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 국면에 취약한 TRF, 헤지 목적과 엇박자급락했던 환율, 보름 만에 다시 전고점 눈앞TRF 재무 영향은 제한적…대미 투자로 환노출 흡수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화오션(042660)의 TRF(조기상환선물환) 환매도 계약이 환변동성 최소화를 통한 수익 안정성 확보라는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율 수준과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된 현 경제 환경을 고려할 때 TRF와 같은 구조화 파생상품은 환변동성에 따른 손실 규모를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선 산업은 선박 인도 스케줄에 따라 외화 유입 시점을 비교적 예측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단순 선물환 매도 계약 등 손익 경로가 직관적인 헤지 수단이 환위험 관리 측면에서 더 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단순 선물환 매도 계약이 이미 높은 비중으로 병행되고 있고, 영업이익이 매년 증가하는 데다 대미 투자 확대 등 성장 요인을 감안하면 TRF 계약이 회사 재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사진=한화)
우상향·변동성 커진 환율…TRF가 헤지 효과 희석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해 9월부터 TRF 통화옵션 계약을 체결해 환헤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계약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매주 200만달러씩, 총 1억400만달러 규모의 환매도 거래를 진행 중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TRF는 선물환 계약에 옵션 구조가 결합된 형태의 구조화 파생상품이다. 약정 환율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환매도가 가능해 환율 하락이나 단기적인 환율 변동을 예상하는 경우 활용된다.
TRF의 가장 큰 특징은 이익 구조에 상한이 설정돼 있다는 점이다. 회차별 환매도에서 발생한 이익이 계약상 정해진 목표 이익(타깃)에 누적 도달하면 계약이 조기 종료된다. 유리한 환율 구간에서는 환차익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그 이익은 일정 수준에서 제한된다. 반면 환율이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에는 계약이 종료되지 않고 이어지면서 손실이 누적될 수 있어 손익 구조가 비대칭적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화해 보면, 약정 환율을 1400원으로 설정한 TRF 계약에서 환율이 1300원 수준에서 환매도가 이뤄질 경우 회차별 환차익이 발생하고, 이익이 계약상 정해진 목표 수준에 누적되면 계약은 조기 종료된다. 반대로 환율이 1500원으로 상승한 상태에서 환매도가 이뤄질 경우에는 손실이 발생하고, 계약은 종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주기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익은 제한되는 반면 손실은 누적될 수 있는 구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환율은 우상향하며 변동성 커졌다. TRF 계약은 이러한 상황에서 손실이 예상 밖으로 커질 수 있다. 환율 불확실성에 구조화 파생상품의 비선형 손익 구조가 더해질 경우 환헤지의 핵심 목적인 예측 가능성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1427.6원을 약정 환율로 TRF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후 환율이 1430원 아래로 내려오지 않으면서 계약 구조상 유리한 구간에 진입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최근 미 재무부의 발언 등 대외 변수로 환율이 하루 만에 1% 이상 변동하는 등 방향성 예측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환매도 시점에 따라 TRF 계약 손익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이 때문에 TRF를 순수한 환헤지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헤지의 목적은 환손익을 최소화해 이익 변동성을 줄이는 데 있는데, 손익 구조 자체가 비선형적인 상품을 활용할 경우 오히려 이익 전망이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매출원가 관리나 차입 구조 설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조선업의 자금 흐름은 비교적 직관적이다. 복잡한 파생상품에 기반한 헤지의 효용성이 낮다. 선박 인도 스케줄이 예정돼 있고, 대금 수취 방식으로 헤비테일(공정 말미에 자금 다수를 받는 결제 구조)이 일반적이라 선박 인도가 몰린 시점에 환율을 고정하는 선물환 매도 계약이 가장 예측 가능성이 높은 헤지 수단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TRF 계약을 헤지가 아닌 스팟거래(현물환)로 보고, 위험회피 회계로 처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만, 한화오션은 공시를 통해 환변동 리스크 관리를 통해 통화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고 있어 경제적 헤지 효과를 의도하고 TRF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년 높은 이익 성장이 방어막
최근 환율 시장에는 정책적·비정책적 요인이 혼재하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을 고려하면 한화오션의 TRF 계약 역시 리스크 측면에서 적절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TRF 계약이 실제 회사 재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매년 외화 유입이 확대되고 있어 예측 범위 밖의 환차손이 발생해도 이를 흡수할 수 있어서다. 한화오션은 향후 3년치 일감을 쌓아두고 매년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수주 계약 체결 당시보다 인도 시점의 환율이 더 높기 때문에 환차손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것이다. 마스가(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등으로 미 함정 유지보수 매출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한화오션의 헤지 등 공정가치위험회피 계약 규모는 8억6466만달러(원화 1조 649억원)로 측정됐다. TRF 계약의 총 예상규모(1억 400만달러)는 총 선물환 매도 계약의 12%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는 이번 1월까지 만기로 구성된 13건의 단순 선물환 매도 계약이다. 해당 선물환 매도 계약 중 일부가 대우조선해양 시절 체결된 계약임을 고려하면 만기 도달 후 추후 새로운 선물환 매도 전략이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한화오션의 수익성 흐름 역시 헤지 전략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부분의 선물환 매도 계약이 만기를 맞는 1월 이후 환헤지 포트폴리오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마스가(미국 조선소 재건) 프로젝트 및 LNG선 수주 등은 환매도 필요성을 높이는 효과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측은 <IB토마토>에 “과거 선박 건조 계약 체결 시 적용된 환율보다 현재 환율이 더 높은 상황이라 선박 인도에 따른 내추럴 헤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TRF 계약 등으로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지만 위험 회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