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이차전지 분리막 전문기업
더블유씨피(393890)(WCP)가 상반기 외형 축소와 영업적자 전환으로 재무 부담이 가중되자 결국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현금 보유액이 빠듯해진 만큼, 외부 자금 조달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황 침체로 실적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CB 발행이 단기 유동성 방어를 넘어 중장기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더블유씨피 홈페이지 갈무리)
실적 악화에 재무 압박…유동비율 50%대 추락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더블유씨피의 올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545억원으로 전년 동기(2390억원) 대비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외형이 1년 새 4배 이상 쪼그라든 셈이다. 수익성도 나빠졌다. 지난해 상반기 24억원 흑자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올해 같은 기간 56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차전지 소재 전방 수요 둔화와 판가 하락, 고정비 부담이 맞물리면서 손익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재무 지표도 불안하다. 상반기 기준 유동비율은 56.34%로 단기 지급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특히 만기를 앞둔 차입금이 회사 재무구조를 압박하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1667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은 1107억원으로 총 2774억원에 달한다. 반면 회사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531억원에 불과해 차환과 운영자금 마련이 시급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더블유씨피는 신한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3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추진, 최근 발행 절차를 마무리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딜에는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가 180억원을 책임지며 최대 투자자로 나섰고, 이외에도 사모투자펀드(PEF), 증권사,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탈(VC) 등 다양한 기관이 참여했다. 한양증권, 히스토리투자자문, 시너지IB투자, GVA자산운용, 람다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파인밸류자산운용, 씨스퀘어자산운용, 라이프자산운용 등이 고르게 자금을 집행하며 투자자 포트폴리오를 형성했다.
발행 조건은 표면금리 3%, 만기금리 5%이며 전환가액은 7396원으로 책정됐다. 현재 주가가 7100원대에 형성돼 있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진입 가격으로 평가된다. 전환가액의 최저 조정 한도는 5178원으로 설정돼 있어, 시장 변동성에도 일정 수준 방어가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된 이차전지 섹터에 대한 선제적 베팅 성격이 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달 자금은 주로 운영자금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원재료 매입과 법인 운영비 집행 등 당장의 현금 유출을 감당하기 위한 성격이다. 일부는 단기차입금 차환에도 활용된다. 실제로 회사는 580억원 규모 단기차입금 만기를 앞두고 있어 자금 조달을 통한 차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CB 발행은 한시적 '숨고르기'에 불과
하지만 이번 CB 발행이 근본적인 재무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장 상반기 말 기준 2700억원이 넘는 단기성차입금에 비하면 360억원 규모 조달은 한시적 ‘숨 고르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더욱이 전방 산업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외부 자금 조달 압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업계 시각도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이번 CB 발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황이 침체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만큼, 향후 시장 반등 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력 사업인 전기차(EV)용 습식 분리막과 세라믹코팅 분리막(CCS) 시장은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높게 평가받는다. 글로벌 전기차 보급률 확대가 이어지는 한 수요는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본격적인 흑자 전환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단기차입 부담이 크다는 점은 여전히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 3220억원에 영업손실 70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기조를 이어간 만큼, 실적 개선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CB 발행을 통한 유동성 확보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차입금 상환 계획과 함께 수익성 개선 전략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다면 자금시장 신뢰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IB토마토> 더블유씨피 측에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수익성 개선 전략이 있는지, 만기 앞둔 차입금 상환 계획 및 추가적인 외부자금 조달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해 질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