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젠사이언스, 오너에 CB 몰아주기 논란…저가 지분 확보 도마
CB 콜옵션 매수권 한 회장 등 오너 일가로 넘겨
시세보다 낮은 전환가로 한 회장 등 지분 늘려
오너 일가 지분율 20% 육박…지분희석 우려도
공개 2025-12-1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6일 16:1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팜젠사이언스(004720)가 콜옵션을 행사해 사채권자로부터 되사온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회사는 해당 CB의 매수선택권을 오너인 한의상 회장과 그 특관인들에게 넘겼고, 이로써 실질적인 회사의 최대주주 한 회장 측은 현재 회사의 주가보다 싼값으로 지배력을 강화한 모양새여서 주주들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더해 주주들의 입장에선 대규모 신주 발행으로 인한 지분 희석 효과 발생도 불가피하다. 여전히 회사 주가 흐름은 CB의 전환가액을 웃돌고 있으며 미상환 잔여 CB 규모도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0%에 달하고 있어 추가적인 지분 희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진=팜젠사이언스 홈페이지)
 
33회 CB 122억원 전환청구…최대주주 변경 수반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팜젠사이언스는 전환사채권의 전환청구권 행사 내역을 공시했다. 지난 11일자로 33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담보부 사모 전환사채(CB) 권면 122억원에 대한 전환청구가 이뤄져 313만 6241주가 발행되며, 오는 29일 상장될 예정이다.
 
해당 CB는 회사가 지난 2021년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발행했다. 총 300억 규모로 'SC Lowy Financial (HK) Limited'가 150억원, 'Linden Capital L.P'가 150억원을 인수했었다.
 
그런데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와 같은 날 올라온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이번 전환청구권 행사로 최대주주가 에이치디투자조합외 5명에서 한의상 외 5명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팜젠사이언스그룹을 이끄는 한의상 회장의 보유 주식 수는 기존 41만9463주(지분율 2.23%)에서 247만6018주(지분율 11.28%)로 변경될 예정이다.
 
33회차 CB 발행 당시 팜젠사이언스는 인수인별로 각 135억원씩, 총 270억원에 대한 매도청구권(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회사는 지난 2022년 6월13일 270억원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했고, 나머지 30억원을 매수했다. 이어 270억원에 대한 매수선택권을 특수관계자 및 임직원을 포함한 제3자에게 14억8500만원에 매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로써 33회차 CB의 전환 및 상환 여부는 모두 한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의 손에 달려 있는 모양새가 됐다.
 
 
 
주가보다 싼값에 오너 지배력 강화…추가 지분 희석도 우려
 
비교적 청구금액의 규모가 커졌을 뿐 33회차 CB에 대한 전환청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3분기 말까지 전환권 청구 누적금액은 78억원이었다. 우선 회사의 입장에선 주식 전환으로 부채를 떨쳐내버린 효과가 발생한다. 3분기 보고서 제출일 기준 미상환 잔액 177억원은 재무제표상 전액 유동부채로 분류돼있었다. 통상 CB는 부채로 잡혀있다가 전환청구로 주식 전환 시 자본으로 편입된다.
 
문제는 결과적으로 현 주가보다 싼값에 한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최대주주 에이치디투자조합은 지난 2020년 5월 설립된 투자회사인데, 최대출자자는 지분 23.33%를 보유하고 있는 한 회장이다. 이로써 에이치디투자조합의 지분율까지 포함해 최대주주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지분율 총합은 기존 12.26%에서 19.88%로 늘어나게 됐다.
 
지난 11일 전환청구된 내역만 놓고 봐도 발행주식수는 225만5639주, 전환가액은 3890원, 당일 팜젠사이언스의 종가는 4345원이었다. 시세와 전환가액의 차액 455원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약 14억원 싼 값에 신주를 발행받게된 셈인데, 이것만 해도 과거 회사가 270억원에 대한 매수선택권을 특수관계자 및 임직원을 포함한 제3자에게 매도하며 받은 금액과 얼추 비슷해진다.
 
또 다른 문제는 지분희석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전환청구된 내역만 해도 전체 발행주식총수의 16.67%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매수선택권이 한 회장과 그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에 있어 대량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유통 주식 수의 증가로 인한 주식 희석 부담은 분명히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미상환 전환사채의 잔여 권면 총액이 96억원으로, 246만7866주의 추가 발행 가능성이 지분희석 우려를 더한다. 이날 오전 9시40분 기준 회사의 주가는 4135원으로 전환가액 3890원을 웃도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추가 전환청구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전환청구로 새롭게 발행되는 주식 수를 감안하더라도 전체발행주식총수의 11.24%에 달하는 물량이 전환 대기 중인 셈이다.
 
팜젠사이언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전환청구된 120억원 가운데 저희 회장님이 80억원 정도 했고, 나머지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측근들로 하신 걸로 알고 있다"며 잔여 CB의 전환 및 상환 계획을 묻는 질의에 대해선 아직 공유된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