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보증·자금보충 없는 책임준공…경쟁사와 갈린 결정적 차이
15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오브코스 구로' 지식산업센터 PF는 증권사 주도의 차환 구조로 설계돼 있다. 시행사(SPC)인 마스턴제166호구로PFV가 차주로 PF 대출을 일으키고, 분양·임대 수입을 통해 이를 상환하는 구조다.
이 사업은 총 2330억원 규모의 PF 대출 가운데 일부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ABSTB)을 발행해 차환했으며, 차환 실패나 상환 부족이 발생할 경우 삼성증권과 하나증권이 대출채권 매입, 사모사채 인수, 자금보충 등을 통해 리스크를 흡수하도록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는 PF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이나 자금보충 약정 없이 책임준공 의무만을 부담하고 있다. '오브코스 구로'는 2024년 6월 분양이 본격화된 이후 착공 준비를 거쳐 공사에 착수했으며, 준공 목표 시점은 2026년 4월이다.
'오브코스 구로' 사업장은 증권사가 차환을 책임지고, 시행사는 분양을, 시공사는 공사만 맡는 구조라는 점에서 다른 건설사들과 차이가 난다. 다수 건설사들이 지식산업센터 등 대다수의 기타사업에서 시공사 자금보충, 연대보증, 중도금 대출 보증 등을 함께 부담하는 '3중 구조'에 노출돼 있는 것과 달리, 포스코이앤씨는 리스크를 직접 떠안지 않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조가 최근 지식산업센터 시장 침체 속에서도 포스코이앤씨의 PF 우발부채 부담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다른 건설사들은 분양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PF 부담이 가시화된 사례가 적지 않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분양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주거·업무시설로의 용도변경을 추진하는 한편, PF 관련 채무가 재무제표에 반영되며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등 재무 부담이 확대된 경우도 나타났다. 이는 시행사와의 공동 부지 매입이나 자체사업 참여 비중이 높았던 사업장일수록 PF 리스크가 시공사 재무로 직접 전이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자체 분양이나 시행 리스크를 애초부터 거의 부담하지 않는 사업 구조를 유지해 온 덕분에, 시장 환경 악화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평가다.
재무제표에서도 자체사업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건설재고자산(용지·미완성공사·완성·미분양 주택 등)은 약 1700억원으로, 자기자본(3조 2천억원) 대비 약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급 위주의 대형 건설사들도 통상 재고자산 비율이 10~30% 수준에 형성돼 있고, 자체사업을 병행하는 종합 건설사는 30~70%, 디벨로퍼 성격이 강한 건설사는 70%를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감안하면 포스코이앤씨의 재고자산 비율은 업계 평균과 비교해도 낮은 편에 속한다.
건설재고자산은 분양을 목적으로 보유한 토지와 공사 중·완료 후 미분양 자산을 포함하는 계정으로, 자체사업 비중이 높을수록 해당 자산이 누적된다. 포스코이앤씨는 이 건설재고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 2014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726억원으로 약 14% 감소했다.
적극 수주에도 PF 우발채무 1조 미만…시행 리스크 제한 효과
포스코이앤씨는 수주 단계에서 경쟁력 있는 조건을 제시하되,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위험을 외부와 분담하는 구조를 선호해 왔다. 즉 포스코이앤씨는 시공사로서 공사를 수행하되, 사업비 조달과 분양 리스크를 직접 떠안지 않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 같은 구조는 지식산업센터뿐 아니라 물류센터, 복합개발 등 기타사업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돼 왔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전략은 PF 리스크 관리에서도 확인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의 PF 관련 신용보강 잔액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약 9949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1조원을 밑돈다. 정비사업과 기타사업을 모두 포함한 수치로, 그간의 적극적인 수주 확대에도 불구하고 PF 우발채무는 관리 가능한 범위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연결 기준 우발부채 가운데 충당부채로 전환된 금액이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자본 대비 부담 역시 크지 않다. 자본총계 3조 2천억원 대비 PF 보증잔액 비율은 약 31% 수준으로, 통상 대형 건설사들의 PF 보증잔액이 최소 2~3조원대, 자본 대비 50~90% 구간에 형성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인 셈이다. 시행 리스크를 직접 부담하지 않는 구조가 PF 우발채무의 확대를 억제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렇듯 그간 쌓아놓은 PF 우발부채가 적은 덕분에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현대건설을 위협하는 도시정비 강자로 떠올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사업 유형별로 보면 PF 신용보강은 정비사업 본PF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기타사업 역시 담보대출이나 본PF 위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컨소시엄 사업의 경우 참여사별 지분에 따라 책임을 분담하는 구조였다. 포스코이앤씨는 PF 조달 과정에서도 토지 매입 단계의 브릿지론에는 신용보강을 지양하고, 사전 분양이나 임차인 확보 등 사업 안정성이 확보된 이후 본PF를 일으키는 방식을 선호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회사가 신용보강을 제공한 사업장들은 대부분 본PF 단계에 진입했거나 담보대출로 전환됐으며, 브릿지론 단계에 머물러 있는 PF 사업장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PF 리스크가 전혀 현실화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과거 알앤알 물류센터와 여주 삼교 물류센터 사업에서는 시행사(PFV)의 상환 실패로 신용보강 약정이 작동하며, 포스코이앤씨가 PF 채무를 대위변제한 사례가 있다. 당시 준공 지연과 임차인 확보 차질로 현금흐름이 악화되자, 책임준공과 조건부 채무인수 성격의 신용보강을 제공했던 시공사로서 부담이 전이된 것이다. PF 차입 주체는 아니었지만, 약정 구조상 최종 책임이 시공사로 넘어올 수 있는 사업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경험은 이후 포스코이앤씨의 PF 전략을 한층 보수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회사는 브릿지론 단계의 신용보강을 피하고, 분양·임차 안정성이 확보된 이후 본PF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기조를 강화했다. 아울러 무보증 구조를 지향하고 책임준공의 범위와 조건도 단순화해, PF 리스크가 전사 재무로 확산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재설계하는 모습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1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고, 지난해 기준 현금 및 예치금 규모가 PF 신용보강 잔액을 웃돌고 있다"며 "PF 보증이 일부 현실화되더라도 단기 유동성 부담으로 직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로 지식산업센터 PF처럼 시공 책임에만 머무르는 구조에서는 시공사가 직접 현금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회사는 시행 리스크를 직접 부담하기보다 시공에 집중하는 구조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며 "자체사업 비중을 최소화하고 PF 차입의 직접 주체가 되지 않는 전략이 최근 지식산업센터를 포함한 비주거 시장 침체 국면에서 방어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