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외화리스크)①고환율에 비용 압박…체력 한계 노출
3분기 대규모 적자…매출 감소-비용 증가 등 '환율 탓'
원-달러 환율 대미 투자 수요에 하락폭 제한 전망
공급망부터 달러 결제 일반화…정비는 개선 가능성
공개 2025-12-0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5일 14:2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고환율 장기화로 LCC(저비용항공사)의 비용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여행 수요 회복에 맞춰 항공기를 대거 늘린 결과, 운영·연료·정비·해외 지점 운영 등 달러 기반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며 환율이 비용 증폭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해외투자 지속 등으로 달러 강세가 구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LCC의 비용 압박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IB토마토>는 국내 LCC 업계가 환율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적 원인과 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국내 다수 LCC가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해 하반기 환율이 상승 추세를 강화하자 여행 수요가 감소했고, 달러 기반의 지출 규모도 자연스레 불어났다. 특히 환율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미 투자 등으로 달러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LCC의 비용 부담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항공산업 공급망이 달러 중심으로 구축된 탓에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명확한 대책이 부재한 실정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인천공항공사)
 
LCC 대규모 적자 행진…원인은 환율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 LCC들은 올해 3분기 들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상반기 이후 원-달러 환율이 오른 영향이 적자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서 비용에 환율 부담이라는 짐이 하나 더 얹어지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위 LCC 제주항공(089590)의 3분기 영업손실은 550억원(누적적자 1295억원), 티웨이항공(091810)은 955억원 적자(누적적자 2093억원), 진에어(272450) 225억원 적자(누적적자 65억원), 에어부산(298690) 285억원(누적이익 5억원)의 설적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LCC 실적의 특징은 매출이 감소와 비용 증가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보통 매출이 감소하면 비용도 함께 감소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달러 강세에 여행 수요가 둔화하는 반면 환율 효과로 비용은 더 커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말 달러당 1394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11월 말 1467원 수준으로 5.2%가량 뛰었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사 비용 중 달러로 지출되는 비용의 비중은 절반가량으로 추정된다. 해외 도착지에서 급유 및 자재 비용과 달러로 지출되는 항공기 리스 및 정비 비용 등이 근거다.
 
국내 LCC는 안전, 장거리 노선 확대 등 목적으로 항공기를 속속 도입 중이다. 환율 변동에 노출되는 부채도 함께 늘어나며, 환율이 수익에 미치는 영향도 더 커졌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환율 5% 상승 시 외화부채로부터 발생하는 순손실(이익 32억원 증가, 손실 322억원 증가)은 290억원에 달한다. 진에어는 환율 민감도 측정 결과 달러 환율이 10% 오를 때마다 당기순이익이 312억원씩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티웨이항공의 리스 부채 이자 비용은 지난해 3분기 275억원에서 올해 384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항공기를 보수적으로 늘렸던 진에어의 리스부채 원리금은 810억원에서 1035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달러 강세로 인해 여객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적 항공사 이용객 수는 1억272만명으로 지난해(1억1290만명)보다 1000만명 이상 감소했다. 여기서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FSC)가 잡고 있는 장거리 노선 수요를 제외하면 LCC 시장은 더 척박하다. 장거리 노선으로 영역을 넓힌 티웨이항공만 예외적으로 매출과 비용이 함께 증가했는데, 이는 LCC 시장의 매출이 현재 한계에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
 
 
구조적 고환율 전망에 고비용 고착화 우려
 
비용 문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미 투자 등으로 달러 수요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근거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 결과에 따라 연평균 200억달러의 대미 직접 투자가 예정돼 있다. 해외에서 달러 채권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달러를 마련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는 선택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원달러 환율을 최소 1400원 이상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구조적인 달러 수요 발생 등으로 환율 하락 폭이 제한될 수 있어 높은 수준의 환율이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다.
 
게다가 현 상황에서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다. 항공화물 사업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대형 항공사와 달리 LCC는 여객 운송 사업에 집중돼 있다. 일각에서는 항공기 수 감축 등 LCC의 ‘비용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항공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자구적인 노력과 함께 산업 생태계 강화 등 방안이 요구된다. 다만, 리스 등 항공사 재무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의 변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항공기 공급망의 출발점인 보잉과 에어버스가 달러로 항공기 가격을 달러로 책정하므로 파생되는 거래는 달러 기반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항공기 리스사는 구매 자금 조달도 달러로 한다. 이에 맞춰 현금흐름도 달러로 맞춰야 하기 때문에 리스료도 달러로 받는다. 그 외에 항공기 보험, 연료, 정비 모두 달러 기반 거래가 일반적이다.
 
정비 시장의 경우 달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LCC업계의 정비 수요를 받아줄 수 있는 국산 정비 업체가 부족하다. 국내에서는 KAI(한국항공우주(047810)) 자회사 KAEMS(캠스)가 민항기 정비 사업을 일부 수행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고환율로 인해 LCC업계 전반에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라며 “향후 상황이 개선되려면 환율이 안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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