현장은 지난해 9월 공사가 100% 마무리됐으나 약 1764억원 규모의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완공됐지만 잔금 정산이 지연되며 수취채권이 누적됐다. 대금이 장기간 묶여 있다는 점에서 사업장의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경기도 안산의 대형 생활숙박시설인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현장 역시 계약상 공사 기한이 지난해 4월에 종료됐지만, 2961억원의 공사미수금이 회수되지 못했다. 경북 포항의 민간공원 특례사업인 '힐스테이트 환호공원' 현장 또한 지난해 10월 공사 기한을 넘겼지만 1394억원의 미수금이 남아있다.
일부는 유동화로 넘겼지만, 내부 거래까지 회수 리스크 번져
일부 사업장에서는 유동화 등 금융 구조를 통해 부담을 분산하는 모습까지 나타난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 더 운정'과 '환호근린공원 공동주택' 사업에서 공사미수금 일부를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기고, 이를 다시 사들일 수 있는 재매입 약정을 설정했다. 운정 사업장은 약 1500억원 규모의 공사미수금 가운데 1058억원, 환호근린공원은 3300억원 중 912억원이 해당 구조로 관리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재무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자산 가치가 하락하거나 회수가 지연될 경우 다시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잠재 리스크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이 공사미수금을 SPC에 넘겼다고 해서 해당 채권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매입 약정은 말 그대로 일정 조건이 발생하면 현대건설이 넘긴 채권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방식이다. 당장은 미수금을 외부로 이전해 현금흐름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사업장에서 분양대금이나 잔금 회수가 늦어져 채권 가치가 떨어지면 현대건설이 이를 공정가치로 다시 떠안을 여지가 생긴다. 회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문제가 없지만, 회수 지연이 장기화되면 유동화로 넘긴 채권이 재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 리스크로 본다.
특수관계자와의 내부 거래 또한 자금 회수의 균열이 뚜렷해졌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특수관계자인 NHD홀딩스 관련 채권에 대해 715억원의 대손상각비를 인식했다. 관련 대손충당금 잔액은 2024년 258억원 수준에서 972억원으로 1년 새 4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정 관계사 채권에 손실 처리가 집중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부 사업장의 공사비 미수금 문제뿐만 아니라, 그룹 및 프로젝트 연계 법인 등 '내부 식구'를 대상으로 한 자금 회수마저 불확실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NHD홀딩스는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 연대보증을 제공한 고양 지식산업센터 등 일부 개발사업의 시행사로 알려져 있다. 이들 사업의 사업성 저하로 브릿지론 대위변제가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이 NHD홀딩스 채권에 대해 대손을 인식한 것 역시 유사한 리스크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당 손실은 이미 과거 회계에 반영된 사안"이라며 "올해 1분기 이후 추가 반영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시상 충당금이 빠르게 확대된 점을 고려하면, 관련 사업 리스크가 재무제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흐름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손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과 관련해서는 "올해 1분기 반영된 대손상각비는 대부분 현대엔지니어링의 복합상업시설 현장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상가나 비아파트 사업장을 중심으로 대손 반영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손실이 단순 일회성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공사미수금과 미수금에서 기대신용손실이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특정 사업장 영향 외에도 공사비 회수 전반에 대한 보수적인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