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인 '스테이블코인'의 법제화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결제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신용카드 중심으로 굳어져 있던 전통 결제 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예고된 것이다. 결제 체계를 구성하는 신용카드사부터 각종 중간사업자까지 역할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IB토마토>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두고 결제 시장이 어떻게 달라질지 전망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결제 시장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는 부가가치통신망(VAN)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활성화될 경우 새로운 시스템 속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불분명해서다. 특히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담당하던 VAN사는 위기감이 더 크다.
오프라인 ‘VAN’ 온라인 ‘PG’ 결제 중개
전통적인 결제 체계는 여러 단계의 중개 과정을 거친다. 오프라인의 경우 VAN사가 카드사와 가맹점(상점) 중간에 위치한다. 상점에서 입력한 고객 결제 데이터를 카드사에 보내주는 역할이다. 8개 카드사에서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결제 내역을 가맹점이 따로 챙겨야 할 수고를 덜어준다.
오프라인 중간사업자가 VAN사라면 온라인은 PG사다. PG사는 VAN사와 달리 결제 대행뿐만 아니라 정산 대행 역할까지 맡는다. PG사는 신용카드 결제와 함께 계좌이체, 모바일 통신사 결제, 간편 결제 등도 다룬다.
수익 구조인 수수료는 VAN사의 경우 카드사로부터 받는다. 카드사가 VAN사를 중간사업자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매출 정산을 대행하는 PG사는 가맹점으로부터 결제 수수료를 받아가고, 카드사에는 이용료를 따로 지급한다.
(사진=연합뉴스)
스테이블코인, 결제 과정서 ‘중개’ 대폭 줄여
원화 스테이블코인 체계서는 결제 과정이 훨씬 간소화된다. 코인을 담는 디지털 지갑과 거래소, 블록체인 네트워크 정도가 요구된다. 기술 이론적으로는 중간사업자의 별다른 개입이 필요치 않다. 네트워크상 지급과 결제가 승인되는 즉시 자금이 거래 상대방에게 이전된다.
결제 과정에서 중간사업자가 끼면 필수적으로 수수료가 발생하게 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중개 구조를 단순화한 만큼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수수료가 발생하더라도 기존 체계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산 기간도 크게 단축될 수 있다. 현재는 결제 후 가맹점에 정산되기까지 영업일 기준 최소 1일~3일 정도가 소요된다. 정산 기준에 따라 실제 대금을 수령하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반으로 즉각적인 정산이 가능하다.
해외 결제에서의 유용성 역시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특히 미국 달러를 송금할 수 있는 최저비용 수단으로 꼽힌다. 국제 송금이나 결제에는 기본수수료와 은행 중개수수료, 환율 스프레드 등이 적용된다. 수수료가 그만큼 높게 적용된다.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낮은 수수료로 동일 금액 수준의 결제 또는 송금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간사업자 무용론 vs 역할 지속론
중간사업자에 대한 역할론은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VAN사는 오프라인을 담당하는 만큼 향후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대중화될 경우 입지가 대폭 좁아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PG사 역시 스테이블코인 체계서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신용카드학회회장)는 <IB토마토>에 “결제 시장에서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면 기존 결제 시스템이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라면서 “VAN사와 PG사는 수익에 악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굳이 필요하느냐 이런 문제도 따르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PG사 일부는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곳도 있다”라며 “기존의 중개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스템 아래 파트너십을 늘리는 등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IB토마토>에 “특히 VAN사 같은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카드사 전산망에 들어올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PG 업계서는 카드사처럼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출원을 다수 추진하면서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일각에선 PG사 역할을 부각하기도 하는데, PG사가 디지털 결제 과정에서 다양한 시스템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간편결제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어서다.
PG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스테이블코인도 결제처가 있어야 할 텐데, PG사는 가맹점에 결제 플랫폼과 수단을 제공하면서 네트워크를 확보해두고 있다”라면서 “가맹점 기반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결제와 유통을 검토하다가 현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라며 “내부 간편결제 서비스와 협의체를 만들어 국내외 시장의 법과 규제를 파악하고, 제휴나 이런 방안도 열어놓고 있다”라고 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