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민지 기자]
SK이터닉스(475150)가 발전소 장기수익을 노리고 솔라닉스 시리즈에 대한 지분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발전소 상업개시가 늦어지면서 투자금 회수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 사업 법인인 솔라닉스는 1호부터 5호까지 5개 법인으로 확장됐지만 실질적인 상업가동은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수익화가 늦어지자 솔라닉스에 대한 지분법손실이 누적되며 별도 순이익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특히 발전소 사업 운영을 위한 초기 지분투자와 사업 운영을 위한 추가 자금조달은 계속되는데 현금 유입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로 당분간 SK이터닉스의 재무 부담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SK이터닉스 홈페이지)
솔라닉스 5개 법인 장부가 모두 0원…대여금도 69억 '손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터닉스가 태양광발전사업 특수목적법인(SPC) 솔라닉스 법인에 대한 투자 회수가 장기화되면서 재무부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전소 매각과 지분 투자를 결합한 SK이터닉스 특유의 사업모델이 솔라닉스 발전소의 상업가동 장기화와 맞물리면서 삐걱대는 모습이다.
SK이터닉스는 태양광 발전소를 짓거나 완공된 자산을 매입한 뒤 솔라닉스 법인에 매각해 일회성 매각차익을 확보한다. 매각 이후에는 솔라닉스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발전소가 실제 전력을 판매하기 시작하면 장기간 지분법이익을 가져가는 전략이다. 그런데 솔라닉스 발전소의 상업가동 개시가 늦어지면서 이 장기수익 전략이 정반대로 손실만 쌓이는 구조가 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SK이터닉스가 지분을 보유한 솔라닉스 1호부터 5호까지 5개 법인은 모두 지분법손실이 누적돼 장부금액이 0원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손실이 지분 투자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SK이터닉스가 솔라닉스 시리즈에 제공한 장기대여금까지 지분법손실 적용 대상이 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대여금 잔액은 1호 158억원, 2호 138억원, 3호 130억원, 4호 48억원으로 4개 법인 합산 474억원에 달하는데 이 역시 SK이터닉스의 순투자로 분류돼 지분 장부가를 넘어서는 손실이 기대신용손실충당금 형태로 추가 반영되고 있다. 이렇게 대여금에 반영된 손실 규모만 상반기까지 총 70억원이다.
기대신용손실충당금은 빌려준 자금을 상대방의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을 감안했을 때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손실로 반영하는 항목이다. 솔라닉스 발전소의 상업가동이 계획보다 지연되면서 SK이터닉스가 투자 손실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자산 매각 이후 지분 투자를 통한 추가적인 장기수익을 노리는 전략이 발전소 가동 지연이라는 변수를 만나면서 오히려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을 계속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SK이터닉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솔라닉스 각 법인은 현재 태양광 발전소의 개발·건설 및 자산 편입이 진행 중인 단계로 발전소 운영수익이 정상화되기 전에 사업개발용역비와 금융비용 등이 선반영되면서 비용이 계상된 것"이라며 "현재 각 법인에 편입된 발전소에서는 전력판매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잔여 발전소의 상업운전 개시와 전체 포트폴리오 운영이 100% 완료되면 전력판매 수익을 기반으로 각 법인의 손익도 순차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보충약정 3269억에 총차입금도 2배…유동성까지 '빨간불'
SK이터닉스가 솔라닉스 시리즈에 짊어진 부담은 지분투자와 대여금에 그치지 않는다. 솔라닉스 1호·2호·3호·5호 4개 법인이 보유한 대출에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 3269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브릿지론 대출에 대한 약정으로 각 법인이 사업비나 대출 원리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지 못할 경우 SK이터닉스가 후순위 대출 등의 방식으로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조건이다. 발전소 수익화가 예정보다 늦어질수록 이 우발채무가 실제 자금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무엇보다 뚜렷한 수익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SK이터닉스는 솔라닉스 발전소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솔라닉스 5호에 289억원을 추가로 조달했고 솔라닉스 6호에 대한 신규 출자도 예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일부 발전소의 상업운전 개시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은 6호까지 계속 확장되면서 운영 자금 조달 부담만 함께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초기 지분출자와 추가 자금 조달 부담은 지속되는 반면 현금 회수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 구조는 SK이터닉스의 현금흐름과 유동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마이너스(-)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437억원 대비 적자 폭이 2배 이상 확대됐다. 같은 기간 잉여현금흐름(FCF)도 -924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창출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대규모 지분투자까지 이어지면서 차입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솔라닉스를 비롯한 SK이터닉스의 지분투자액은 2024년 1612억원, 2025년 497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311억원을 기록했다. 자체 현금창출력으로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외부 차입이 늘어나 총차입금은 2024년 말 2842억원에서 2025년 말 4508억원, 올해 상반기 말에는 5792억원까지 계속 불어났다.
유동성 압박도 심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차입금(유동성장기차입금 포함)은 3221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크게 늘었지만 현금성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은 1088억원에 그쳤다. 통상 현금성자산이 단기성차입금을 하회하면 단기 지급능력이 저하된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SK이터닉스의 자체 재무구조도 저하된 상태에서 솔라닉스 발전소의 수익화가 늦어질수록 손실 누적과 추가 자금조달로 인한 재무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되는 발전소 현금흐름 구조상 초기 지분출자 부담이 크기 때문에 부족자금을 차입금으로 충당하면서 재무안정성은 약화될 전망"이라며 "다만 PF·브릿지론 대출에 제공된 SK이터닉스의 자금보충약정은 아직 발전소 수익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 감안되고 있어 실제 리스크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SK이터닉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재무분석 및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진 상태에서 자금보충약정이 이뤄졌으며 자금보충으로 산정된 금액은 안정적인 관리하에 리스크가 거의 없이 상환이 완료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