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 매출총익 흑자에도 영업적자 그대로…대손비용 70억 부담
상반기 매출 29.8% 증가…매출총이익 흑자 전환
대손상각비 70억으로 급증…영업손실 개선은 미미
급속충전 지원·경쟁 완화…CPO 수익성 개선 주목
공개 2026-11-05 07:20:00
이 기사는 2026년 11월 03일 17:2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전기차 충전 전문기업 채비가 올해 상반기 매출총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대손상각비가 급증하면서 판매비와관리비 부담이 커졌고, 이로 인해 매출총이익 개선 효과가 상쇄됐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급속충전 보조금과 경쟁사 이탈 등으로 충전서비스(CPO)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 채비의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채비)
 
판관비 41.7% 급증…매출총이익 개선분 '상쇄'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채비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496억원으로 전년 동기 383억원 대비 29.8% 늘었다. 부문별로는 CPO 부문이 285억원, 충전기 제조·판매 부문이 212억원이다.
 
다만 외형 성장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총이익은 34억원으로 전년 동기 35억원 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판매비와관리비 부담이 이를 상쇄했다. 같은 기간 판관비는 231억원으로 전년 동기 163억원 대비 41.7% 급증했다. 매출총이익 개선 폭이 69억원인데 판관비 증가액이 68억원에 달하면서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197억원으로 전년 동기 198억원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판관비가 급증한 배경에는 대손상각비가 자리한다. 전년 동기 9억원이던 대손상각비가 올해 상반기 70억원으로 7.6배 늘었다. 판관비 증가분 68억원 중 대손상각비 증가분 61억원이 89.9%를 차지한다. 대손상각비는 외상 매출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을 때 예상 손실을 미리 비용으로 잡는 회계 항목이다.
 
대손상각비를 비용으로 잡은 만큼 손실충당금도 불어났다. 매출채권 등에 대한 손실충당금은 지난해 말 2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89억원으로 늘어 채권 총액 342억원의 26.2%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말 지급기일이 3개월 넘게 지난 채권도 174억원으로 전체의 51%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 23.9%보다 비중이 두배 넘게 커진 상황이다.
 
매출채권이 현금으로 회수되지 못하면서 현금흐름도 저하됐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142억원으로 전년 동기 -84억원보다 적자 폭이 68.9% 확대됐다. 이로 인해 차입 부담이 커지면서 올해 상반기 이자비용은 36억원으로 전년 동기 13억원보다 2.8배 늘었다. 결국 매출총이익이 흑자로 돌아섰지만 대손상각비와 이자비용이 이를 갉아먹으면서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224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채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북미에서 전기차와 관련한 정책이 비우호적으로 변화하면서 시장 전반에서 충전기 제조와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대손상각비 규모가 증가한 것도 북미 쪽에서 대금 지급이 늦어진 영향이 크기 때문에 현재 충전기 제조와 판매 부문의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고 말했다.
 
CPO 중심 사업 구조 재편…수익성 개선 속도 붙을까
 
다만 업계에서는 채비의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채비는 충전기 제조 위주 사업에서 전기차 CPO 사업 체제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했는데 최근 전기차 충전 시장 구조도 유리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급속 충전 CPO 사업의 기여도가 클 전망이다. 충전소 사업은 부지 임차료와 전기 요금,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충전소 이용 횟수가 많을수록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충전 시간이 짧고 하루에 더 많은 차량을 받을 수 있는 급속충전은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급속 충전의 수요도 계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충전은 상당 부분 자택에서 이뤄지지만, 자택에 충전시설이 없거나 장거리를 이동하는 차량은 공용 급속충전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 국내 완속충전기의 75%가 아파트 단지에 설치돼 있어 주거지 밖 충전 수요는 급속이 맡아야 하는 구조다. 이 수요는 전기차가 늘수록 커진다. 올해 8월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116만 1000대로 전체 자동차의 4.4%를 차지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급속충전기 1대당 전기차 수가 2030년 29대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도 우호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올해 급속충전기 보조금 예산은 2843억원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완속충전기 예산은 지난해 2130억원에서 올해 1100억원으로 48% 줄었다. 급속과 완속을 합친 예산에서 급속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7.2%에서 올해 72.1%로 커졌다. 완속은 공동주택 설치 의무 등으로 이미 많이 보급된 만큼 정부가 충전 인프라의 질과 운영 효율을 높이는 급속 쪽으로 투자 방향을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CPO 사업에 있어 업계 경쟁 강도가 감소하고 있어 채비의 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주요 대기업들이 국내 충전 인프라 시장에 신규 진입했지만 지난해부터 이들의 CPO 사업 철수가 가시화됐다. 채비를 포함한 기존 CPO 기업들이 공공부지를 이미 선점한 데다 신규 진입 기업들은 민간 부지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채비는 올해 9월 기준 6150면의 급속 충전면을 확보해 업계에서 가장 많은 급속 충전면을 보유한 상태다. 특히 충전소 이용이 늘면서 운영 고정비 부담이 줄어든 영향으로 CPO 부문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10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5억원으로 줄었다. 급속충전 중심의 시장 재편 속에서 향후 CPO 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전사 실적을 견인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충전기 제조 부문과는 다르게 CPO 부문은 수익성이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전기차 판매 규모도 점점 확대되고 있는 만큼 향후 CPO 사업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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