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그깟 중국산'의 역습…전기차 시장도 내줄 셈인가
국내 넘어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선점 나선 중국 전기차
중국 정부 지원에 BYD 성장한 사실 잊지 말아야
공개 2026-07-22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22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을 겨냥한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한때 싸고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했던 중국산 제품은 이제 뛰어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전통 강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 선두에 전기차가 서 있다. 중국산 로봇청소기가 세계 청소기 시장을 잠식할 때만 해도 "그깟 청소기쯤이야"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글로벌 기업들에 중국산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 매장 모습.(사진=뉴시스)
 
국내 시장부터 중국산 전기차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BYD는 지난해 첫 고객 인도를 시작한 지 11개월 만인 올해 3월 이미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 최단 기록이다. BYD는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1만 1675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판매 순위 4위를 기록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우리 정부의 보조금 폐지에도 자체 보조금으로 맞서며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지리그룹 계열 브랜드인 '지커'는 지난달 중형 전기차를 판매하며 국내 시장 진출을 시작했다.
 
국내를 넘어 유럽에서는 중국산 전기차 공세가 더욱 강한 모습이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내수 시장의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시장을 핵심 공략지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알릭스파트너서는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16%에 달한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폭스바겐 등 유럽 현지 완성차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감축 가능성을 예고한 상황이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유럽연합의 고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해 유럽 현지에 직접 생산 공장을 짓는 전략까지 진행하고 있다. BYD는 헝가리에 첫 생산 공장을 세우고 가동을 준비 중이고, 체리는 스페인과 영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다른 중국 완성차 업체들도 기존 유럽 공장을 활용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유럽 현지화 전략은 중국 전기차가 유럽 시장에서 더욱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내 완성차 업체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 확산은 물론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 확산은 우리 완성차 업체에게 위협적인 상황이다. 유럽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핵심 모델을 수출하는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향후 유럽 현지에서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더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품질은 한국산 전기차가 우수하지만, 가격 경쟁력은 도저히 중국산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격 경쟁력의 중심에는 배터리가 자리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에서 완성차 업체로 성장한 BYD는 이미 자체 배터리인 블레이드 배터리가 안정성과 수명에서 국내 3사 배터리와 비교해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BYD 등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국내 3사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가격이 30% 이상 싸다. 배터리 가격은 전체 전기차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국산 전기차가 중국산 전기차를 제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완성차 업체가 가격으로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면 무엇보다 고부가가치 기술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프리미엄 차량,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차세대 배터리 기술 등 기술 중심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전기차도 이제 중저가 시대를 넘어 고급화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시장을 누가 먼저 선점하는지에 따라 업체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중국 업체를 넘어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다.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 국내 시장 보조금 삭감 등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마찰만 불러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먼저 업계에서는 세제 혜택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대상에 전기차 포함을 요청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양성과 핵심 원자재 확보, 해외 생산거점에 대한 금융 지원 등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BYD의 성장은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 지원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보조금 몇 푼을 줄이는 방어책만으로 중국의 질주를 막을 수는 없다.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도록 산업 기반부터 다지는 것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최용민 산업1부장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