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해외수주 진단)②삼성물산·E&A, '탑티어'에도 충당금 0원
'탑티어 수주'보다 중요한 건 충당금…아직은 정상채권
중동·신흥국 미수금 잔액 누적에도 손실 인식 최소화
수주 속도보다 회수 가시성…선별 수주로 체질 전환
공개 2026-01-21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1월 19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미분양 장기화와 주택 경기 둔화로 국내 사업 여건이 악화되자 주요 건설사들은 해외 프로젝트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해외수주 실적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다만 과거 중동 중심 해외사업에서 대금 정산 지연과 장기 미수금 누적으로 재무 부담을 겪었던 만큼, 최근에는 외형 확대보다 회수 가능성과 현금창출력을 우선하는 '선별 수주'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해외수주 회복 국면에서 과거의 리스크 경험이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과 계약 구조, 재무 판단 기준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펴보고, 이러한 기조가 지속 가능한지 진단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삼성물산(000830)삼성E&A(028050)(삼성이앤에이)는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면서도 아직 '충당금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미수금과 미청구공사 규모는 작지 않지만, 손상차손이나 손실충당금 인식은 최소 수준에 그친다. 과거 해외사업 손실을 겪은 이후, 원전·친환경·에너지 EPC(설계·조달·시공 일괄 수행) 등 통제 가능한 영역만 남긴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수주 '탑티어'라는 사실보다, 그 수주가 아직 재무 리스크로 전환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UAE 부르즈 할리파 (사진=삼성물산)
 
중동·오세아니아 중심 에너지 EPC…검증된 시장에 집중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삼성물산의 '직전 회계연도 매출액의 5% 이상' 공사들에는 해외 대형 장기 프로젝트에서 미청구공사·공사미수금이 계속 쌓이지만 충당금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보고서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153억원)과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탱크(2020억원), 미국 테일러 FAB(1588억원) 등 주요 현장에서 미청구공사(계약자산)가 상당 규모로 남아 있다. 또 사우디 리야드 메트로 289억원, 알제리 Mostaghanem 148억원,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 879억원 등 공사미수금(매출채권)도 잔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이들 계약자산과 매출채권에 대해 손상액이 전부 '0'으로 처리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회계적으로 발주처 신용도와 계약 구조를 근거로 회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로서는 해외·국내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대형 프로젝트를 정상채권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손실 인식은 최소화된 상태다.
 
매출 비율을 보면 삼성물산은 전체 매출의 68%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으며, 해외 매출의 중심은 에너지·환경(35.91%)과 첨단산업(13.76%)이다. 지난해에는 국내 건설사 가운데 해외수주 실적 1위를 기록하는 등 해외사업에서 '탑티어'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1월 동안 약 62억9400만 달러(약 9조 2500억원)의 해외 수주를 기록하며,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한 공기업을 제외하면 민간 건설사 중 1위에 올랐다. 해외 비중이 높은 구조임에도, 미청구공사와 공사미수금에 대한 손상·손실 인식은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이는 과거 대형 해외 프로젝트에서 손실을 경험한 이후, 발주처 신용도와 계약 구조, 공정 관리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리스크 관리 기준을 정교하게 구축한 결과로 해석된다. 단순한 수주 확대가 아니라, 손실 가능성을 통제 가능한 범위로 관리하는 전략이 현재의 해외사업에 반영돼 있다는 평가다. 
 
