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민지 기자]
한화솔루션(009830)이 DL케미칼과의 석유화학 합작사 여천NCC의 2·3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1공장은
롯데케미칼(011170) 여수공장과 통합해 3사 공동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사업재편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발 에틸렌 공급과잉으로 여천NCC가 3년 연속 적자에 신용등급 강등까지 겹치며 자력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자, 정부가 석유화학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하면서 나온 조치다. 문제는 이 재편이 성사되려면 한화솔루션이 또다시 수천억원의 실탄을 여천NCC에 투입해야 한다는 데 있다. 정작 한화솔루션의 재무 체력도 이미 빠듯한 상태여서, 곳간이 넉넉지 않은 모회사가 부실한 합작사를 다시 떠받쳐야 하는 모양새다.
3년 연속 적자에 3연속 등급 강등…단기차입금 규모 현금의 '16배'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여천NCC는 최근 몇 년 간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재무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됐다. 여천NCC는 과거에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석유화학 합작사다. 그런데 최근 수익성이 급격하게 꺾이면서 사업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 1561억원, 영업손실은 242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1조 3733억원보다 15.8% 줄었지만,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498억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그러나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는 못한 모습이다.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023년 2388억원, 2024년 1503억원, 2025년 2514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이 에틸렌 등 기초유분 설비를 대거 증설하면서 공급과잉이 심화된 여파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자 신용등급도 2024년 'A0'→ 2025년 'A-'→2026년 'BBB+'로 3차례 연속 강등됐다. 등급 하락은 곧바로 차입 상환 부담으로 이어졌다. 기존에 발행한 400억원 규모 제79·80회 무보증 사모사채의 신용등급 재무약정을 충족하지 못해 조기상환 사유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여천NCC는 지난 6월22일 해당 사채를 조기상환하며 대응했지만, 재무 부담을 축소하지는 못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단기성차입금은 1조 2018억원인 반면 현금성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은 737억원에 그쳤다.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가 보유한 현금의 16배를 웃도는 셈이다.
자산 가치도 깎여나가고 있다. 지난해 시황 악화로 3공장 일부 가동이 멈추면서 관련 유형자산에 670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했고, 가동 중인 1·2·4공장 역시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미달해 548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손상차손 인식은 회계적으로 자산의 가치가 장부금액보다 낮아졌음을 인정하고 이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당장 현금 유출이 발생되는 것은 아니지만, 손상차손이 기타영업외비용으로 반영되는 만큼 당기순이익을 갉아먹는 동시에 자산총계까지 줄어들 수 있다.
FCF 3년째 조 단위 적자…모회사 자체 여력도 '부족'
여천NCC의 사정이 악화되자 한화솔루션은 DL케미칼과 함께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롯데케미칼 여수공장과 통합하는 길을 택했다. 여수산단 내에 중복된 NCC와 범용 석유화학 제품 생산설비를 걷어내고 사업 주체를 하나로 묶는 구조다.
재편 기간인 향후 3년 동안 에틸렌 생산설비인 2·3공장 가동을 멈추는 대신 잔여 설비의 가동률과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남은 1공장은 롯데케미칼이 여수공장 NCC와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 기초소재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여천NCC와 합병해 신설 통합법인으로 재편한다. 이 과정에서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쥐고 있던 지분 50%는 롯데케미칼과 3분의 1씩 나누는 구조로 바뀌며 운영 부담은 다소 덜어질 전망이다.
사업 재편을 위해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여천NCC의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총 54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각각 2725억원을 출자해 기존 부채를 상환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설비 통합용 배관과 인프라 구축, 고부가 제품 전환 등에 2532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유상증자와 사업재편 투자를 합해 마련해야 할 자금은 약 800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 부담을 나눠진 한화솔루션의 재무 여력이 약화됐다는 점이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사업 환경이 위축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이는 영업현금창출력 저하로 이어졌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마이너스(-) 5571억원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2023년부터 시작된 미국 태양광 제조 관련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이 계속되면서 잉여현금흐름(FCF)도 대규모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연결 기준 FCF는 2023년 -2조 562억원, 2024년 -3조 548억원, 2025년 -2조 9942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냈고, 올해 1분기에도 -7413억원을 기록했다. FCF는 영업으로 번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을 뜻한다.
자체 자금 조달 여력이 떨어지면서 차입 부담은 커졌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단기성차입금(유동성사채 등 포함)은 8조 6537억원으로 전년 말 7조1066억원 대비 21.8%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등 포함)은 2조 4774억원으로 7.1% 줄었다.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빚이 보유 현금을 6조원 이상 웃돌면서 유동성 부담도 가중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자 자회사의 체질 개선을 위한 투자 부담이 가중되면 향후 한화솔루션의 재무구조가 더욱 취약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이번 재편 과정에는 정부가 합세해 채권금융기관을 통한 신규자금 지원과 채무 상환 유예 등을 비롯해 7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한화솔루션이 감당해야 할 재무적 부담은 상당 부분 덜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여천NCC 사업재편에는 현물출자 방식으로 사업 및 자산을 이관하는 구조인 만큼 자금 조달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며 "향후 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자금 투입 여부나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사안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솔루션은 생산설비 합리화 및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창출을 목표로 자체 자금 조달 여력을 키울 것"이라 말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