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국내 호텔업계가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여기에 K-붐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도 국내 호텔로 향하고 있다. 국내 호텔산업은 외래관광객수의 증감이 실적에 직결되는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K-콘텐츠와 연계한 관광 산업 육성과 방한 외국인 확대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IB토마토>는 변곡점을 맞은 국내 호텔산업의 현황과 성장 가능성, 그리고 향후 전망을 다각도로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인구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체류형 관광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호텔 유치를 위한 민간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는 추세다. 러브콜을 받은 호텔 기업들은 초기 투자 비용과 리스크를 줄인 '위탁 운용' 방식으로 지방 출점을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 김해 외관. (사진=롯데호텔앤리조트)
서울·제주도에 럭셔리 호텔 몰려 양극화 심화
27일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국내 4~5성급 호텔 200개 중 36%인 72개가 서울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을 모두 합친 수와 동일한 수준이다. 서울에만 5성급 26개, 4성급 46개 호텔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 다음으로는 제주도 내 4~5성급 호텔이 총 33곳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서울에 비해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광주·세종·충북·충남·경남·전북 등 6개 지역 내 5성급 호텔이 없어 지역별 호텔 인프라 격차가 극심한 실정이다. 1성급부터 5성급까지 통틀어서 호텔이 가장 적은 지역은 세종으로 지역 내 4성급과 2성급 호텔 단 2개만 존재했다. 이어 충남(4개), 대전(11개), 광주(12개), 울산(13개), 충북(14개), 전북(18개)로 호텔 수가 적게 나타났다.
지방 지역 호텔이 부족하다 보니 올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당시에도 객실 부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경주가 위치한 경북에는 5성급 호텔 2개와 4성급 호텔 4개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불안을 잠재우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월28일 뉴욕타임즈는 "대한민국 개최불안: 역사 깊은 도시지만 호텔 객실은 부족하다(South Korea’s Hosting Anxiety: A City Rich in History but Not Hotel Rooms)"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방 호텔 객실 수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방 호텔 시설 확충을 위해서는 단순한 공급 확대뿐만 아니라 수요 확대도 필요하다. 지방 지역에서도 꾸준한 수익성을 낼 수 있어야 호텔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러브콜에 위탁운영 방식 진출 잇따라
호텔 기업들은 위탁운영 방식으로 지방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호텔을 운영하는 방식에는 호텔 소유 주체가 직접 호텔을 운영하는 소유주 직영 방식과 위탁 운영, 프랜차이즈 운영 방식, 호텔 소유주가 호텔 전체를 임대해 주는 방식의 임차 운영 등이 있다.
이 중 위탁운영은 토지 매입과 건물 건설 없이 운영권만 가져와 호텔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호텔 소유주는 건축과 시설 등 자본을 투자하고 호텔 운영은 운영사가 전담한다. 운영사는 토지를 매입해 호텔을 직접 건설하는 기존 방식보다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이 적고 상표 사용권과 경영 노하우 등을 제공, 전체 호텔 수익에서 일정 비율의 운영 수수료를 수취해 수익을 얻게 된다.
위탁운영 방식으로 호텔기업들의 지방 진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최근 경남 지역 진출이 잇따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호텔신라(008770)는 지난 2023년 남해군과 '남해 창선 관광숙박시설 개발사업'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오는 2026년까지 신라모노그램 남해 리조트를 완공할 예정이다. 총사업비는 2300억원 규모로, 5성급 호텔과 콘도미니엄·부대시설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롯데호텔앤리조트가 김해에 5성급 호텔을 개관했다. 250개 객실과 식당, 수영장, 골프연습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로 구성됐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김해 지역 최초의 가족호텔 5성 등급을 획득함으로써 시장을 선점함은 물론 가족 단위와 프리미엄 수요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수도권 호텔 대비 지방 호텔과 리조트의 경우 수도권 대비 토지 비용이 낮아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을 확보할 수 있고, 넓은 객실과 차별화된 부대시설 등으로 다양한 고객층을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입지와 도심 인근의 인프라, 접근성, 비수도권 내 가족·레저 수요의 성장세 등이 수익성 등도 호텔 기업이 지방에 진출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호텔신라와 롯데호텔앤리조트가 잇따라 진출한 경남지역은 남해안과 동해안에 인접한 지리적 위치에 따른 자연 경관 등을 바탕으로 최근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이 올해 1월부터 10월동안 낸 통계 조사를 살펴보면, 외지인 방문자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6.1% 증가했으며, 숙박방문자 비율과 체류시간은 각각 4.6%, 4.8% 상승했다. 이에 경남 관광소비합계도 지난해 동기 대비 0.6% 늘었다.
(사진=한국관광데이터랩)
이외에도 호텔신라는 신라스테이와 신라스테이 플러스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주, 대구, 제주 이호테우 등에도 진출했다. 신라스테이는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로 3~4성급 호텔로, 신라스테이 플러스는 레저를 결합한 4성급 호텔로 분류되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위탁운영하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지방 지역 진출할 때에는 시장성 등을 주요 요인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인프라와 관광 자원이 풍부한 지역을 우선순위로 고려하고 있다"라며 "좋은 조건이 있다면 향후에도 지속적인 출점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