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주년 기획: 2021년, 왜 ESG인가)①선택 아니라 필수 된 ESG…변해야 사는 기업들
원활한 자금조달 위해선 ESG 필수
탄소배출 많은 사업 급격한 쇠퇴 전망
공개 2021-07-16 09:10:00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4일 18:3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기업에게 ‘이윤추구’만을 바라지 않는다. 친환경, 불평등 완화, 투명한 의사결정 등 사회적 가치를 요구하며 ‘ESG’가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도 ESG 대응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ESG투자를 확대하면서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비용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대출 등 금융거래와 정부사업 입찰, 인수·합병(M&A)에도 중요한 고려 요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 위원회 설립,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등 ESG 경영이 강화되고 있다. ESG는 이제 기업 경영의 부대조건이 아닌 본류로 부상하며, 2021년은 ESG가 경영의 핵심이 되기 시작하는 원년이 되고 있다. <IB토마토>는 창간 2주년을 맞아 기업이 왜 ESG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과 향후 전망을 담은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산업군에 따른 ESG 경영 현황과 과제 등을 6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편집자 주)
 
지난달 23일 IB토마토가 'ESG'를 주제로 개최한 '2021 경영전략 컨퍼런스'. 출처/IB토마토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ESG가 기업 경영의 필수가 됐다. 중요한 기업평가 요소가 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자금조달 등 원활한 사업진행을 위해서 앞다퉈 ESG 경영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산업구조의 변화가 가속화되는 과정에서 ESG까지 중시되는 상황은 산업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첫 머리글자(영문)를 딴 ‘ESG’는 1987년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가 공동으로 채택한 ‘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 처음 도입된 개념이며 2006년 ‘유엔책임투자원칙(PRI)’을 통해 도입됐다.
 
과거 기업들은 ESG를 윤리적인 요소로서 사회공헌 차원의 활동으로 생각했다. ESG의 실행을 위해서는 기존 대비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만 이것이 실질적인 재무성과로 이어진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ESG 평가가 회사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이제는 하면 좋은 과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조건이 되며 ESG를 바라보는 기업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
 
'ESG' 따라 돈이 움직인다
 
ESG는 원래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재무적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자금조달과 관련 ESG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투자자들은 ESG를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한 곳인 미국 블랙록은 작년 초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을 투자 결정의 핵심 지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석 연료 관련 매출이 전체의 25%를 넘는 기업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도 ESG 통합전력을 주식과 채권에 적용해 내년에는 ESG 투자자산이 전체 자산의 50% 이상 될 수 있도록 ESG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주식, 채권, 위탁 운용사 선정과 평가에도 ESG 요소를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ESG 채권 시장 역시 크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사회적 채권 위주로 일부 공기업과 정책 금융기관에만 한정됐던 발행사가 민간 금융사를 비롯한 일반 기업으로 크게 확장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13일까지 신규 상장된 ESG 채권 금액은 52조8734억원으로 7개월도 되지 않아 지난해 신규상장 금액(58조8842억원)의 89.8%를 충족했다.
 
자금조달 분야에서 ESG가 중요한 평가 요인으로 자리 잡자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 경영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SK(034730)그룹이 꼽히며 삼성, LG(003550), 현대차(005380), 포스코(005490), 신세계(004170), CJ, GS(078930) 등 주요 대기업들도 계열사에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ESG가 자금조달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ESG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ESG 경영 전략이 재무적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조사 결과, 지속 가능성 제품 등으로 사업을 재구성하거나 ESG 투자를 하는 등 ESG경영전략을 시행하는 기업들은 10~20% 높은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를 추구하면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등의 고성장 기회를 얻을 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가 높아지면서 생산성 증가, 인재 유입 등의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5~10% 비용 절감도 달성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분위기는 소비자와 접점이 큰 업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실제 음료업계에서는 친환경 바람이 불며 패트병 재활용에 용이한 무라벨 제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고 롯데칠성음료(롯데칠성(005300))가 ‘아이시스’를 선보인 이후 농심(004370), 제주삼다수,동원F&B(049770) 등도 라벨 없는 생수 제품을 내놓았다. 또한 코카콜라가 탄산수 ‘씨그램’의 무라벨 제품을 출시하면서 무라벨의 영역은 확장되고 있다.
 
매일유업(267980)도 자사 제품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빨대를 제거한 상품을 선제적으로 내놓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소재사업에서 실질적인 영업성과를 내고 있는 LG화학(051910) 역시 대표적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LG화학의 매출은 9조6500억원, 영업이익은 1조40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4%, 584% 증가했는데 LG에너지솔루션이 매출 4조2541억원, 영업이익 3412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거둔 것이 큰 힘이 됐다. 
 
산업구조 재편 더욱 가속될 것
 
ESG의 강화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발생한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산업군은 에너지이다. 탄소배출이 환경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만큼 석탄·석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발전 산업은 급격한 쇠퇴가 예상된다.
 
실제 민간 석탄발전사인 삼척블루파워는 강원도 삼척에 발전기를 짓기 위해 지난달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수요예측에 기관투자자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전액 미매각 됐다. 삼척블루파워의 신용등급은 AA-로 매우 우수하며 2024년 준공까지 약 8000억원가량의 회사채를 더 발행해 공사대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ESG 역행’ 논란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6일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발행계획 규탄을 위한 긴급기자회견' 진행 중인 '석탄을 넘어서' 회원들 모습. 출처/뉴시스
 
석탄화력 사업을 하고 있는 두산중공업(034020)과 석탄광산 사업 중인 LX인터내셔널(001120)(전 LG상사) 등이 신재생에너지 사업 강화를 통해 석탄 사업 비중을 낮추며 ESG 대응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조선업의 경우 ESG가 호재가 됐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LNG선 수요가 크게 늘면서 LNG선 생산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조선해양(009540),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국내 조선사가 관련 수주를 싹쓸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세계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량 1189CGT 가운데 61%인 723만 CGT를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했으며 대형 LNG 운반선의 경우 세계 발주량 100%를 모두 국내에서 따냈다.
 
코로나19 이후 확산되는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ESG로 인해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산업의 무게추가 옮겨 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이와 관련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IB토마토>에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 구조가 개편되는 흐름이 ESG 강화로 인해 급격하게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다만 화석발전 등 사업이 약화되는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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