실제 2010년대 중반 삼성물산은 호주 로이힐(Roy Hill) 철광석 프로젝트에서 약 8000억~86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경험한 바 있다. 자원 가격 변동과 초기 투자 부담이 확대되며 수익성이 급격히 훼손됐고, 일부 중동·해외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서도 장기 공기와 원가 상승이 겹치며 손실이 발생했다. 이후 삼성물산은 자원·개발형처럼 시장 변수에 성패가 좌우되는 사업 비중을 줄이고, 국영·공공 발주를 중심으로 EPC 단독 수행이나 공정·원가·계약 관리가 가능한 프로젝트 위주로 해외 전략을 전환했다. 현재의 선별 수주 기조는 단순한 보수적 대응이 아니라, 과거 손실을 통해 축적된 리스크 관리 경험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삼성물산의 최근 2년간 해외 수주는 중동과 오세아니아에 집중돼 있는데 대형 에너지·전력 인프라 프로젝트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이 뚜렷한 모습이다. 카타르 태양광·CCUS(탄소포집·활용·저장), UAE 발전소, 호주 HVDC(초고압 직류송전) 송전망과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국영·공공 발주 비중이 높은 사업이 주를 이루며, 외형 확대보다 회수 안정성과 공정 관리 가능성을 우선한 포트폴리오가 형성됐다. 지역별로는 중동 약 65%, 오세아니아 약 35% 수준으로 분산됐고, 재생에너지·전력 인프라를 축으로 한 고부가 EPC 위주 전략이 이어지고 있다. 또 중동의 경우 새롭게 확장한 시장이라기보다, 이미 검증된 기존 주력 시장에서 기존 방식대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삼성물산은 중동 등 기존 해외 주력 시장에서 발전·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연계 수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공항, 데이터센터 등 기술 역량 차별화가 가능한 특화 상품을 지속 발굴하는 한편, 괌·호주 지역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동유럽에서는 원전 등 차세대 전력 인프라를 중심으로 수주 성과 가시화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과 관련해서는 "청정에너지 개발과 함께 석유·가스 등 전통 에너지 사업이 병행되는 가운데, 공항·고속철 등 교통 인프라 확충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어, 삼성물산은 해당 시장에서 기존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주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E&A, 수주 순위 미끄러져도 '수익성 중심'
 
삼성E&A가 공시한 ‘계약금액이 직전 회계연도 매출액의 5% 이상인 경우의 계약별 정보’를 보면 해외 플랜트 사업장을 중심으로 미청구공사와 수취채권이 상당 규모로 누적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헝가리 W-SCOPE 분리막 공장 프로젝트에서는 단기미청구공사만 약 228억원이 남아 있으며, 사우디 프로판 탈수·올레핀(APOC PDH·UTOS) 전환 프로젝트 약 61억원의 미청구공사가 인식돼 있다.
 
다만 이들 계약자산과 매출채권에 대해 설정된 손실충당금은 대부분 '0'이거나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이는 삼성E&A가 발주처 신용도와 계약 구조 등을 근거로 해외 대형 프로젝트 전반의 회수 가능성을 높게 판단한다는 의미다. 현재 기준에서는 중동과 신흥국을 포함한 주요 해외 사업 대부분을 정상채권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손실 인식은 최소화된 상태라는 설명이다.
 
삼성E&A는 2024년 사상 최대 수주 실적을 기록한 이후, 2025년에는 수주 흐름이 다소 완만해졌으며 지난해 연말 기준 해외 수주액은 약 4~5조원으로 연간 목표치(11조 5000억원)의 40~50%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수주 속도 조정 국면에서도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를 잇달아 확보하며, 과거 시행착오를 거쳐 정교화된 수주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2년간 삼성E&A의 해외 수주 성과를 보면 중동과 북미를 축으로 한 대형 플랜트·에너지 프로젝트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이 뚜렷하다. 2024년 사우디 파딜리 가스 증설(Fadhili Gas Increment Program) 패키지 수주를 기점으로 수주 흐름을 회복한 데 이어, 2025년에는 UAE 타지즈 메탄올 프로젝트(약 2조 5000억원), 미국 Wabash 저탄소 암모니아 프로젝트, 말레이시아 바이오정유(Biorefinery), 카타르 라스라판 석유화학 저장설비 등 굵직한 해외 EPC를 연이어 확보했다. 전통적인 정유·가스 플랜트뿐 아니라 저탄소 암모니아, 바이오연료 등 에너지 전환 영역으로 수주 스펙트럼을 넓히면서도, 국영 석유사(ADNOC·Aramco)와 검증된 발주처 중심으로 계약 구조를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삼성E&A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충당금은 미미한 수준이며 미청구공사는 공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매출채권으로 전환돼 해소되는 구조로, 재무 관리에 유의미한 부담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수익성 중심의 수주와 안정적인 프로젝트 수행 흐름 이어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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