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리 상승과 규제 강화로 차입 여건이 악화되면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기존 바이아웃 중심 전략만으로는 기대 수익률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고 있다. 이에 PEF들은 소수지분 투자와 메자닌 등으로 투자 방식을 넓히며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IB토마토>는 이 같은 변화가 일시적 대응에 그칠지, 아니면 사모펀드 산업의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질지 짚어보고, 투자 방식 변화가 수익률과 리스크, 인수·합병(M&A)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PEF의 주요 수익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저금리 환경에서 인수금융을 활용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기업가치 제고와 재매각을 통해 내부수익률(IRR)을 끌어올리던 차입매수(LBO) 모델이 고금리와 규제 강화라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차입을 많이 일으킬수록 자기자본 투입 부담을 낮추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차입 비용 자체가 투자 수익률을 갉아먹는 변수로 바뀌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PEF 투자 전략이 차입 중심의 바이아웃에서 운영 개선과 리스크 분산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일부 리파이낸싱 수요가 살아나긴 했지만, 준거금리 변동성이 여전한 데다 감독당국의 레버리지 관리 강화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과거처럼 공격적인 차입을 활용한 수익률 제고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진=구글 생성 이미지)
준거금리 반등에 인수금융 시장 조달 부담도 커져
최근 인수금융 시장의 조달 환경은 준거금리 흐름만 놓고 봐도 변동성이 커졌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인수금융 인출 금리는 통상 준거금리인 은행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에 차주의 신용위험과 거래 구조를 반영한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더해 산정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은행채 5년물 금리는 2.8%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면서 기존 고금리 인수금융을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리파이낸싱 수요가 살아나기도 했다. SK쉴더스 2조9200억원, 쌍용씨앤이 1조5700억원 등 조 단위 차환 거래가 이어지면서 인수금융 시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은행채 5년 물 금리가 다시 빠르게 오르면서 인수금융 시장의 조달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기준 은행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는 지난 2월27일 3.572%에서 3월27일 4.119%로 한 달 새 0.547%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달 기준으로도 해당 금리는 4%대 초반을 유지 중이다.
이는 올해 초 전망한 금리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앞서 자본시장연구원은 <2026년 거시경제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중립금리 수준인 2.5%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국내 장기금리는 3%대가 지속되고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후 미국과 이란 간의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정부보증채 등 대규모 채권 공급 물량이 쏟아진 점도 준거금리를 밀어 올리는 데 가속도를 붙였다. 투자자들이 국가가 원리금을 보증하는 초우량 채권으로 대거 쏠리자 시중은행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채 금리를 연 4%대로 올릴 수밖에 없게 됐고, 이로 인해 인수금융 조달 금리도 덩달아 상승한 것이다.
준거금리 자체가 상승하면 PEF가 기대할 수 있는 레버리지 효과는 낮아질 수밖에 없고, 매도자와 매수자인 PEF의 가격 눈높이 차이도 그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매도자 입장에선 과거 저금리 시기의 밸류에이션을 기대하는 반면, PEF는 높아진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PEF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차입을 확대해 IRR를 끌어올리기보다, 인수가격을 낮추거나 자기자본 투입 비중을 높이고, 인수 이후 운영 개선을 통해 수익률을 방어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LP·당국 시선도 부담…PE 시장 성숙기 접어들며 운용 방식 재편
규제 환경 변화도 차입매수(LBO) 전략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LBO는 PEF의 일반적인 투자 방식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최근에는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이후 불거진 사태로 인해 피인수 기업의 재무 부담, 자산 매각, 고용 안정성 논란과 맞물리며 정치·사회적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LBO 구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주요 출자자(LP)와 감독당국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관전용 사모펀드 제도 개선방안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이다. 금융위는 위탁운용사(GP)가 운용 중인 모든 PEF의 자산·부채, 유동성, 투자대상기업, 레버리지, 수익률 등을 일괄 보고하도록 하고, PEF가 투자·인수한 기업의 주요 경영정보도 보고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PEF 입장에서는 바이아웃을 위한 인수금융 활용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선 LBO 위축이 단순한 금리 사이클 문제나 감독당국의 규제 강화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의 문제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국내 PE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PEF의 경쟁력은 레버리지 규모보다 운영 개선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016360) 리서치센터는 올해 발간한 <성숙기에 진입하는 PE 시장> 보고서에서 이 같은 점을 짚었다. 투자한 기업의 운영 가치 개선이 핵심적인 수익 창출 방식이 되고 있는 대신, 멀티플 및 레버리지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시장 환경에 덜 민감한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대체투자팀장·수석연구위원은 "PE 시장은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과거처럼 기업을 싸게 사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킨 뒤, 멀티플을 확장해 엑시트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있다"며 "장기간 PE는 금리에 민감한 사이클 산업이었으나 이제는 구조적 운용 경쟁력을 요구하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