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 덮친 DB생명…악화된 RBC도 부담
대손비용률 0.69%…충당금·준비금 환입도 전무
RBC비율 제고 위해 가용자본 확대 필요성 커져
공개 2022-04-05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3일 12: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DB생명보험이 금융당국 리스크에 험난한 경영 환경에 직면했다. 금융당국이 '회색코뿔소'(gray rhino·예상 가능하지만 간과하는 위험)를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를 압박하고 있는 까닭이다. DB생명은 대손비용률이 낮은 수준인데다 지급여력(RBC)비율 또한 업계 최하위 수준으로 건전성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DB손해보험)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DB생명의 대손비용률은 별도 기준 0.69%로 집계됐다. 동기간 흥국생명이 1.02%, 교보생명이 0.94%, 신한라이프가 0.97%, KDB생명이 0.87%를 시현한 것을 고려하면 대응능력이 다소 미흡한 셈이다. 대손비용률은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합산한 대손비용을 대출채권(기타수취채권·대손충당금 제외)으로 나눈 값이다.
 
보험업계는 보험업감독규정에 근거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의한 대손충당금이 감독목적상 요구되는 충당금 적립액 합계에 미달하는 만큼 대손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요구받는다. 감독목적상 요구되는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기업, 가계,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의 각 분류별 대손율을 적용해 산출한다.
 
여기에 작년 결산 실적을 발표한 생보사들의 대손비용률은 1%대를 기록 중이다. 삼성생명(032830)은 1.07%, 한화생명(088350)은 1.02%, NH농협생명은 1.07%, 미래에셋생명(085620)은 1.41%를 가리켰다. 이들 생보사의 작년 3분기 대손비용률은 각각 1.07%, 1.03%, 1.08%, 1.37%로 도출됐다. 즉 DB생명은 생보업계에서 대손비용 처리에 가장 소극적이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대손충당금 적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4일 열린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서 “지난해부터 우려됐던 퍼펙트 스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내년에는 보험 계약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둔 만큼 선제적 자본확충과 함께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에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퍼펙트 스톰은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제가 위기에 빠지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DB생명의 경우 대손충당금·준비금 가릴 것 없이 전입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3분기 대손충당금은 11억원을 추가로 쌓았으며 48억원을 재차 대손준비금으로 분류했다. 환입이 발생하면 전입이 필요할 때 다시 활용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는 뜻이다. 교보·농협생명은 대손충당금에서 한화생명은 대손준비금에서 환입이 발생했다.
 
생보사들은 현금·예치금, 매도가능금융자산, 만기보유금융자산, 대출채권, 기타수취채권, 보험미수금, 위험회피목적파생상품자산, 대출약정 등의 신용위험 노출 정도를 파악하고 있는데 대출채권을 가장 큰 위험으로 판단한다. DB생명 역시 대출채권 4조2359억원 가운데 4조2324억원을 최대노출값으로 평가했으며 만기보유금융자산 최대노출값은 2조286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가뜩이나 DB생명은 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 3분기 DB생명의 RBC비율은 155.3%로 전분기 161.5% 대비 6.2%p 떨어졌다. 작년 3분기 삼성생명이 311.3%, 한화생명이 193.5%, 교보생명이 283.6%, 농협생명이 222.7%를 시현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대표하는 지표로 가용자본(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을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으로 나눠 계상한다. 가용자본은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을 합산한 후 차감항목과 자회사의 부족한 자본을 뺀 값이며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은 보완자본에 해당한다. 금융당국은 RBC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100%를 밑돌면 자기자본 증액과 신규업무를 제한한다.
 
특히 RBC비율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내년부터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 부채 평가 기준이 기존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변경돼서다. 이로 인해 RBC비율 하락을 우려한 보험사는 부채 확대 단초가 될 수 있는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작년 3분기 DB생명의 저축성보험 비중은 7.5%(1005억원), 보장성보험 비중은 75.6%(1조61억원)로 나타났다.
 
DB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업대출과 비교해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높은 개인신용대출을 거의 취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손비용률이 낮게 나타난 것”이라며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강화되면 추가로 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IFRS17이 도입되면서 RBC비율 관리를 오랫동안 해왔다”라며 “저축성보험 대신 보장성보험 비중을 확대해왔기 때문에 향후 상승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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