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 나선 은행권, 올해 실적 영향은
주요 판매 은행 전부 금감원 배상안 수용
국민은행 배상액 최대, SC제일은행 비중 커
공개 2024-04-05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3일 16:2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4대 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올해 실적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비이자수익의 축소가 사실상 불가피한데다 여신건전성에 대한 대손충당금과 상생 금융 비용, 배상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가장 큰 규모로 판매했던 KB국민은행의 경우 리딩뱅크 경쟁에서 멀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5대 은행 본점. (사진=각 사)
 
은행권, 금감원 조정안 수용…자율배상 추진
 
은행권은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키로 결정했다. 홍콩H지수 ELS 투자자에 대해 자율배상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22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5대 은행 모두 당국의 가이드 라인에 따르기로 했으며, SC제일은행도 조정안을 수용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달 29일 은행권 최초로 배상금 지급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달 11일 금융당국은 조정안을 통해 판매자별 요인과 투자자별 요인을 가산해 산출되는 배상비율조정 조건을 세부적으로 제시했다. 다만 세부 조건 적용 범위가 최소 0%부터 최대 전액 배상까지 넓어 조정대상 투자자와 적용 배상 비율 산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배상 대상이 되는 판매 상품은 지난 2021년 1분기 발행된 홍콩H지수 ELS다. ELS는 통상적으로 3년 만기로 발행되는데, 지난 2021년 상반기 발행량이 가장 많았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홍콩H지수 ELS의 만기도래액은 8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초잔액인 15조4000억원의 절반 이상인 56%를 차지한다. 올해 3분기에는 2조8000억원, 4분기에는 1조7000억원 규모의 ELS 만기가 도래한다.
 
이처럼 지난 2021년 홍콩H지수 ELS 발행이 폭증한 이유는 그해 2월 H지수가 최고점인 1만2228원을 찍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H지수가 하락했고, 올해 1월 5194원까지 하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2일 기준 홍콩H지수는 지난 1월 대비 오른 5960.72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나 여전히 2021년 수준으로는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6개 은행 총 예상배상액 1조9500억원…실적 악화 불가피
 
이번 자율배상에 따라 은행권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신용평가가 H지수 하락률인 48%와 시장 예상 배상 비율인 40%를 단순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각 은행의 상반기 홍콩H지수 ELS 추정 예상 배상액은 ▲국민은행 8520억원 ▲신한은행 2460억원 ▲농협은행 2220억원 ▲하나은행 2200억원 ▲SC제일은행 1290억원 ▲우리은행 4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각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국민은행 1조8585억원 ▲신한은행 1조6805억원 ▲농협은행 1조2469억원 ▲하나은행 1조8390억원 ▲SC제일은행 2092억원 ▲우리은행 1조47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대비 예상 배상액의 비중은 국민은행이 45.8%, 신한은행이 14.6%, 농협은행 17.8%, 하나은행 12% SC제일은행 61.7% 우리은행 0.3%로 SC제일은행, 국민은행의 비중이 가장 컸으며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이 뒤를 이었다.
 
만약 2분기 이후로도 H지수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3분기에도 손실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올해 6개 은행의 총 예상배상액은 1조9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이 중 국민은행 연간 예상 배상액은 9900억원으로 지난해 순익 대비 33% 수준에 이른다. 금액 자체는 국민은행이 가장 크지만 비율은 SC제일은행이 순이익의 44%로 가장 높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인 3조2615억원에서 예상 배상금액인 9990억원을 지출한다고 가정하면 2조2625억원으로 연간 당기순익은 감소한다. 2019년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인 2조4282억원, 5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권이 지난해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낼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신탁보수관련 수수료수익은 2511억원으로 전년 2142억원에 비해 증가해 비이자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4대 은행만 하더라도 신한은행이 신탁보수수수료로 지난해 1805억원, 하나은행 2093억원, 우리은행은 1551억원을 벌어들였다.
 
은행권은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해왔으나 사실상 ELS를 중심으로 판매해왔기 때문에 신탁 수수료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진행된다면 대출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배상 규모가 큰 은행의 경우 올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리딩뱅크 경쟁에서도 밀려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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