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이 엔에스쇼핑을 앞세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에 나섰다. 그러나 한때 1조원 안팎으로 거론되던 매각가격이 1200억원대로 낮아지면서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가결에 필요한 운영자금과 잔존 사업부문 정상화 재원을 모두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홈플러스는 37개 점포 운영 중단이라는 강수를 두는 한편, 추가 유동성 확보를 병행하며 회생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납품 정상화, 임금 지급, 영업 회복, 고용 안정 등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정치권에서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유암코(UAMCO·연합자산관리)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IB토마토>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이후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과 유암코 개입 시 예상되는 변화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점포 매각을 통한 자금 회수에만 급급해 경쟁력을 하락시킨 원흉으로 꼽힌다. 지역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큰 대형마트들은 해당 경영 방식이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PEF)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사진=박예진 기자)
인수 후 부동산 매각은 사모펀드 운영 공식
1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최근 잠재적 매수자들에게 공식 티저를 발송하고 인가 전 M&A를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매각주관사는 지난번 익스프레스 매각 때와 동일하게 삼일회계법인이다. MBK파트너스는 10년째 홈플러스 매각에 집중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프라인 유통 기업의 경쟁력이 급격하게 약화되면서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어왔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5년 인수 당시 차입매수(레버리지 바이아웃·LBO)로 자금을 마련하면서 오랜기간 자산을 매각해 인수금융을 상환해 왔다. 그 결과 지속적인 점포 감소 등으로 시장 경쟁력 약화를 겪었다. 이는 사모펀드들이 흔히 쓰는 투자금 회수 방안 중 하나다. 사모펀드의 운영 방안에 대해 설명한 '세상을 움직이는 사모펀드 이야기' 등 서적에서 엑시트 전략으로 설명한 미국의 식품 소매점 체인인 '푸드마트'와 프랑스의 '오가닉푸즈' 등의 사례와 유사하다.
푸드마트를 인수했던 사모펀드는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배당금으로 사용해 차입 매수 시 투자한 금액을 6개월 만에 회수했다. 헤지펀드에 인수됐던 오가닉 푸즈는 자산을 분할 매각한 지 2년 만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에 팔아넘기면서 투자 수익률 40%를 달성했다.
홈플러스 역시 같은 양상이다. 지난 2015년 MBK파트너스는 영국의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3호 블라인드펀드와 국내외 기관의 공동투자자금, 우선주 투자금(7000억원) 등 자본성 자금 3조 2000억원을 활용했고, 2조 7000억원 규모 인수금융도 일으켰다. 홈플러스의 기존 차입금을 포함한 총 거래 규모는 약 7조 2000억원이었다. 해당 거래를 통해 약 700억원 규모의 수수료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금융정의연대)
MBK 투입 비용 고작 400억원…투명성 강화해야
문제는 엑시트였다. MBK에 피인수된 이후 인수금융 상환에 집중한 결과 점포 리뉴얼 등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게 집행됐다. 점포 노후화로 인해 우수한 입지조건에 불구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낮아졌다.
회계연도 2021년(FY20/21) 이후 시화점과 울산점, 구미점에 대한 S&LB(자산매입 후 임대)을 진행했다. 안산점, 대전둔산점, 대구점, 대전탄방점, 부산가야점, 동대전점을 매각했다. 매각대금의 상당부분을 인수금융 상환에 활용하면서 2020년 2월말 7조 1000억원에 이르던 순차입금이 2022년 5월 말에는 5조 3000억원까지 줄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점포 매각마저 어려워지자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올해는 알짜배기 사업부던 익스프레스까지 매각했다. 부채 부담이 이어지면서 MBK는 1차 회생기업 자금 대여(DIP) 금융 600억원에 대한 연대보증, 개인 재산 400억원 출연, 기업회생 신청 전 증권사 대출 2000억원에 대한 보증, 2차 DIP 금융 1000억원 연대보증 등을 합산한 4000억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투입 비용은 400억원, 나머지 3600억원은 보증이나 대출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익스프레스 매각 이후에도 임금조차 지급이 어려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영업이 중단된 37개 점포 직원들에게는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영업을 지속하는 67개 점포도 상품 부족으로 인해 고객들이 급감하면서 현재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태다.
홈플러스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 경제는 물론 고용불안까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무리한 기업인수를 위한 LBO 레버리지를 축소하고 금융당국의 감시를 확대해 운영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사모펀드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공시를 다시 강화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라며 "사모펀드가 모험자본을 유성하는 순기능이 분명히 있지만 홈플러스 사태와 같이 역기능이 긍정적 효과를 뛰어넘을 때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