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매물 쌓인 보험업계, 2023년 큰 장 서나
IFRS17 적용으로 자본적정성 회복 기회…가치평가 제고 가능성
공개 2023-01-02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8일 10:5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답보상태였던 국내 보험사 인수·합병(M&A)이 내년도 전환기를 맞이하며 속도를 낼 전망이다.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적용으로 보험사에 대한 가치평가 제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그간 IFRS17에 대한 불안정한 예측성이 걸림돌로 작용했지만 부채 시가평가와 금리상승 효과가 맞물려 자본적정성 개선 전망이 우세하다. 보험사들이 포트폴리오 개편으로 수익성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보험업계에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 효과로 보험사에 대한 가치평가 회복 기회가 마련된다. 현행 체계서는 자산만 시가 평가했기 때문에 금리상승으로 인한 채권평가손실이 자기자본(순자산)의 대폭 하락으로 이어졌지만 IFRS17에서는 부채도 시가 평가하는 만큼 자기자본 상태가 개선된다.
 
자산과 부채 평가에서 불균형했던 부분이 구조적으로 해결되면서 자본적정성 산정이 보험사의 실질적 가치를 온전히 반영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재 시점이 금리상승으로 부채가 감소하는 흐름이기 때문에 신제도 도입에 대한 부담이 기존과 달리 상당 부분 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수익성 변화 측면에서는 보장성보험을 강화한 보험사의 시장 지위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KDB생명,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각 사)
 
M&A 시장에서 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에 이러한 양상은 긍정적인 신호로 감지된다. 재무제표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는 만큼 가치 제고를 위한 기회로 만들 수 있어서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현행 RBC비율과 달리 K-ICS 비율이 크게 오를 것이란 추정을 내놓기도 했는데 기존 체계에서와 달리 시장에서 가치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긴 셈이다.
 
현재 보험사 M&A 매물로는 매각 작업을 빠르게 진행 중인 MG손해보험을 제외하고 KDB생명과 롯데손해보험(000400)이 주요하게 꼽힌다. 특히 KDB생명은 그간 수차례 매각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번에 새로 취임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매각 재추진 의사를 강력히 피력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KDB생명은 올해 수익성과 자본적정성이 개선되고 있어 고무적인 모습이다. 순이익은 3분기 기준 1140억원으로 환율 상승 효과에 따른 외환파생평가이익 초과 발생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했다. 지급여력(RBC) 비율도 171.1%로 올라섰다. 보험영업에서는 IFRS17에 대비해 보장성보험을 강화하면서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외 변액보험과 제3보험 확장으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손해보험 업계서는 롯데손해보험이 주요한 매물 중 하나로 꼽힌다. 롯데손보는 PEF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인수한 지 4~5년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이 도래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모펀드 엑시트는 개별 회사 여건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인수 후 3~4년이 적기로 알려졌다.
 
롯데손보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펼치면서 2019년(-828억원), 2020년(-645억원) 적자에서 벗어나 2021년 1672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보험영업 포트폴리오 역시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극대화하면서 IFRS17에서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이어갔다.
 
특히 롯데손보는 선제적으로 평가한 IFRS17 성적표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에 따르면 부채 감소 효과로 자본총계는 2조4000억원으로 나타난다. 현행 체계에서 측정되는 6098억원보다 4배가량 많은 셈이다. 또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은 1조6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내년 보장성보험 성장으로 CSM 2조원을 확보해 1600억원 규모의 보험영업이익을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이외 ABL생명 등 일부 외국계 중소형 보험사도 잠재적 매물로 거론된다. 이들 보험사 역시 M&A 시장에 나서게 되면 IFRS17 체제에서 자본적정성과 수익성 지표가 어느 수준으로 개선될지가 시장에서 거래를 결정짓는 핵심 요건으로 풀이된다.
 
내년 보험업계는 저성장이 예상되고 금리상승에 따른 자본시장 변동성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M&A 시장에서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들이 나온다. 다만 금융시장 여건이 점차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과 IFRS17 성적표가 공개되면서 기업 가치를 증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의 장이 될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내년 회계 기준의 변화로 특히 자본적정성 측면에서 기업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라면서 “M&A 시장에서 거래는 결국 당사자 간 가격이 맞아야 하는데, IFRS17에 잘 대비한 보험사는 여기서 발생하는 가격 차이를 줄이는데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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