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모집액 8861억원…당초 계획보다 26% 축소국내 시설·운영자금 계획서 빠져 대안 마련 시급해외 법인 투자에 전부 소진…재무구조 개선 미지수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에코프로비엠(247540)의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이 확정되면서 모집총액이 당초 계획보다 26% 줄어든 8861억원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특히 전구체 매입과 국내 시설투자에 쓰려던 2850억원 재원이 1차 발행가 기준 계획에서 통째로 빠지면서 원료인 니켈·코발트·리튬 가격이 일제히 급등하는 시점에 원가 부담을 완충할 장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유증 자금은 인도네시아와 헝가리 지분투자에만 전액 배정될 예정으로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 방안은 마련되지 않아 대규모 투자로 이미 저하된 재무구조를 개선할 별도의 자구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사진=에코프로비엠)
국내 시설·운영자금 2850억 전액 삭감…원재료비 부담 '가중'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을 8만 9500원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모집총액도 당초 계획 1조 2000억원보다 3139억원 줄어든 8861억원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확정 발행가액은 1차와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금액으로 정해지는 구조여서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최종 모집총액이 8861억원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최종 발행가액은 오는 10월13일 확정된다.
1차 발행가 기준으로 산정된 8861억원은 인도네시아와 헝가리 법인 지분 투자에 전액 우선 배정되면서 국내 시설자금과 원재료 매입에 조달하려던 자금 계획은 현재로선 빠진 상태다. 다만 회사는 유증 규모와 상관없이 기존 투자 계획 자체는 동일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프=AI 제작·IB토마토)
특히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이는 대목은 양극재 제조 핵심 원재료인 전구체 매입에 사용하려던 1350억원 재원 마련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전구체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일정 비율로 배합해 만드는 양극재의 원료 중간재로 양극재 제조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유증으로 자금을 마련해 올해 4분기부터 내년 4분기까지 분기별로 나눠 집행하며 원재료비 부담을 완충할 수 있었지만, 1차 발행가 기준 재원이 빠지면서 완충 장치 없이 원자재 시장 변동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 전구체 가격을 좌우하는 니켈·코발트·리튬 가격이 최근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을 키운다. 니켈은 인도네시아의 채굴 할당량 감축과 원광 가격 연동제 개편 등의 영향으로 지난 5월 톤당 1만 9295달러까지 오르며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코발트도 콩고민주공화국의 수출 통제 여파로 가격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리튬 가격 역시 올해 상반기 들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하고 있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BNSI) 투자가 진행 중이지만, 가동 목표 시점이 내년 2분기여서 그 전까지는 상승 추세인 원재료 가격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원재료비 상승은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에코프로비엠의 매출원가 대비 원재료비 비중은 지난해 말 89.8%로 전년 80.9% 대비 8.9%포인트 확대됐다. 매출원가의 90% 가까이가 원재료비로 채워지는 구조인 만큼 최근 메탈가 급등이 시차를 두고 원가율에 그대로 반영될 공산이 크다.
국내 차세대 소재 투자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고체전해질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차세대 소재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기존 유증 계획에서는 오창 사업단지 내 고체전해질 등 차세대 소재 생산라인 구축에 300억원, 연구개발(R&D)센터 부지매입에 300억원 등 총 600억원을 배정해뒀지만 1차 발행가 기준 유증 규모가 줄면서 해당 재원은 현재 계획에서 빠진 상태다. 현재 오창 파일럿 플랜트에서 내년 양산을 목표로 연산 40톤(t) 규모의 고체전해질 생산능력을 확보한 상태로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100톤으로 확대할 계획을 추진 중이지만 유증 축소로 투자 자금 공백이 생긴다면 향후 자금 조달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으로 계획했던 부분과 추가 투자 소요가 예상되는 자금은 향후 필요 시점에 자체 조달할 계획"이라며 "최근 전구체 원료인 니켈·코발트·리튬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향후 니켈 제련소를 통해 해당 원료를 조달할 예정으로 비용 부담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총차입금 2.9조인데…투자에만 쏠린 재원 '우려'
이번 유증은 자금 사용 목적이 전부 투자에만 쏠려 있을 뿐 차입금 상환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는 배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1차 발행가 기준 예상 모집총액 8861억원 가운데 니켈 제련소 투자를 위한 인도네시아 BNSI 지분투자에 7650억원, 헝가리 법인 운영자금에 1211억원이 배정됐을 뿐 차입금 상환이나 유동성 확충 같은 재무구조 개선 목적의 자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에코프로비엠은 그동안 전기차 전방산업 수요 둔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니켈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BNSI 투자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헝가리 공장 투자 등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을 지속해왔고 이 과정에서 재무구조는 눈에 띄게 악화됐다.
실제로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올해 상반기 -1610억원으로 전년 동기 -2602억원보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대규모 현금유출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CAPEX가 7327억원에 달하면서 같은 기간 잉여현금흐름(FCF)은 연평균 -4309억원의 적자를 지속해왔다.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며 차입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올해 상반기 총차입금은 2조 8961억원으로 전년 말 2조 4540억원 대비 18.0% 늘었고, 2023년 1조 8253억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58.7% 급증했다. BNSI 투자를 위한 외부 차입이 본격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동성 지표도 저하된 상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차입금(유동성장기차입금 포함)은 1조 7195억원으로 불어난 반면 현금성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은 4865억원에 그쳤다. 현금성자산이 단기성차입금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해 단기 지급능력에도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이 지난 6월 양산에 돌입하며 매출 성장 동력을 더했지만 초기 가동비용과 고정비 부담으로 아직 수익성 기여는 크지 않다. 여기에 고객사 다변화를 위한 생산라인 개조 등 추가 투자까지 예정돼 있어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차입 부담을 낮출 별도의 자구안 마련이 불가피해 보인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