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1조원에서 10분의 1 가격으로 헐값 매각37개 점포 운영 잠정 중단에 납품 부족까지 부담메리츠, 부동산 담보로 보유…유동성 확보 불가능
하림이 엔에스쇼핑을 앞세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에 나섰다. 그러나 한때 1조원 안팎으로 거론되던 매각가격이 1200억원대로 낮아지면서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가결에 필요한 운영자금과 잔존 사업부문 정상화 재원을 모두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홈플러스는 37개 점포 운영 중단이라는 강수를 두는 한편, 추가 유동성 확보를 병행하며 회생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납품 정상화, 임금 지급, 영업 회복, 고용 안정 등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정치권에서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유암코(UAMCO·연합자산관리)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IB토마토>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이후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과 유암코 개입 시 예상되는 변화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엔에스쇼핑(NS홈쇼핑)에 1200억원대에 팔렸다. 2년 전 8000억원에서 1조원 수준으로 추정됐던 매각가는 기업회생 신청 등을 거치면서 절반도 안 되는 헐값이다. 잘나가던 익스프레스까지 매각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나섰지만 홈플러스가 정상화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엔에스쇼핑, 부채까지 인수하며 유통채널 다각화
13일 업계에 따르면 엔에스쇼핑은 지난 11일 결국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품에 안았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점포 운영과 소매 유통 영업 일체를 1206억원에 인수하면서 유통 채널 다변화를 통한 시장 경쟁력 강화와 신규 고객층 확보 동력을 마련했다.
TV를 보는 시청자수가 감소하면서 그동안 엔에스쇼핑의 성장은 정체됐었다. 지난해에도 엔에스쇼핑 매출액은 전년(6100억원) 대비 소폭 성장한 6121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500억원대를 기록했다. 금융 수익이 늘어나면서 2024년 440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525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수익성은 강화되는 모습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출액이 약 1조원(9889억원)에 이르는 만큼 이번 인수로 엔에스쇼핑의 매출액은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엔에스쇼핑 측은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유통 채널 다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수도권에 밀집된 익스프레스의 점포망을 바탕으로 물류 경쟁력과 퀵커머스 강화 효과, 신선식품 중심 상품 경쟁력 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TV홈쇼핑, T커머스, 온라인·모바일몰 등 기존 채널에 제품을 판매하던 중소 식품 협력사에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판로 확대 기회를 제공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기존 입점 협력사에도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통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등 상호 시너지 창출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순이익은 양수가액인 1206억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도 단기금융상품(820억원)을 포함해 1371억원에 불과해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상당 부분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에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부채비율 급등 또한 우려된다. 지난해 말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보유한 부채 총계는 1705억원이다. 지난해 말 엔에스쇼핑의 부채 1380억원와 단순 합산하면 부채는 3085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 총계는 3682억원에서 인수가액(1206억원)을 제외한 규모인 2476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부채비율은 지난해 59.95%에서 인수 후에는 134.01%로 2배 이상 급증한다.
엔에스쇼핑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모회사인 하림지주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자금 조달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가양점에 고별전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박예진 기자)
기업회생 절차 밟으며 '헐값' 매각…재무부담 여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각가격이 당초 시장의 기대치보다 훨씬 낮아진 탓에 홈플러스의 재무부담 경감과 정상화는 여전히 쉽지 않다. 현재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보유한 선순위 담보 대출 규모는 약 1조 3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양수가액이 10%도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익스프레스를 1조원에 매각하더라도 규모로만 보면 메리츠의 선순위 채권액조차 전액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특히 메리츠는 홈플러스 전국 60여개 주요 점포 부지와 건물에 대해 1순위 수익권을 확보하고 있어 점포 등 부동산 자산 매각도 홈플러스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메리츠가 대출금 약 1조 2000억원의 4배에 달하는 4조원 상당의 홈플러스 부동산(68개 점포)을 담보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 매각만으로는 회생절차 가결에 필요한 운영자금과 잔존사업부문 정상화 재원을 모두 충당하기 어려운 만큼, 점포 운영 효율화와 추가 유동성 확보를 병행해 회생 정상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계획과 달리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는 37개 점포의 영업을 약 두 달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 주요 거래처들이 납품조건을 강화하면서 전 매장에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상품이 납품되지 못하면서다. 상품 부족으로 인해 고객들이 매장에 발길을 끊으면서 매출도 전년 대비 50% 넘게 감소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제한된 양의 상품을 67개 매장에 집중 공급해 주요 매장의 매출 하락과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선택"이라면서 "최대채권자인 메리츠에 매각대금 유입 전까지 향후 두 달 동안 필요한 단기자금 대출인 브릿지론과 회생 완료 시까지 영업을 유지하기 위한 DIP 대출 지원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도 메리츠 측에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