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방금융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 기업의 연쇄 부실을 막고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정책금융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완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당국은 자금 공급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 장기적 대안을 제시하고 지방금융의 구조적 체질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IB토마토>는 현행 지방금융의 공급 실태와 정부의 전환 대책을 분석해 그 실효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지방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이 경영 악화로 정체성마저 흐려지자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붙였다. 건전성과 수익성이 함께 무너지면서 서민금융 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못해낸다는 판단에 따랐다.
(사진=금융위원회)
영업 기반 약화 지속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 2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9000억원 감소했다. 보험업권은 상황이 개선된 반면, 상호금융권은 증가 폭이 줄어 반대 상황에 처했다. 저축업권 가계대출도 마찬가지다. 저축업권에서는 5000억원의 가계 대출이 빠져나갔다. 특히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가계대출뿐만 아니라 총여신도 감소세다.
3분기 말 업권 총여신은 93조4000억원으로, 직전분기 대비 1조5000억원 감소했다. 기업대출은 45조6000억원, 가계대출은 40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줄어들었다. 저축업권은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으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영향과 영업권 제한 등으로 영업 기반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방 소재 저축은행 현황은 더욱 심각하다. 저축업권 여신 공급 비중은 수도권이 65.9%으로 절반이 넘는다. 비수도권 비중은 34.1%에 불과하다.
저축은행의 자산 현황 등도 수도권과 차이를 보인다.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은 총 79곳으로, 이 중 서울과 경기권 저축은행을 제외한 지방저축은행은 37곳이다. 부산·경남지역에서는 고려저축은행, 우리금융저축은행, IBK저축은행 등 자산 규모 1조원 이상 저축은행은 세 곳뿐이다. 대구, 경북, 강원 지역에는 1조원 이상 저축은행이 없고 호남은 한 곳, 충청지역은 두 곳이 전부다. 자산 변화도 현저히 적다. 총자산이 대부분 감소한 데다, 거래자 수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상호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의 상반기 순익은 41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63억원 감소했다. 무려 60.8%나 줄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6.27%로 전년 말 대비 1.01%p 상승했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은 8.48%로 전년 말 대비 1.73%p 올랐다. 새마을금고 연체율도 8.37%로 지난해 말 대비 1.56%p 상승했다. 지난 2023년 말과 비교하면 3.3%p 차이다. 상반기도 지난해 연말 대비 2조원 감소했다.
두 업권 모두 최근 몇 년간 건전성 개선 우선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상호금융권은 저축은행 대비 소극적으로 부실을 정리한 탓에 부동산 개발성 대출 부실이 대손비용 증가로 이어지면서 순이익이 감소한 탓에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양 업권 모두 부실채권을 정리해 건전성을 개선하고 수익 기반을 다질 계획이나, 경기 회복이 더뎌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 기반 개선 우선… 효과는 지켜봐야
저축업권과 상호금융업권이 건전성 개선에 주력하는 사이 영업 기반마저 약해지자 금융당국은 서둘러 대책을 내놨다. 신용평가체계(CSS)를 고도화하고 건전성 제고를 위해 대출 확대 기반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위원회는 우선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CSS를 개선하기로 했다. 지역 소재 서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신용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저축은행업권은 중앙회를 중심으로 중소형사 맞춤형 CSS 개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연계 확대를 추진한다. 업권에 따르면 지난 9월에도 저축은행 20개가 금융위원회에 P2P금융 개인신용대출에 대한 연계투자를 혁신금융서비스를 추가로 신청했다.
상호금융도 중앙회를 중심으로 역량을 강화한다. CSS를 강화하고, 온투업 연계투자 허용도 검토한다. 중장기적으로 관계형 금융 신용평가모델 개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각 업권의 부실채권(NPL) 자회사도 추후 자산관리회사로 확대 개편할 계획으로, 저축은행중앙회의 경우 지난달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비수도권 대출의 한도 산정 요건도 완화해 저축업권과 상호금융업권의 지방 금융 공급 확대하는 등 다방면으로 지원책을 내보이고 있다.
다만 업권에서는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전성과 서민금융 강화 한꺼번에 챙기기에는 무리라는 평가다. 당국은 건전성 개선을 위해 PF성 대출과 신규주택 구입자금 대출 축소를 요구하는 한편, 건전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은 확대해 서민 친화 금융 역할도 강조했다.
하지만 실행하기에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예금 거래와는 달리 대출은 상환까지 차주의 상환 능력과 신용도가 오르내린다. 차주뿐만 아니라 거시 경제의 방향성 탓에 상환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다수다. CSS 고도화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건전성 악화와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추가 전입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저축업권이나 상호금융업권은 이미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늘어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양 업권 모두 건전성 악화로 인한 홍역을 치르고 있어 타 업권 대비 신규 대출 확대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규제 완화 등으로 문제점이 일부 해소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유인책이 부족하다. 대출 성격에 따라 유예나 충당금 전입에 대한 기준 등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이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서민금융 강화와 건전성 개선 방향성에는 공감하나, 이후 발생할 문제에 대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