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티지랩, 1년 만에 CB 전환 봇물…오버행 우려 현실화
2회 CB 전환청구기간 도래 직후 78% 전환 청구
발행주식총수 15%에 달하는 물량 내달 20일 상장
김주희 대표 지분율도 11.88%까지 하락 예고
공개 2025-10-0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9일 13:5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인벤티지랩(389470)이 지난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했던 총 3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전환기간이 도래하자마자 채권자들의 주식 전환 청구가 잇따르고 있다. 전환가액의 두 배를 웃도는 주가의 흐름에 투자자들이 서둘러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보유하고 있는 콜옵션을 적극 행사해 유통 물량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인데, 이미 전환가능주식수의 78%에 해당하는 물량이 전환청구가 완료된 상태라 충격 완화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다.
 

인벤티지랩 R&D센터 (사진=인벤티지랩 홈페이지)
 
390억원 규모 2회차 CB 발행 1년만에 306억원 전환청구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인벤티지랩은 최근 들어 2건의 전환청구권 행사 내역을 공시했다. 지난 22일 246억원 규모 129만6335주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됐으며, 23일에는 60억원 규모 31만3421주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이는 모두 지난 2024년 9월 발행된 2회차 CB에 대한 전환청구권 행사다. 당시 인벤티지랩은 운영자금 240억원과 GMP 구축 비용 15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총 390억원 규모로 CB를 발행했다.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3%다.
 
이후 지난 9월20일 전환청구기간이 도래했고, 사채 발행 1년만에 전환청구가 시작된 것이다. 우선 CB의 주식 전환으로 일정 수준 재무구조 개선이 기대된다. 통상 CB의 전환이 이뤄질 경우 그간 부채로 계상돼 있던 CB가 자본으로 인식되면서 부채비율 개선과 함께 자본확충 효과가 발생한다. 올해 반기말 기준 회사의 부채비율은 105.08%다.
 
현재 2회차 CB의 전환가액은 1만8984원으로 지난해 발행 당시와 동일하다. 약물전달 기술 플랫폼 기업인 인벤티지랩은 그간 주가 상승 모멘텀을 꾸준히 발생시키며 주가를 부양해 왔다. 지난 8월에도 독일계 글로벌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개발 계약을 1년만에 물질이전계약(MTA)로 확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회사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회사의 주가는 4만4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환가액 대비 135.46% 높은 수치다. 이처럼 전환가액을 한참 웃도는 주가를 감안했을 때, 이번에 전환을 청구한 사채권자들은 서둘러 차익실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첫 전환청구 공시 시점 인벤티지랩의 발행주식총수는 1075만9313주로 집계된다. 두 건을 합쳐 총 160만9756주가 오는 10월20일 상장될 예정인데, 이는 발행주식총수의 14.96%에 달하는 규모다. 사실상 대규모 매도가 기정사실화된 물량이 쏟아지며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현실화된 모양새다.
 
 
 
주식가치 희석과 최대주주 지배력 약화 불가피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사채권자가 대규모 주식 전환을 선택하면서 신주 발행으로 인해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손해가 불가피하다. 소액주주들이 소유한 주식 수는 지난해 말 기준 734만610주로, 당시 총발행주식수의 72.64%에 해당한다.
 
여기에 더해 현재 추가 전환이 가능한 2회차 CB 잔여 주식 44만4597주가 남아있다. 전환가액 대비 주가의 흐름이 좋은 만큼 향후 잔여 물량의 전환 청구에 따른 오버행 부담 가중 및 추가적인 주식 가치 희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최대주주 지배력 약화도 우려스럽다. 올해 8월27일 기준 최대주주인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의 소유 주식 수는 146만9347주, 지분율은 13.66%다. 이번에 김 대표가 보유한 주식 수보다 많은 양의 신주가 발행되고 나면 최대주주 개인의 지분율은 11.88%까지 떨어지게 된다.
 
김 대표 보유 주식에 현재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 등기임원 3인의 보유 주식, 공동보유자로 기재된 피스투에스코리아의 보유 주식 수를 모두 합치면 241만5197주다. 현재로서는 22.45%의 지분율을 확보한 상태지만, 신주 발행 이후 지분율은 19.53%로 변동, 20% 수준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주식 수 증가에 따른 시장 영향에 대해 기존 주주들이 우려를 갖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2회차 CB 발행 시 설정된 콜옵션(매도청구권)을 적극 행사해 실제로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을 적극적으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일부터 인벤티지랩 혹은 인벤티지랩이 지정하는 제3자가 15% 이내에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다. 다만 이미 전체 2회차 CB의 78.36%에 해당하는 수량에 대한 전환청구가 이뤄진 상황에서 구체적인 콜옵션 관련 공시나 소식이 전해지지 않아 회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규모 물량 출회 충격을 방어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인벤티지랩에 2회차 CB 사채권자와 콜옵션 및 전환청구 협의 여부, 최대주주 지배력 약화 우려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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