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한앤컴퍼니가 루트로닉과 사이노슈어를 통합하며 글로벌 미용의료기기 플랫폼 구축에 나섰지만, 핵심 공략지로 꼽혔던 북미 시장은 답보상태다. 이 과정에서 루트로닉 지난해 실적은 외형과 수익성 모두 개선됐지만, 해당 지역 매출은 오히려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노슈어 인수 주요 명분 중 하나가 북미 영업망 확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앤코의 밸류업 전략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앤코 인수 이후 루트로닉의 연결 기준 실적은 개선되는 흐름이다. 2025년 매출은 3184억원으로 전년 2880억원 대비 10.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339억원에서 586억원으로 72.6%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42억원에서 167억원으로 확대됐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4년 11.8%에서 2025년 18.4%로 상승했다.
지난해 6월 서울 중구 포시즌스 서울 호텔에서 열린 '세르프' 출시 1주년 기념 행사 (사진=사이노슈어 루트로닉)
판관비 아낀 덕에 수익성 개선…구조조정 '효과'
수익성은 지난해 외형 성장과 함께 판관비 절감 효과가 반영되면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루트로닉의 2025년 매출원가는 1506억원으로 전년 1103억원보다 36.5% 증가했다. 이에 따라 매출총이익은 1777억원에서 1677억원으로 줄었고, 매출총이익률도 61.7%에서 52.7%로 낮아졌다. 반면 판매비와관리비는 1438억원에서 1092억원으로 24.0%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원가율 악화에도 판관비 축소가 영업이익 개선을 이끈 셈이다.
이는 사이노슈어 인수 이후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급여 등 인건비성 비용은 2024년 515억원에서 2025년 307억원으로 줄었고, 광고선전비는 124억원에서 86억원, 출장비는 81억원에서 48억원으로 감소했다. 지급수수료 역시 전년 대비 줄어든 반면, 경상연구개발비는 107억원에서 136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영업·관리 비용은 줄이고, 연구개발 투자는 유지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앤코는 2024년 4월 미국 미용의료기기 업체 사이노슈어를 3500억원에 인수한 뒤 양사 통합 작업에 들어갔다. 통합 법인은 사이노슈어-루트로닉을 모회사로 두고 에너지 기반 미용의료기기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영업망을 결합하는 구조다. 당시 회사 측은 양사 결합을 통해 제품군 확대와 연구개발 역량 강화, 글로벌 상업 네트워크 확장을 주요 시너지로 제시했다.
미국 시장 공략 위한 시너지 의문…매출 약 40% 감소
지역별 매출을 뜯어보면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시너지에는 아직까지 물음표가 남는다. 루트로닉의 2025년 해당 지역 매출은 812억원으로 전년 1329억원 대비 38.9%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매출은 473억원에서 830억원으로, 아시아는 427억원에서 630억원으로, 유럽은 494억원에서 655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매출은 늘었지만, 성장의 중심은 북미가 아니라 국내·아시아·유럽에 있었던 셈이다.
미국 판매법인 실적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루트로닉의 미국 판매법인인 '루트로닉 에스테틱스, INC'의 2025년 매출은 311억원으로 전년 1013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 다만 순손익은 2024년 53억원 적자에서 2025년 29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이는 루트로닉 제품이 예전처럼 미국 판매법인을 통해 직접 매출로 잡히기보다, 사이노슈어 통합 조직을 거쳐 판매되는 구조로 바뀌면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루트로닉은 사이노슈어에 제품을 공급하고, 사이노슈어가 북미 영업망을 활용해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루트로닉의 사이노슈어에 대한 매출거래는 2025년 1024억원으로 전년 534억원에서 두 배로 늘었다.
루트로닉은 북미 영업망 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투입도 단행했다. 지난해 루트로닉은 사이노슈어에 대한 단기대여금 413억원이 새롭게 발생했다. 이는 루트로닉 제품의 판매 축이 기존 미국 판매법인 중심에서 사이노슈어 통합 조직 중심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통합 조직의 운전자금을 루트로닉이 일부 부담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올해부터 루트로닉은 본격적으로 주요 제품인 모로폴라 고주파(RF) 의료기기 '세르프(XERF)'를 중심으로 북미 지역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세르프는 사이노슈어 루트로닉이 합병 이후 출시한 첫 제품으로, 지난해 8월 미국 FDA 허가를 받았다.
사이노슈어 루트로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세르프는 세계 최대 의료기기 시장인 미국에서 FDA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이후 최근에도 호주,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에서도 허가를 받아 총 13개국에서 판매하며 글로벌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며 "북미 지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고주파 의료기기 분야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