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솔테크닉스(004710)가 반도체 부문 호조로 단기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오리온테크놀리지 인수와 대규모 설비투자(CAPEX) 계획으로 인해 재무부담이 다시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회사가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보이고 있음에도 차입 의존이 불가피한 구조가 이어질 경우, 이번 실적 반등이 단순한 일시적 숨고르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한솔테크닉스)
22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한솔테크닉스의 연결 매출액은 1조1995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2.8%로 1.0%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호치민 법인의 생산라인 전환 비용, 저부가 제품 판매 확대, 태양광 모듈 매출 급감 등 복합 요인이 작용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반도체 부문의 회복세와 모바일 조립 사업 수익성 개선으로 영업이익률이 5.1%까지 오르며 전년 동기 대비 1.0%포인트 개선됐다.
부문별 실적을 보면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7% 늘어난 95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8.6%로 6.9%포인트 상승하며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삼성전자 모바일·가전 제품 출하 증가에 따라 파워보드와 휴대폰 조립 부문 매출도 각각 19.2%, 20.4% 확대됐다. 반면 태양광 모듈 부문은 신규 프로젝트 부재와 중국산 공급 확대로 매출액이 251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감소했다.
재무구조는 과거 대비 개선됐지만 단기적으로 다시 부담이 늘고 있다. 박원우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한솔테크닉스의 지난해 말 순차입금은 724억원으로 전년 대비 634억원 줄었지만, 올 상반기 기준 797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76.5%, 차입금의존도는 24.5%를 기록해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투자 집행에 따라 레버리지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사진=한국기업평가)
향후 가장 큰 변수는 투자와 인수다. 회사는 2025~2026년 동안 파워보드와 반도체 세정·코팅 부문 증설을 위해 매년 500억~6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자체 영업현금창출력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추가 차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 7월 676억원을 들여 선박엔진 컨트롤러 제조사 오리온테크놀리지를 인수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재무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오리온테크놀리지는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160억원(2024년 기준)을 기록한 수익성 높은 회사지만, 2028년까지 IPO에 실패하면 한솔테크닉스가 잔여 지분 50%를 추가로 인수해야 하는 의무도 안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보면 한솔테크닉스는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아 실적 변동성이 크다. 최근 3년간 매출의 약 75%가 삼성전자향으로 발생했으며, 파워보드 매출의 경우 TV 40%, 스마트폰 40%, 가전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편중 구조는 대형 고객사 출하량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글로벌 IT 수요 부진과 미국발 무역 규제, 태양광 모듈 수급 악화 같은 대외 변수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회사가 반도체 중심의 이익 창출력을 지키는 동시에 신규 인수와 투자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번 반등은 단순한 일시적 회복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따라서 향후 한솔테크닉스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지가 시장의 핵심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