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롯데카드 매각 작업이 다시 한번 난항에 빠졌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기업가치를 낮춰 재매각에 나섰지만, 실적 악화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겹치며 원매자 확보는커녕 최근에는 금융당국의 중징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선 사모펀드의 금융업 투자 리스크가 현실화된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해 말 UBS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롯데카드 매각을 재추진했다. 앞서 2022년 1차 매각 당시 3조원대 기업가치를 기대했다가 무산된 이후, 올해는 2조원대 중반으로 희망 수준을 낮췄다.
MBK와 함께 지분을 보유한
우리은행(000030)(20%)도 올해 초 공식적으로 동반 매각 의사를 밝히며 경영권 지분 약 79.8%가 통째로 시장에 등장했다. 나머지 20% 지분은
롯데쇼핑(023530)이 보유 중이다.
(사진=롯데카드)
수익성 ‘업계 꼴찌’…원매자들 외면 속 인수금융 부담 늘어
매각 지연은 인수금융 부담으로도 이어졌다. MBK는 2019년 롯데카드를 인수하며 6400조원의 인수금융을 조달했는데, 매각 지연 탓에 지난해 이를 5년 추가 연장했다. 금리는 평균 5~6% 수준으로 총 1조770억원을 조달했다. 기존 인수금융 상환에 사용하고 남은 자금은 투자 회수 용도로 활용했다. 인수금융 만기가 도래하기 전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MBK의 계획이 꼬이면서 롯데카드 지분 장기 보유에 따른 내부수익률(IRR) 저하는 불가피해진 셈이다.
원매자가 붙지 않는 이유로 관련 업계선 실적 악화를 꼽는다. 롯데카드의 2025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60% 이상 급감했으며, 올해 상반기 순이익도 전년 대비 33.8% 감소한 4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업 카드사 8곳 가운데 수익성 8위로, 업계 꼴찌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더 큰 문제는 자산건전성이다. MBK 체제에서 수익성 제고 목적으로 확대된 팩토링·유통계열 채권 등 고수익 고위험 자산이 연체·부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올해 팩토링 채권 약 772억원이 연체되며 부실자산으로 잡혔고, 홈플러스 관련 채권 793억원도 부실로 편입되면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했다. 홈플러스 구매전용 카드를 통한 매출액을 크게 늘린 것이 독이 되어 작용한 것이다.
이에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은 8개 전업 카드사 가운데 가장 낮다. 신한카드·국민카드·
삼성카드(029780)·현대카드·비씨카드 등 5개사는 'AA+'. 우리카드·하나카드는 'AA'로 매겨져 있다.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은 ‘AA-’다.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에 대한 경고등이 잇따라 켜지면서 신용평가사들인 내건 신용등급 하향 변동요인도 일부 충족한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034950)가 설정한 롯데카드의 신용등급 하향 변동 요인은 ▲총자산이익률(ROA) 0.75% 미만 지속 ▲충당금 적립금 180% 미만 지속 ▲자본완충 4배 미만 하락 등이다. 지난 6월 기준 롯데카드의 ROA는 0.4%, 충당금 적립률은 125.5%다. 지난 8월 발생한 롯데카드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최대 6개월 영업정지와 50억원 과징금 부과 시 신용도 하락 가능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롯데카드 ‘강제 매각’ 가능성…대주주 적격성 결과 ‘주목’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MBK에 불건전 영업행위 및 내부통제 의무 위반을 사유로 ‘직무정지’가 포함된 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자본시장법상 위탁운용사(GP) 제재 수위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직무정지 ▲해임요구 순이다.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는 지난 8월 취임한 이찬진 금감원장이 MBK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하면서 내려진 결정으로, 당국이 MBK GP 등록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MBK를 퇴출 선례로 만들자는 주장도 나온다. GP 등록 요건은 ‘최근 3년간 금융관계법령 위반으로 5억원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이 원장은 국감에서 “사모펀드 위탁운용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회사는 퇴출 선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라면서 “MBK가 실증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고,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그런 (위반) 부분이 나오면 당연히 등록 취소가 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제재는 MBK의 롯데카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2년마다 금융사 대주주의 적격성 유지 요건을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MBK가 롯데카드 대주주로서 적격성을 갖추고 있는지 파악해 보라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필요하면 엄격히 조치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문제가 확인되면 금융당국은 MBK의 롯데카드 보유 지분 처분을 명령할 수 있다. 이 경우 공개경쟁 입찰 또는 당국 주도의 구조조정 매각이 단기간 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MBK 입장에선 행정소송 등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끌어 버틸 수 있지만, 결국 저가 매각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매각 기한을 넘긴 상황에서 급한 건 원매자가 아닌 MBK파트너스”라며 “최악의 경우를 고려해 매각가를 2조원 아래로 낮춰 투자회수(엑시트)를 단행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원매자들의 눈높이도 함께 낮아진 상황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대주주 책임을 직접 묻는 강한 기조 속에서 향후 사모펀드의 금융사 인수 과정도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