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솔케미칼(014680)이 꾸준한 실적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증권가에서는 이 회사를 둘러싼 기대감에 제동을 거는 분위기다. 과거 이차전지 소재 사업 진출 초기 형성된 높은 밸류에이션이 이제는 현실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성과 가시화가 지연되고 있고, 고객사 가동률 부진 등 대외 환경 역시 녹록지 않아 향후 성장 동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솔케미칼이 기존 주력 사업을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낼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한솔케미칼)
최근 5년 평균 영업이익률 21%…업계 평균보다 높아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솔케미칼은 최근 몇 년간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왔다. 2022년 1860억원, 2023년 124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이보다 성장한 1288억원의 흑자를 냈다. 중국의 과잉 공급으로 업계 수요가 둔화됨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적자 전환하거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과 달리, 한솔케미칼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솔케미칼의 최근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1%로, 같은 기간 한국거래소 ‘코리아 밸류업 지수’ 종목에 편입된 소재 산업군 8개 기업 평균인 10%를 크게 웃돈다.
현금흐름도 우수하다. 한솔케미칼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투자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재무활동을 통해 차입금도 착실히 상환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624억원을 기록했고, 투자활동으로 721억원을 썼다. 또 재무활동을 통해 769억원의 은행 빚 등을 상환했다. 이 같은 현금흐름과 수익성은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 속에서도 한솔케미칼이 비교적 안정적인 기업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다.
회사의 재무상태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한솔케미칼의 부채비율은 36.7%, 유동비율은 127.8%로 모두 적정 기준(부채비율 200% 미만, 유동비율 100% 이상) 안에 들어온다. 탄탄한 현금창출력 덕에 이자보상배율도 24.2배로 매우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으로 은행에서 빌린 돈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며 적정 기준은 1배 이상이다.
하지만 최근
미래에셋증권(037620) 등 증권가는 한솔케미칼의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됐다고 보고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고 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한솔케미칼을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인 반도체와 퀀텀닷(QD) 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했지만, 회사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 진출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을 회사의 밸류에이션에 반영했다. 이때 한솔케미칼의 가치는 주가수익비율(PER) 14배 수준으로 측정됐는데, 이는 당시 밸류에이션 밴드의 상단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증권가에서 올해 한솔케미칼의 예상 실적 기준으로 산정한 PER은 10.6배로, 글로벌 주요 반도체 소재 업종 평균 PER(15.7배)보다 낮은 상태다. 이는 한솔케미칼이 현재 시장에서 과거보다 더 낮은 PER로 평가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 성과 지연…고객사 다변화 등 과제 '산더미'
증권가에서 이러한 판단을 내린 배경에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성과 가시화 지연과 고객사 가동률 하락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솔케미칼의 이차전지 소재 관련 공장 가동률은 고객사 주문 축소로 인해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은 보고서에서 "고객사의 가동률이 추가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여전히 한솔케미칼의 가동률도 낮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솔케미칼의 중장기 성장 목표도 시장에서 다소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회사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연평균 성장률 10%를 제시하고 있다. 회사가 지난 10년간 연평균 매출과 영업이익성장률을 각각 9%, 16%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무리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이차전지 소재 사업 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얼마나 빨리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한솔케미칼은 기존 주력 제품의 유사 공정과 유관 소재로 사업을 확장하고 바이오 소재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해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경우 아직 시장 점유율 확대와 고객사 다변화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해당 사업의 성과 가시화가 단기간 내에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IB토마토>는 한솔케미칼 측에 유사 공정·소재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과 바이오 소재 등 신규 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수익 가시화 시점 등에 대해 질의하고자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한솔케미칼은 과산화수소와 디스플레이 퀀텀닷, 실리콘계 음극재와 음극바인더 등 반도체·제지·디스플레이·배터리 관련 소재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대표 기업 가운데 한 곳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005930)와 함께 공동 개발한 디스플레이 소재 기술이 중국에서 특허권을 인정받은 바 있다. 디스플레이와 발광소자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양사는 소재 국산화와 친환경 공정 전환을 가속화하며 공급망 내재화와 기술 자립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