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권의 책무구조도 제출이 마무리되면서 내부통제 체계 개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당국 요구에 대응하는 저축은행별 준비 수준과 부담 여력은 엇갈리고 있다. 제도 도입이 내부통제 강화로 이어지는 동시에 업권 내 양극화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B토마토>는 책무구조도 도입이 저축은행업권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책무구조도 제출이 완료됐으나, 제도가 완전히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더라도 회사별 적용 수준이 다르고, 실무상 시행착오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책무구조도 핵심은 책임의 명확화인데, 인원이 부족한 중소형사는 인력 충원부터가 구조적 한계로 꼽힌다.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 인원 자체가 적어
1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의 1분기 말 임직원 수는 644명이다. 업권에서 총자산 기준 1위 저축은행임에도 불구하고 임직원 수는 1000명을 넘기지 않는다. 2위인 오케이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1분기 오케이저축은행의 임직원수는 964명이다.
규모가 작은 곳은 사정이 더하다. 1분기 기준 총자산 2287억원인 아산저축은행의 임직원은 19명, 2072억원인 대명저축은행은 27명에 불과하다. 임직원이 30명도 채 되지 않는 저축은행이 내년까지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고, 관리조치 이행 방안과 운영 방안까지 수립해야 한다. 저축은행중앙회 표준안을 적용하더라도 인력 자체가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실질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지도 문제다. 금융위원회는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면서 책무를 단순히 담당자가 아닌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책임을 부담하는 사람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책무구조도 도입 이전,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위험관리 책임자를 대리급 인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저축은행 내부에서 적임자라고 판단했고, 법적인 문제는 없으나 최종 의사 결정권자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임원 대비 실질적인 의사 결정 권한이 한정적인 탓에 권한 대비 책임이 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경우 대리 직급에서 부서장 등에 지시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책임은 대리에게 있고 위험을 통제할 권한은 임원에 있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실제 위험 통제 권한에 한계가 있었을 수 있다.
책무구조도를 도입한 배경에도 이러한 부분이 작용했다. 책무구조도에서는 책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고, 임직원에 대한 책임 등을 나눴다. 특히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책무 편중이나 배분 누락에 대한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
본질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중소형 저축은행은 인원이 부족한 탓에 특정 임원에게 책무가 몰리기 쉽다. 이 경우 책무 간 이해상충이나 전문성 부족이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책무구조도 제출이 실질적인 내부통제로 이어져야 하는데, 서류 작업에서 끝나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 금융당국과 업권이 각 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필수 조건으로 꼽는 이유다.
한계도 있다. 시범운영을 했다고 하더라도, 실무적으로 모든 부분에 대해 적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업권에서도 저축은행 개별사가 가장 먼저 풀어야할 문제로 인력을 꼽는다. 견제나 균형의 역할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필요한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책무구조도는 컨설팅 서류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실제 영업상 문제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견제 역할을 해주지만,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영업 조직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역량 투입이나 직원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 시행착오를 겪은 뒤 협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회 표준안과 금융감독원 컨설팅을 개별사에 적용했으나, 자체적인 내부통제 강화와 함께 개선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소형 저축은행은 이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내년 7월 초까지 제출을 마쳐야 해서다. 내년 상반기 금감원 컨설팅과 함께 시범운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중소형사의 경우 인력 수급 등에 한계가 있어 대형사와 차이가 있다"라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