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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페루로 넓힌 'K-전차'…총괄합의의 이면
현대로템, 페루 정부·FAME과 공급 협력 합의
규모·가격 등은 미확정…총괄합의는 계약 전 단계
해외 방산 특성상 이행계약까지 변수 남아
공개 2025-12-10 16:23:48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0일 16:2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철도차량·군사장비 제작업체 현대로템(064350)이 페루 육군과 K2 전차·장갑차 공급을 전제로 협력에 나섰다. 이번 합의는 중남미에서 국내 방산기업이 초대형 지상장비 수출 기회를 확보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매출이 확정된 계약이 아닌 총괄합의 단계에 불과해 향후 이행계약 결과에 따라 규모와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현대로템 홈페이지)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페루 육군 및 국영 조병창(FAME)과 K2 전차 및 차륜형 장갑차 공급을 위한 '총괄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날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공급 대상은 K2 전차 54대, 차륜형 장갑차 141대 등 총 195대로 추정된다. 정부는 계약이 성사될 경우 수출 규모가 최대 3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현대로템은 지난 6월 폴란드와 60억달러 규모의 2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합의로 중남미에서도 대형 수출 교두보를 확보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현대로템은 최근 방산 부문 수출 비중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2025년 3분기 디펜스솔루션 부문 매출 중 수출은 1조 6969억원으로, 내수(6585억원)의 약 2.6배 수준이다. 방산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이 약 72%를 차지하고 있어, 이번 합의가 수출 중심 체질 강화 흐름 위에 더해지는 외형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만 공시 문구를 자세히 보면 신중한 해석이 필요한 대목도 적지 않다. 공시에는 “최종 계약 사항이 아니며, 구체적인 계약금액·물량·계약 조건은 향후 이행계약 체결 시 확정된다”고 명시돼 있다. 공급 협력의 틀만 마련된 단계일 뿐, 실제 매출로 이어질지는 향후 계약 체결 여부와 조건 조율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또 총괄합의는 해외 군수사업에서 흔히 거치는 절차지만, 방위산업 특성상 협상과 설계 조정이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산 배정, 현지 생산 방식, 기술 이전 조건, 장비 규격 조정 등 여러 변수에 따라 계약 규모나 납기 일정이 바뀌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공시 문구에 '이행계약 전제'가 강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상대방이 해외 정부과 국영 방산기관일 경우, 조율 과정이 길어지고 구조가 변동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매출 인식 시점 역시 변수다. 방산 계약은 납품 또는 단계별 검수 이후 매출이 인식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실질적인 재무 효과는 수년 뒤로 미뤄지는 구조다. 특히 현지 조립 방식이나 장비 기술 이전이 포함되면 원가 구조와 이익률이 달라질 수 있어, 계약 규모가 크다고 해서 수익성이 그대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이번 공시는 기대와 경계가 함께 언급되고 있다. 방산 외교를 통한 수출 기회 확대라는 긍정 요인이 있는 반면, 이행계약까지의 절차와 조건 조율에 따라 사업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남는다. 총괄합의는 수출 가능성이 구체화되는 신호로 볼 수 있지만, 향후 어떤 계약 조건과 생산 구조가 확정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시를 단순 호재로 보기보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드러날 리스크와 기회를 함께 점검할 시점으로 보는 분위기로 감지하는 모습이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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