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시행으로 국내 기업의 경영 환경에도 변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사용자성 인정 범위 등을 둘러싸고 법원이 기업별로 엇갈린 판단을 내놓으면서 현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해관계는 한층 복잡해지고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분쟁 대응과 노사관계 관리에 드는 비용 역시 기업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의 이익 확대와 근로자 권리 보장이 맞서는 지점에서 갈등 관리에 실패한 기업은 생산성 저하까지 감수해야 할 수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의 변화와 쟁점을 점검하고, 달라진 경영 환경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중후장대 기업의 비용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철강·조선 등 하청 인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노란봉투법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하청 근로자와 원청 기업 간 교섭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규모 투자와 업황 변동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성 비용 확대가 원가율과 현금흐름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원청 기업들은 하청 근로자의 처우 개선 요구와 비용 통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연합뉴스)
처우 개선 목소리 확대에 비용관리 시험대
1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하청 노조를 중심으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철강, 조선 등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처우개선은 주로 임금 인상 등에 집중돼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하청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소 하청 노조 등도 임금 인상을 주요 안건으로 내걸고 있다. 상대적으로 하청 근로자가 원청 근로자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청 노조의 목소리는 점차 강해지는 모습이다. 이는 노조의 직접적인 의견 표출, 교섭 대상 노조 지정, 지방노동위원회 결정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는 직접 고용할 하청 근로자를 별도 신설 직군에 포함시키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하청 근로자는 별도 임금 체계 등에 반발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금속노조 소속 현대중공업 하청 노조를 교섭대상 노조로 확정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한화오션 내 급식 협력업체 노조를 교섭 노조로 결정했으나, 한화오션이 결정에 불복함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하청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지면서 향후 원청 기업의 비용도 증가할 여지가 생겼다. 하청 근로자 비중이 높은 조선산업은 매년 조 단위의 비용을 협력업체에 지급한다. 조선산업이 활황을 띠면서 수수료가 이미 한층 불어난 상태다. 하청 노조가 직접 조선소와 임금 협상에 나설 길이 열렸고, 협력 업체로 가는 수수료가 추가로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또한 상여금, 성과급 등도 향후 과제다. 원청 노조가 큰 폭의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는 가운데, 하청 근로자에 대한 성과급 인상 압박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하청 근로자에게도 원청 근로자와 동일한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 하청 노조는 원청 노조와 동일한 비율의 연말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비용 관리 역량 시험대
대형 중후장대 기업들의 비용 증가 관리 역량이 중요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 불황기를 버틸 재무체력 확보 등 여러 재무적 목표가 산적한 가운데 임금 인상 압박까지 겹쳤다.
임금 등 처우에 관한 사항은 고정비적 성격을 가진다. 활황에 인력 수급이 부족한 조선업계도 협력 업체에 대한 수수료가 사실상 준고정비적 성격을 가진다는 평가다.
직접 고용을 결정한 포스코는 향후 절차 완료 시 고정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교적 유동적인 하청 수수료와 달리 임금은 경직성이 강하다. 아울러 임금 증가는 4대 보험 부담 등을 수반한다. 이에 유동부채 증가, 제조원가 및 판관비 등 재무 부담과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4대 보험에서 기업 부담분은 비용으로 잡히고, 근로자 부담분은 예수금 등 유동부채로 잡힌다.
현재 중후장대 기업들 다수가 장기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지출이 예정된 상태다. 처우 개선이 원가 압박으로 나타날 수 있어 향후 원가율 관리 등이 요구된다. 조선산업은 수주가 매출로 완성되기까지 2~3년의 시차가 있어 임금 인상을 당장 매출 확대로 흡수하기 쉽지 않다.
임금과 성과급 개선 요구 등을 일정 수준에서 관리할 필요성도 크지만, 현재 처우 개선을 두고 이해당사자 간 입장 차이가 커 달성 가능성은 미지수다.
한편 처우 개선에 따른 복리후생비는 임금과 비교했을 때 재무적 부담이 비교적 적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대기업은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일부 혜택을 제외하고 원청 근로자와 동등한 복지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 근로자에 대한 일부 복리후생비는 이미 판관비에 녹아 있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하청 근로자가 원청 기업에게 처우 개선에 관한 교섭에 나설 수 있게 되면서 처우 개선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재 업계 근로자 요구 사안을 살펴보면 가장 핵심은 급여 등 인건비 문제가 될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