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테크놀로지, 적자기업 몸값에 '대만 프리미엄'…공모가 논란
피어 4곳 모두 대만 상장사…LX세미콘은 최저 PER로 제외
2029년 매출 1695억원 제시…연평균 54.6% 성장 전제
공개 2026-08-03 06:3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30일 10:1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기업 글로벌테크놀로지가 국내 증시의 평가 기준을 사실상 배제한 채 대만 상장사와 2029년 추정 실적을 토대로 코스닥 상장 몸값을 산정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비교기업 후보에 오른 LX세미콘(108320)은 주가수익비율(PER)이 가장 낮다는 이유로 제외됐고 최종 비교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대만 상장사 4곳으로 채워졌다. 최근 2년간 적자가 이어진 상황에서 2029년 순이익 293억원을 전제로 공모가를 제시해 기업가치 산정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글로벌테크놀로지 홈페이지)
 
피어그룹 전체 '대만' 상장사…한국기업 PER 최솟값 이유로 빠져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글로벌테크놀로지는 코스닥 시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보통주 400만주를 발행해 총 520억원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공모는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다. 청약은 오는 9월12일부터 17일간 진행된다.
 
지난 2013년에 설립된 디스플레이 구동 반도체 및 차세대 광원 응용 반도체를 핵심 사업 영역으로 하는 시스템 반도체 전문 기업이다. LDI(LED Driver IC 및 Dimming 제어 IC), Micro LED Driver IC 및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등 주요 반도체 제품을 설계 및 개발하고, 웨이퍼 공정과 패키징 및 테스트 등의 생산공정은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사업을 영위 중이다.
 
글로벌테크놀로지와 한국투자증권은 기업가치 산정에 앞서 국내외 상장사를 비교기업 모집단으로 구성했다. 기업의 전방시장과 경쟁 구도가 글로벌 시장에 형성되어 있고, 국내 상장회사만으론 기업의 제품군이 직접적으로 대응되는 비교기업 표본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단 이유에서다. 보통 특례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해외 상장사를 비교 기업에 넣는 사례는 흔치 않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글로벌 상장사들은 매출 규모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4차까지 진행된 비교기업 선정 결과, 최종 선정된 기업 4곳(FITIPOWER INTEGRATED TECH·NOVATEK MICROELECTRONICS CORP·SITRONIX TECHNOLOGY CORP·ITH CORP) 모두 대만증권거래소(TWSE)에 상장된 반도체 팹리스 기업이다. 대만 상장사 4곳의 PER(19.34배~24.05배) 토대로 산출한 글로벌테크놀로지의 PER는 20.77배다.
 
다만 대만 증시 상장사로만 비교 기업을 꾸리는 건 국내 증시와 비교해 기업 밸류를 다소 높게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만과 한국은 모두 반도체 산업이 증시를 지배하고, IT산업 이익 비중은 70% 이상에 달한다. 다만 대만 증시는 비교적 한국보다 높은 PER을 유지하며 반도체 프리미엄을 받는다.
 
예로, 신한투자증권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PER은 24.4배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를 합친 값(6.7배)보다 3배 이상을 웃돌고 있다. 양사의 시가총액 합계가 TSMC를 앞섬에도 영업이익률 변동성(OPM)과 성장지수펀드(ETF) 수급 기조의 비대칭성, 지분구조 등 여러 원인이 영향을 미쳤다.
 

(그래픽=AI제작·IB토마토)
 
글로벌테크놀로지와 비교기업 간 수익성 안정성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최근 3개년 영업이익률(OPM)의 표준편차를 계산하면 글로벌테크놀로지는 22.7%포인트에 달한 반면 비교기업은 2~3.5%포인트에 그쳤다. 비교기업 4곳이 매년 흑자를 이어온 것과 달리 글로벌테크놀로지는 2024년과 2025년 연속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도 20억원에서 60억원으로 확대됐다.
 
국내 기업이 최종 단계에서 제외된 점도 주목해볼 만하다. LX세미콘은 국내 상장사 73개사 중 유일하게 3차 사업 유사성 기준까지 통과했다. 그러나 해외 기업 5곳·국내 기업 1곳을 대상으로 한 4차 일반 유사성 기준에서 LX세미콘은 PER의 최솟값(13.02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최종 비교기업에서 배제됐다. 해외 상장 기업인 HIMAX TECHNOLOGIES 역시 PER 최댓값(76.02배)이란 이유로 함께 제외됐으나, 국내 자본시장의 밸류에이션 환경을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비교 기업이 빠진 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LX세미콘뿐만 아니라 여러 회사가 선정된 해외 상장사도 사업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라면서도 "이렇게 선정된 국내와 해외 유사회사에서 상대가치 적정성을 확보하고 아웃라이어를 제외하기 위해 최댓값과 최솟값을 제거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증권사도 증권보고서에 "최종 비교대상회사가 모두 해외 상장회사임에 따라 각국 회계기준 및 공시체계의 차이, 환율 변동, 국내 자본시장과 해외 자본시장 간 시장 참여자 특성 및 밸류에이션 수준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라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요구한 상황이다.
 
할인 조건보다 2029년 실적 실현 여부가 핵심
 
아울러 글로벌테크놀로지가 희망 공모가액 산정을 위해 PER를 2029년 추정 당기순이익의 현가에 적용해 평가 시가총액과 주당 평가 가액을 산출한 점도 주목된다. 글로벌테크놀로지의 2029년 추정 당기순이익은 292억6400만원이고 연할인율(15%)을 적용하면 현재가치는 179억4300만원으로 산정된다. 주당 평가 가액은 1만9034원으로 할인율을 적용하면 공모가 범위는 1만3000원~1만5000원으로 산출된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2029년 추정 당기순이익에서 현재가치를 산출할 때 적용한 연할인율은 기술성장기업 평균 할인율(20%)보다 낮다. 아울러 2029년을 기준으로 삼은 할인기간(3.5년)은 기술성장기업 평균 할인 연도(2.8년)보다 먼 미래의 실적을 할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글로벌테크놀로지의 미래 전망을 다른 기업보다 다소 낙관적으로 평가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결국 기업가치의 적정성을 가르는 핵심은 할인 조건보다 2029년 추정 순이익 292억6400만원이 실제로 달성 가능한지에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일반적인 기술성장기업과 달리 이미 주력 제품의 양산 매출이 발생하고 있음에 따라 미래 사업계획의 불확실성이 일반적인 기술성장기업 대비 낮다고 판단해 평균 활인율보다 다소 낮게 적용했다"면서 "2029년이 되면 동사가 추진 중인 신규 제품군 사업화가 진행되어 매출 규모와 수익성이 안정화될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테크놀로지의 매출은 성장 중이다. 다만 2025년 297억원이던 매출이 2029년 추정매출 1695억원에 이르려면 연평균 약 54.6%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반도체 유통사업을 영업양수하고 글로벌테크놀로지(구, 소멸회사)를 흡수 합병하여 매출이 급격히 늘어난 2024년을 제외하고, 최근 3년간 매출 증가율은 4%~22%에 불과하다.
 
글로벌테크놀로지가 특정 최종 수요처와 제품 플랫폼에 대한 매출 편중도가 높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주요 고객사와의 거래에 차질을 빚을 경우 매출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거래소 심사 방향이 기업의 현재 수익성과 사업성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해외 기업을 비교 기업으로 선정하는 것 역시 보다 까다롭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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