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흑자 전환 '반짝'…IRA 종료 후 다시 '적자' 우려
IRA 보조금 의존 구조…배터리 사업 적자 불가피
북미 외 지역서 효율화·고객사 확보 관건
공개 2025-08-1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12일 18:3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K온이 올해 2분기 깜짝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본업인 배터리 사업 수익성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다음달 말 IRA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되면 실적이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SK온)
 
석유·저장회사 합병 덕에 흑자…배터리 사업은 여전히 적자?
 
12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올 2분기 60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지난 4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유류·화물 저장시설 사업을 담당하는 SK엔텀을 합병한 효과가 컸다. 두 회사가 합산 127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SK온은 배터리 사업에서 6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최종적으로 609억원의 흑자를 낼 수 있었다.
 
배터리 부문은 여전히 적자지만 상황은 일부 개선되고 있다. 2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1년 전 대비 85.6% 줄었다. 북미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고정비 부담이 완화됐고, 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2734억원을 수령한 것이 실적 방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장에서 총 12개 라인을 가동 중이며, 이 가운데 9개는 현대차(005380), 2개는 폭스바겐, 1개는 포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2분기에는 고객사인 현대차 전기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SK온의 공장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IRA 혜택이 곧 종료된다는 점이다. IRA는 애초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32년까지 유지할 계획이었지만, 바이든 임기 후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이를 9월30일까지만 시행하고 종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내달 말부터 전기차·배터리 세액공제를 중단하면, SK온의 배터리 부문 수익성은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보조금이 사라질 경우, 북미 공장에서의 AMPC 수입이 전무해지고 배터리 제조 단가가 상승해 적자 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보조금 혜택이 사라지면 전기차 판매가격이 인상되면서 소비자 수요가 자체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IRA 종료 임박…수익성 타격 불가피
 
투자업계 안팎에서는 SK온의 2분기 흑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IRA 종료 이후의 실적 변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배터리 사업의 이익에서 큰 부분을 보조금이 채우고 있는 만큼, 내달 말 이후 북미 사업 구조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SK온이 북미 외 지역 생산 효율화와 신규 고객사 확대를 통해 보조금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적자 전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온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국 시장 불확실성이 커 향후 실적 추이 등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외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 생산 라인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운영 개선 활동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구조를 개선해 수익성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은 SK온의 재무 부담 완화를 위해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섰다. 지난달 말 SK이노베이션은 2조7000억원, SK온 2조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3000억원 등 총 5조원 규모의 자금을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 등으로 확보했다. SK온과 SKIET의 2조3000억원 규모 자금에 대해서는 SK이노베이션이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통해 사실상 지급 보증에 나섰다.
 
이번 자금은 재무적 투자자(FI)의 전환우선주 지분 매입에 쓰인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FI 지분 3조6000억원, SK엔무브 FI 지분 1조원가량을 매입해 IPO(기업공개) 압박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연내 3조원 규모의 추가 자본 조달과 1조5000억원 가량의 비핵심 자산 매각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재무 구조 개선과 함께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계열사 임원 업무용 차량을 전량 국산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했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포함한 전 임원이 현대차 ‘아이오닉9’ 또는 ‘eG80’으로 차량을 교체한다. SK온이 직접 배터리를 공급하는 모델이어서, 자사 제품 사용 확대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의지를 동시에 드러냈다는 평가다.
 
국내 전기차 보급률은 여전히 낮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등록 차량 84만6000대 중 전기차는 9만4000대로 전체 신규 등록 차량의 11%에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은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비중이 52%에 달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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