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가스터빈 패키지 공급계약…일론 머스크 'xAI'에 납품마진율 높은 가스터빈…영업이익률, 현금흐름 개선 전망공급망 병목 현상, 현지 법적 분쟁 거론되나 리스크 제한적
[IB토마토 김준하 기자]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대규모 가스터빈 공급계약을 맺으며 수익성이 높은 매출처를 확보했다. 세계적으로 소수의 기업만이 만들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은 가스터빈의 높은 마진율에 힘입어 영업이익률과 현금흐름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급망 병목 현상과 현지에서의 법률 분쟁 등 리스크가 거론되나 심각한 위험 요소로 평가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사진=두산)
수익성 높은 대형 가스터빈…안정적 유지보수 매출 전망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공시를 통해 미국에서 대형 가스터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상대방은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xAI인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으며 머스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관련 사실을 언급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계약 상대방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구체적인 계약 금액도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상장사가 전년도 매출액의 2.5% 이상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계약은 최소 4058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계약 기간이 2028년 9월까지로 명시돼 있어 향후 3년여간의 매출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계약은 자금 운용 측면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에 비교적 유리한 조건으로 체결됐다. 발전 기자재 계약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마일스톤 기반 정산 방식이 적용돼 계약 체결 시 선수금을 수령하고 이후 주요 공정 단계 달성 시마다 기성금을 받는 방식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은 최근 몇 년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2023년 8.3%에서 2024년 6.3%로 낮아진 데 이어 지난 3분기 기준 4.5%까지 하락했다. 높은 원가 비중과 함께 두산밥캣, 두산퓨얼셀 등 주요 자회사의 실적 변동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2023년부터 2조원대에서 2024년 2422억원으로 줄어들었고 3분기에는 순유출을 기록하는 등 변동성이 컸다.
이 같은 재무 부담의 배경에는 설계·조달·시공(EPC) 중심의 사업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3분기 별도 기준 수주 잔고는 16조 7760억원인데 이 중 상당 부분이 국내외 원자력·화력발전소 EPC 프로젝트다. EPC 사업은 매출 외형 확대에는 기여하지만 환율, 유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좌우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지정학 분쟁으로 인한 운송료 상승과 공급망 불안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반면 가스터빈은 고부가가치 기자재로 EPC 대비 마진율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적으로 소수의 기업만이 대형 가스터빈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주기기 납품 후 이어지는 유지보수 사업은 수익성이 더 높다.
가스터빈은 스팀터빈보다 훨씬 높은 온도와 압력이 가해져 노후화 속도가 빠르다. 대형 가스터빈의 경우 내부 온도가 1600도 이상에 달하는데 이는 철의 녹는점인 1500도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초고온 환경에서의 발열 제어, 냉각 통로 및 에어막 형성 등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며 주기적인 점검과 정비가 필수적이다. 가스터빈 블레이드는 통상 2~3년에 한 번씩 교체가 필요하고 제조사별로 특허와 설계가 달라 대체가 사실상 어렵다. 이에 따라 장기간에 걸친 락인 효과가 발생한다.
납품 실적 갖춰 계약 관련 리스크는 제한적
이번 계약의 핵심 요인 중 하나는 납기 경쟁력이 꼽힌다. xAI는 대규모 AI 연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회사로부터의 전력 공급을 기다리기보다 자체 발전 설비를 구축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 멤피스에 구축 중인 ‘콜로서스’ 데이터센터 역시 단기간 내 전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각돼 왔다.
이번 계약에서도 납기 일정이 주요 고려 요소로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에서는 제너럴일렉트릭, 지멘스, 미쓰비시 등 주요 기업들의 생산 슬롯이 중장기 물량으로 채워져 있어 신규 발주에 대해 단기간 납품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납기 지연에 민감한 발전 시장의 보수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두산에너빌리티가 AP1000 타입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의 납품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 요인으로 평가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상 공사 지연이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검증된 기술을 중시하는 발전 시장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실적이 신뢰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수주인 만큼 리스크도 존재한다. 대형 가스터빈은 제작부터 시험, 운송, 현장 반입까지 공정이 길고 복잡한 데다 터빈의 현장 도착 후에도 발전소 시스템과의 통합과 시운전, 안정화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돼야 상업 운전이 가능하다. 이 과정 중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전체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원자재 수급과 공급망 병목 현상도 변수다. 가스터빈에 사용되는 초내열합금 등 일부 부품과 소재는 항공기 엔진 부품과 일부 구간에서 공급망이 겹친다. 항공업계의 유지보수 수요와 신규 엔진 발주가 증가할 경우 소재·부품 공급이 병목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대형 가스터빈과 항공기 엔진은 온도 영역과 협력업체 풀이 상당 부분에서 구별되기 때문에 리스크가 과도하게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xAI를 둘러싼 미국 내 법률·여론 환경도 변수로 거론된다. 지난해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등 시민단체는 멤피스 지역 콜로서스 데이터센터가 사전 허가 없이 이동식 가스터빈을 설치·가동해 대기오염방지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제기 의향서를 발송한 것이다. 현지 보건당국이 뒤늦게 터빈 운영 허가를 발급했으나 NAACP가 연방 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은 질소산화물(NOx)을 아주 적게 배출하는 기술이 적용돼 이와 관련한 리스크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사는 하도급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2028년까지 연간 12기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등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핫파츠 소재 부품사들과 이미 물량 개런티와 투자협의를 마쳐 공급망 리스크를 줄였다”고 답변했다.
김준하 기자 jha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