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스타트업 투자 절반이 AI…'완전 쏠림' 현상
리벨리온·퓨리오사AI 등 소수 기업 싹쓸이
AI 투자 몰려도 중소형 기업에는 '남일'
공개 2025-11-25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1월 21일 15:4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올해 3분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인공지능(AI) 쏠림 현상을 보이며 전체 투자금의 절반 가까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 반도체와 고성능컴퓨팅(HPC) 기술을 보유한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가 굵직한 대규모 투자를 연이어 확보하며 국내 AI 생태계의 성장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다만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국내 시장의 펀딩 규모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트업 성장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올 3분기 총 345개 스타트업이 약 2조5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가운데 157개(45.5%)가 AI 관련 기업이었으며, 이들이 확보한 금액은 약 1조원(43.7%)으로 집계됐다. 투자 건수는 절반, 금액은 40% 이상이 AI로 쏠린 셈이다.
 
사진=(리벨리온 ATOM™-Max(왼쪽), 퓨리오사에이아이 Furiosa RNGD - Gen 2)
 
3분기 투자금 절반이 'AI'…리벨리온·퓨리오사AI 주도
 
3분기 스타트업 투자시장의 중심에는 국내 대표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있었다. 리벨리온은 9월 34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단일 라운드 기준 올해 국내 스타트업 최대 규모의 펀딩을 받았다.
 
이어 11월에는 미국 주요 벤처캐피탈로부터 100억원을 추가 확보하며 글로벌 투자자풀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올해 들어 총 3500억원 이상의 신규 자금을 확보한 셈으로, AI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기술기업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리벨리온과 함께 한국 AI 반도체 양대 축으로 평가받는 퓨리오사AI도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퓨리오사AI는 올해 7월 시리즈C에서 약 17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40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라운드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러닝·추론 칩 수요 확대로 인해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자금이 꾸준히 필요한 만큼 공격적인 자본 조달 전략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AI 칩 시장은 초기 자본집약 산업이라 선제적 투자 확보가 필수”라며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최소 수천억원대의 라운드를 반복적으로 유치해야 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도 AI 집중 현상…소수 기업 '독식' 
 
3분기 투자 데이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AI 분야 자금 집중뿐만 아니라 규모의 양극화다. AI 스타트업 수는 전체 절반 수준이었지만 투자금액은 소수 대형 기업으로 쏠렸다.
 
리벨리온, 퓨리오사AI를 포함해 AI 인프라·AI 모델링·AI 엔지니어링 도구 스타트업으로 자금이 쏠리며 상위 기업이 전체 투자금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반면 초기 단계 AI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AI 빅테크 경쟁이 심화하면서 벤처캐피탈(VC)도 기술·수요가 검증된 기업 위주로 베팅하는 보수적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글로벌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 자본시장 데이터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 VC 투자금의 53%가 AI 스타트업에 쏠렸으며, 미국으로 한정할 경우엔 64%에 달했다. 오픈AI 400억달러, 스케일AI 140억달러, xAI 100억달러 등 검증된 기업 위주의 대규모 펀딩이 이어졌다.
 
올해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7~9월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는 970억달러(약 141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38% 늘어난 가운데 앤스로픽(130억달러), xAI(53억달러), 미스트랄AI(20억달러) 등이 글로벌 투자금을 싹쓸이했다. 미국 대형 스타트업 18곳이 글로벌 벤처투자 금액의 3분의 1을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절반가량이 AI 분야에 집중됐다.
 
시장에서는 올해 3분기 흐름이 단기 현상이 아니라 AI 인프라 공급망 다변화라는 글로벌 구조적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엔비디아가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상황에서 미국·일본·유럽의 클라우드와 빅테크가 대안 공급처를 찾고 있어 한국 AI 반도체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주목받고 있지만, 펀딩 규모는 글로벌 AI 기업들과 비교해 미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엔비디아 중심의 AI 인프라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 대체 공급망을 찾는 글로벌 기업 수요가 커지면서 리벨리온, 퓨리오사AI 같은 토종 AI 칩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면서도 “국내 시장의 펀딩 규모는 글로벌 투자 시장 규모와 비교해봤을 때 수십 배, 수백 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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