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제약, 1400억 베트남 공장 '무매출'…한계기업 편입 위기
베트남 공장 장부가 1205억…1분기 매출은 '0원'
보유 현금 12억 불과…단기차입금은 1171억
이자보상배율 2년 연속 1배 미만…한계기업 편입 우려
공개 2026-08-03 07:4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30일 18:5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삼일제약(000520)이 8년 넘게 1400억원을 투자한 베트남 점안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 '돈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공장 가동 지연으로 감가상각비와 유지비만 불어나는 사이 본업마저 적자로 돌아섰고 보유 현금은 12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베트남 사업이 오히려 재무 부담을 키우면서 삼일제약은 한계기업 편입 가능성까지 마주하게 됐다.
 
(사진=삼일제약)
 
1400억 출자 베트남 법인, 매출은 '0원'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일제약은 2018년부터 베트남 현지 법인 설립과 공장 건설을 추진해 왔다. 베트남 법인에 투입된 누적 출자금은 올해 1분기 기준 1406억원에 달하며, 현지 공장의 유형자산 장부가액은 1205억원이다. 삼일제약은 2021년 1343억원이던 매출이 2023년 1964억원까지 성장하자 베트남 CDMO 공장을 추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베트남 공장은 2022년 11월 준공됐다. 삼일제약은 2024년 9월 베트남 GMP 인증을 받은 뒤 지난해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가 한국 수출을 시작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준공 후 4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베트남 CDMO 공장 매출은 여전히 '0원'이다. K-GMP 인증과 상업용 배치 생산이 지연되면서 확보한 해외 공급계약도 실제 매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공장 운영과 유지에 필요한 비용은 빠르게 불어났다. 베트남 공장 감가상각이 본격 반영되면서 연결 판관비에 계상된 감가상각비는 2024년 20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70억9000만원으로 50억원 늘었다. 회사가 지난해 영업손실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한 베트남 법인의 수선비 증가액도 47억원에 달한다.
 
베트남 법인의 고정비 증가 영향으로 삼일제약 수익성은 악화됐다. 연간 연결 매출액은 2023년 1964억원, 2024년 2197억원, 지난해 2103억원으로 2000억원대 초반에서 정체됐지만, 영업이익은 3개년 간 악화일로를 걸었다. 2023년 65억원이던 회사의 영업이익은 2024년 1억원, 지난해 22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올해 1분기 또한 84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삼일제약은 올 하반기 K-GMP 승인을 완료하고 국내 납품 및 일부 동남아 시장 수출을 먼저 개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베트남 CDMO 공장이 본격적인 매출을 창출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인증 확보와 실제 수주 계약 체결, 원료 수급 및 시험 생산일정 등을 고려할 때 최소 2년 이상은 매출 발생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매분기 수십억원에 달하는 감가상각비와 시설 유지비 등 고정비는 지속 발생되는 만큼 베트남 법인이 연결 실적에 미치는 손실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베트남 법인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공장 생산력 지표 역시 흔들린다. 올해 1분기 삼일제약 국내 안산공장의 '점안제실' 평균가동률은 0%다. 점안제 전문 제약사를 표방하고 있지만, 베트남은 물론 국내 주력 생산라인 또한 멈춰 섰다.
 
 
보유 현금 달랑 '12억'…유동성 리스크 극대화
 
베트남 법인의 고정비 누적과 본업 수익성 악화가 겹치면서 삼일제약의 유동성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계기업은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뜻한다. 삼일제약은 2024년과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을 기록했다. 올해도 연간 기준으로 1 미만에 머물 경우 3년 연속 요건을 충족해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재무제표상 한계기업 편입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삼일제약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0년 말 160억원에서 2021년 40억원, 2022년 19억원, 2023년 9억원으로 줄었다. 2024년 말 51억원, 지난해 말 64억원으로 잠시 회복했지만 올해 1분기 다시 12억원까지 급감했다. 반면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은 1171억원에 달한다. 보유 현금의 100배에 가까운 단기차입금을 안고 있는 셈이다.
 
재무건전성 지표도 악화됐다.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189.6%로 지난해 말 178.9%보다 10.7%포인트 상승했다. 유동비율은 같은 기간 44.3%에서 45.6%로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이 이어지며 이자비용을 영업이익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재무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삼일제약은 지난해 225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새로 조달하고 189억원을 상환하는 등 만기가 짧은 차입금을 차환하는 방식으로 연명해왔다. 최근에는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베트남 공장 운영자금 등으로 충당했지만, 단기차입금 상환과 누적되는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삼일제약 측은 <IB토마토>에 “필요에 따라 자금조달 계획을 세워 공시를 통해 알릴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삼일제약은 국내 판권을 보유한 바이오스플라이스로부터 도입한 골관절염 치료제 ‘로어시비빈트’가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하는 등 신약 파이프라인의 상업화를 실적 개선 모멘텀으로 제시한다. 다만 로어시비빈트는 총 1000만달러 규모의 단계별 마일스톤 지급 계약이 체결돼있어 승인 이후 상업화 초기 마케팅 비용과 함께 추가적인 현금 유출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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