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반토막에도 매출채권 그대로…현금 전환 속도 둔화납품 지연에 따른 매출채권 현금화 지연 영향정부 선급금 축소 예고…재무 역량이 경쟁력 될 전망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철도차량 제조사
다원시스(068240)의 자금 유동성에 적신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매출채권의 현금 전환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대비 다원시스의 매출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매출채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매출채권은 현금으로 회수될 경우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새로이 매출채권을 쌓아 줄 신규 수주도 부진하다. 수주 확대를 통해 새로운 매출채권을 쌓아 자금 회수를 도모할 수 있지만, 정부의 선급금 지급 기준 변경 기류에 따라 향후 수주 활동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다원시스)
매출채권 회수 속도 둔화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다원시스의 누적 매출액은 별도기준 808억원, 영업손실 5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1955억원)은 절반 이하로, 영업이익(73억원)은 큰 폭의 적자로 전환됐다. 매출 급감의 원인은 철도 납품 지연에 따른 수주 잔고의 매출 인식이 지연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매출채권이 현금으로 회수되는 기간이 일정하다고 가정한다면, 매출이 감소하면 매출채권도 함께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다원시스의 매출채권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올해 3분기 회사의 매출채권 규모는 2737억원으로 지난해 말(2741억원) 대비 큰 변동이 없다. 이에 현재 다원시스는 매출채권을 현금으로 회수하는 기간이 길어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다원시스의 3분기 매출채권회전율은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 환산한 회사의 3분기 회전율은 1.18배로 지난해 3분기 1.11배와 큰 차이가 없었다. 매출채권회전율이 1이라는 것은 매출채권 회수에 평균 1년 정도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7억원 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회수 기간이 1년이라면 느리다고 인식한다. 느린 매출채권회전율의 원인 역시 납품 지연 때문으로 보인다. 보통 외상판매 구조상 납품이 완성되지 못하면 나머지 잔금 지급도 이뤄지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다원시스는 2022년 말과 2023년 말 인도 예정 수주 차량에 대한 납품이 현재까지 지연된 상태다.
우려되는 부분은 회수 가능성이 극히 낮은 매출채권 비중도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올해 회사가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손상차손 처리한 매출채권액은 5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회수할 가능성이 낮은 매출채권액은 10%가량 증가했다. 이는 3분기 말 매출채권 규모(2737억원)의 2%에 달한다.
매출채권의 현금 전환 속도가 늦어지면서 회사는 꾸준히 외부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회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7억원 유출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 7월 회사는 전환사채(CB) 215억원치를 발행해 부족한 자금 수요를 메운 바 있다. 표면 이자율 0%에 만기이자율 1%로 회사 측에 유리한 조건이지만, CB 전환청구권 행사가 시작되는 내년 7월까지 회사의 부채비율이 불어난다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계열사를 통한 조달도 이뤄졌다. 회사는 다원파워트론과 다원유니버스로부터 각각 25억원씩 차입을 들인 바 있다.
신규 자금 창출 어려워지는 환경
수주 산업에서는 신규 수주를 따와 선수금 등 새로운 현금 창출원을 확보할 수 있다. 보통 선수금 비중이 높으면 제품 제조에 들어가는 자기 자금이 적기 때문에 유동성 운영에 여유를 둘 수 있었다.
다만, 다원시스의 납품 지연 문제가 공론화되자 정부는 철도 차량 발주 시 지급하는 최대 선급금 비율을 발주 총액의 70%에서 20%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철도차량 수요가 사실상 코레일, 지하철공사 등 공기업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의 규정 개정은 사실상 앞으로 자기 자금을 들여 철도차량을 제작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향후 철도차량 제조사의 재무 상태가 수주 경쟁력으로 직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제조 비용을 댈 수 있는 자체 현금 창출력, 부채비율 등이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원시스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은 매년 음수와 양수를 오가는 모습이다. 올해 3분기 회사의 EBITDA는 -46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현금 창출력이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보유 유동금융자산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474억원에서 337억원으로 줄었다. 계열사에 빌려준 대여금, 단기금융상품 등이 기타 유동금융자산에 포함된다. 아울러 부채비율은 이번 3분기 기준 222.6%로 경쟁사 대비 높은 편으로 파악된다.
이에 외부 평가기관들도 다원시스의 신용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다원시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BB-(안정적)에서 BB-(부정적)으로 한단계 낮췄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철도차량 납품 지연에 따른 구조적인 운전자금 지출 등 차입 부담으로 신용도 전망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에 납품 지연에 따른 불안한 재무상태가 지속될 경우 수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