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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글로벌 헬스케어 투자…'무실' 김동원에 힘 실릴까
미국 헬스케어 스타트업 'Hone Health' 시리즈A 투자
한화 투자 규모 정확하지 않아…누적 투자액은 555억원 규모
차남 생명·손보 등 금융부문 제자리…새로운 기회될지 관심
공개 2025-05-14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4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한화가 최근 미국 기반 글로벌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단행하면서 금융부분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화그룹은 삼형제(김동관·동원·동선) 경영 승계 구도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방산·에너지 중심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과 유통·반도체 부문의 막내 김동선 부사장이 뚜렷한 성과를 내세워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금융 부문을 맡고 있는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디지털보험 실패와 실적 부진 등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에 이번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로 디지털 헬스케어와 장수산업 중심으로 신성장 축을 확보하려는 금융 부문이 새로운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한화)
 
한화, 헬스케어 투자 시도…새로운 성장 모멘텀 신호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000880)는 미국 텔레헬스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 ‘Hone Health’의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유치를 완료한 이번 라운드에는 사우디 국부펀드 미국 벤처캐피털 트라이브 캐피탈 등 글로벌 주요 투자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이에 따라 Hone Health의 누적 투자액은 3900만달러(약 555억원)다. 이 중 한화의 투자규모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Hone Health는 호르몬 최적화 솔루션을 기반으로 예방적 장수 케어를 제공하는 텔레메디슨 기업이다. 누적 검사환자 30만명, 치료환자 5만5000명을 확보하고 있으며 월 129달러 유료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번 투자 유치에 힘입어 회사는 인홈 헬스케어 플랫폼을 인수해 가정 내 의료서비스까지 제공 범위를 확보했다. 향후 40개 이상 바이오마커 진단과 약물 식이요법 수면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합한 맞춤형 프로토콜을 제공하며 폐경기 갑상선 만성질환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할 계획이다.
 
한화는 올해 들어 글로벌 투자·인수 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계열사 한화시스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올해 초 호주 조선 방산 기업 오스탈 지분 9.9%를 인수했고, 한화와 한화솔루션은 노르웨이 태양광 반도체 소재 생산업체인 REC실리콘 인수를 추진 중이다. 헬스케어 부문 투자는 약 2년 만이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2020년 헬스케어 업체 유비케어 인수에 참여했으나 녹십자홀딩스(005250) 컨소시엄에 밀려 물러난 바 있다. 이후 2021년 유럽 의료구독 서비스인 누만이 실시한 시리즈B 투자에 참여하는 등 꾸준히 투자처를 물색해왔다.
 
이번 투자 역시 김동원 사장이 맡고 있는 생명보험 등 금융 부문이 디지털 헬스케어와 장수산업 중심의 신성장 축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한화생명의 기존 보험 중심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헬스케어는 리스크 분산과 미래 성장 잠재력을 동시에 갖춘 영역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해당 투자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는 어렵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계열사 주도로 투자가 진행되는 사안들이 많아 정확한 투자 규모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공시된 사안 외에는 답변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동관·김동선은 실적 기반으로 입지 공고화…김동원 사장 금융은 '고전'
 
한화그룹은 일찌감치 삼형제의 계열 분담을 통해 승계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방위산업, 에너지(한화솔루션(009830), 한화큐셀), 화학, 조선(한화오션(042660)) 등 한화의 주요 매출 사업을,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088350), 한화손해보험(000370), 한화투자증권(003530) 등 금융업을 맡았다. 막내인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452260),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반도체(한화비전, 한화세미텍)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그러나 경영 실적에 대해서는 희비가 엇갈린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을 앞세워 그룹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4842억원, 영업이익 5608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한화솔루션도 태양광 산업 회복 조짐에 따라 1분기 3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49% 증가한 3조945억원을 나타냈다. 북미를 중심으로 태양광 시장이 반등하면서 김 부회장의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두 번째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막내 김동선 부사장 역시 본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백화점 식음료 브랜드에 더해 반도체 장비 사업까지 다각도로 존재감을 확장하고 있다. 파이브가이즈, 벤슨 등 글로벌 외식 브랜드의 국내 론칭을 주도했으며 최근에는 아워홈 인수 협상을 마무리 단계에 두고 있다. 단체급식 시장 진출과 함께 계열사 간 시너지를 노리는 행보다. 또 반도체 부문에서도 장비 자회사인 한화세미텍이 최근 SK하이닉스와 TC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반면 김동원 사장의 금융 부문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 1분기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은 168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54% 줄어든 수치다. 건전성 지표로 꼽히는 지급여력비율(K-ICS)도 지난해 말 기준 163.6%로 전년대비 20.2%포인트 하락했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자본비율 하락 보험손익 악화 투자손익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디지털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다. 김동원 사장이 기획 초기 단계부터 직접 주도한 캐롯손보는 주행거리 기반 자동차보험 등 혁신적 서비스를 내세웠으나, 장기보험 부재와 구조적 한계를 넘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장하게 됐다. 한화손보는 이 기간 동안 세 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2318억원을 지원했으나 실패로 남은 투자 사례가 됐다.
 
모회사인 한화손해보험은 캐롯손보를 흡수합병하면서 주당 약 7949원에 캐롯 주식 2586만주를 매입하면서 2056억원을 지출했다. 당초 설립 당시 5000원이었던 주식을 더 높은 가격으로 재매입하면서 약 776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화 금융 분야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K-ICS 비율 등 압박으로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에 자본비율과 배당가능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서 “안정적인 손익 관리와 배당가능이익 확보를 위한 회사의 전략에 트리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부진한 상황 속에서 김동원 사장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김동원 사장이 그룹 내 입지를 되찾기 위해서는 기존 금융 부문의 턴어라운드는 물론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입증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보험에 이어 헬스케어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흐름은 의미 있지만 아직까지 김 사장이 증명한 실적 기반이 부족하다”며 “형제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단순 투자 외에도 핵심 사업으로 발전시키려는 실행력과 성과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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