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민지 기자]
삼성SDI(006400)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앞두고 차세대 배터리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업황 둔화로 실적과 재무 여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보수적인 시각도 있다. 이미 불어난 연구개발(R&D) 비용과 자본적지출(CAPEX)이 수익성과 재무구조 모두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는 생산 비용이 높아 마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당장은 차세대 배터리의 수익 구조부터 다지는 일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결국 투자를 계속 확대하기 앞서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 지속…수익성 압박에 차입부담 '이중고'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 경쟁력 확보를 위해 25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전략을 발표했다. 전고체, ESS용 리튬·인산·철(LFP), 나트륨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검증과 연구개발(R&D), 양산까지 아우르는 계획으로 이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 글로벌 양산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한편, 일각에서는 대규모 투자에 앞서 수익성과 재무건전성부터 다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R&D 비용 증가가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이 현금흐름을 갉아먹으며 차입 규모까지 키우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R&D 비용은 435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2.2%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3570억원)보다 21.9% 늘어난 수치다. R&D 비용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며 2022년 1조 764억원에서 지난해 1조 4209억원으로 3년 만에 32% 뛰었고,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비중도 5.4%에서 10.7%로 5.2%포인트 상승했다. 전기차 전방산업 둔화 여파로 고정비 부담이 확대된 상황에서 R&D 비용 부담까지 겹치면 수익성 하방 압력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CAPEX 역시 현금흐름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올해 1분기 CAPEX는 6003억원으로 전년 동기(9035억원) 대비 33.6% 줄었음에도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515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막대한 CAPEX가 이어진 여파로 FCF는 2023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1조 9572억원→-6조 4952억원→-2조 3367억원→-5151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자체 자금 조달 여력이 떨어지면서 차입 부담도 함께 불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총부채는 19조 5964억원으로 전년 말(18조 6852억원)보다 4.9%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5조 9142억원으로 전년 말(5조 3906억원) 대비 9.7% 급증했다. 여기에 현금성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도 전년 말(2조 8억원) 대비 8% 감소한 1조 8397억원을 기록하면서 단기 유동성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고체 수익성 기여 물음표…가격 경쟁력 확보 '관건'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 양산을 앞둔 전고체 배터리마저 높은 가격 탓에 수익성 기여도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고체 배터리의 수익 구조는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화재·폭발 위험이 적고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가치는 높지만 그만큼 가격도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가격은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수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4~5배 정도 비쌀 것"이라며 "이 때문에 최근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 상황이 다소 불투명해졌다"라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시장에서 추산하는 전고체 배터리 가격은 단순 계산에 불과하며 각종 비용을 실제로 반영하면 4~5배라는 추정치보다 훨씬 비쌀 것"이라며 "전고체 배터리 개발 기술은 상당한 고난도 기술로 아직 어떠한 실체도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양산을 논하기에 앞서 기술력부터 증명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중국 배터리 제조 기업 CATL도 상용화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개발과 양산에 속도를 내기보다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가격 경쟁력을 먼저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삼성SDI 역시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고부가가치 배터리 다각화를 위해 이미 대규모 R&D 비용과 CAPEX를 투입한 상태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조달한 1조 6549억원 중 3541억원도 전고체 배터리 투자에 쓰일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입증되지 않으면 향후 투자확대 계획은 시기상조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전고체 배터리는 양산 초기에는 높은 가격대가 형성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향후 생산량이 늘고 적용되는 애플리케이션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