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인도 펀드로 우회 베팅…리스크를 기회로 바꿀까
네이버-미래에셋과 공동펀드 조성…최대 1조원
과거 인도에서 서비스 중단·형사소송 당한 전력
인도 투자 성공으로 '배그' 의존도 낮출지 관심
공개 2025-12-3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6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준하 기자] 크래프톤(259960)이 인도를 겨냥한 펀드 투자를 단행한다. 과거에 벌어진 서비스 중단과 형사 고발 등 규제·사법 리스크를 우회하는 동시에 인도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성을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배틀그라운드(배그)’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극복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사진=크래프톤)
 
인도 ‘배그’ 서비스 중단에 형사고발까지…펀드로 리스크 관리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크래프톤은 네이버,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유니콘 그로스 투자조합1호’에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펀드는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유망 기술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며 크래프톤은 출자금의 49.49%인 2000억원을 우선 출자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이 업무집행조합원(GP)을 맡고, 크래프톤과 네이버가 유한책임조합원(LP)으로 참여한다.
 
크래프톤은 인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왔다. 게임·콘텐츠·핀테크 영역에 2억달러(약 3000억원) 이상 투자했으며 지난 3월에는 ‘리얼 크리켓’으로 알려진 인도 게임사 노틸러스 모바일의 지분 75% 이상을 11억8000만루피(약 200억원)에 인수했다. 주력 지적재산권(IP)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도 누적 다운로드 2억4000만건을 기록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인도 당국의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업 환경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20년 인도와 중국의 유혈 충돌 이후 인도 정부는 중국과 관련된 앱 100개 이상을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펍지(PUBG) 모바일’도 금지됐다. 이후 크래프톤은 인도 시장에 맞게 현지화한 BGMI를 출시했으나 2022년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다시 금지됐었다.
 
법적 문제도 불거진 바 있다. 지난해 9월 크래프톤 인도법인과 임원 4명은 BGMI 이용자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공유해 수익화했다는 혐의로 형사소송이 제기됐다. 다만 크래프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체 조사 결과 인도에서의 개인정보 유출 주장은 현지에서 사실 무근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파악 중이다”라고 답했다.
 
또 다른 변수는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디지털 개인정보 보호법(DPDP)’이다. 이 법은 데이터 수집·처리 시 명확한 목적 공지와 사용자의 거부권 보장을 의무화한다. 위반 시 최대 25억루피(약 4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명시한다. 다만 연결 기준으로 연간 1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내는 크래프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만한 벌금 규모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규제·사법 리스크를 고려할 때 크래프톤이 공동 펀드를 선택한 배경에는 직접 사업확장에 따른 위험을 줄이면서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인도 시장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금창출력 뛰어나펀드로 ‘배그’ 의존도 낮춘다
 
크래프톤은 뛰어난 현금창출력을 갖추고 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액은 2조4069억원, 영업이익은 1조51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우상향 흐름이며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은 4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모바일 부문 매출이 1조448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수익원이다. 게임 업계 전반의 실적 양극화 속에서 크래프톤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은 강점으로 평가된다.
 
다만 수익의 상당 부분이 ‘배그’ IP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구조적 한계로 꼽힌다. 이번 펀드 투자는 특정 IP 의존도를 완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려는 헤지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인도 시장은 성장성과 규모 측면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인도의 2025년과 2026년 GDP 성장률을 각각 6.7%, 6.8%로 전망했으며 물가상승률은 각각 4.3%, 4.0%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자이 말호트라 인도 중앙은행(RBI) 총재는 이 같은 거시경제적 호재를 “드문 골디락스 국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역시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4년 말 기준 인도에는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스타트업이 124곳에 달하며, 기업가치 합계는 3850억달러(약558조원)를 넘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조달된 투자금은 113억달러로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스타트업의 성장세는 글로벌 자본이 인도 시장을 중장기 성장처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펀드가 겨냥하는 인공지능(AI), 핀테크, 콘텐츠 등 산업군도 고성장 국면에 있다. 인도 정부는 ‘IndiaAI 미션’ 정책을 통해 1조루피(약 16조원)을 투입해 고성능 GPU 3만4000개를 배정할 계획이며 상반기 기준 1만7000개 이상의 GPU가 데이터센터에 설치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분석 기관은 인도의 AI 시장이 지난해 68억 달러에서 2032년 277억달러로 약 4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핀테크 역시 인도의 금융포용 정책(PMJDY)과 스마트폰 보급 확산이 맞물리면서 고성장하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크래프톤의 기존 인도 투자가 게임, 결제, 콘텐츠 영역에 걸쳐 있다는 점을 보면 기존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를 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IP 수명 리스크를 분산하며 중장기 수익원을 준비하는 전략인 셈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펀드 투자는 게임 산업을 포함해 인도 내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업 전반을 발굴하기 위한 목적의 투자”라며 “각 사의 강점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시너지 창출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준하 기자 jha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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