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환헤지 '베팅' 적중…64억 벌었다
특정 시점 환율 고정 '통화선도' 거래로 환율 '방어'
수출비율 80% 이상에 환전 시 매도 포지션 이익
고환율 장기 시 통화선도 무용지물…장기 전략 필요
공개 2025-12-1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7일 17:1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보현 기자] 삼양식품(003230)이 환율변동을 방어하기 위한 ‘베팅’에 성공했다. 지난해부터 환헤지 전략으로 맺어온 통화선도 계약이 환율 변동과 유리하게 맞물리며 방어는 물론 64억원의 이익까지 낸 것이다. 다만 현재 국내 외환시장은 한미 기준금리 차이 등으로 고환율 기조를 띠고 있고 고착화될 가능성도 있어,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삼양식품 홈페이지)
 
매수·매도 포지션 옮겨가며 64억원 이익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해부터 환헤지(환율 위험 회피) 전략의 일환으로 통화선도 계약을 맺었다. 통화선도는 환율 변동을 미리 고정해 손실을 방어하는 대표적인 환헤지 수단으로, 미래의 특정 시점에 정해진 환율로 외화를 사고팔기로 미리 약속하는 계약이다.
 
회사는 올해 3분기 통화선도 거래로 총 64억원의 이익을 냈다. 방어 목적으로 체결한 계약에서 이익까지 낸 것이다. 이러한 성과에는 삼양식품의 매출 구조가 작용한다. 삼양식품은 수출 비중이 80% 이상이라, 매출의 상당 부분을 달러 등 외화로 벌어들이고 있다.
 
이에 회사는 유입된 외화를 원화로 환전해야 한다. 외화를 팔아야 하는 달러 매도 포지션이 되는 것이다. 이때 통화선도 계약이 작용한다. 회사는 향후 외화를 환전할 시점에 대비해 미리 정해진 환율로 달러를 팔기로 계약을 맺는다. 이후 실제 환율 흐름이 계약 조건에 유리하게 작용하면 이익으로 이어지게 된다. 예로 회사가 달러를 1500원에 팔겠다고 계약하면, 환전 시점 환율이 이보다 낮아도 1500원에 팔 수 있는 셈이다.
 
삼양식품은 수입원료 매입 시 달러보다 원화를 더 많이 사용하는데, 이때도 통화선도 계약이 유리하게 작용된다. 원화를 쓸 때 회사는 ‘매수 포지션’에 서게 되고, 원료 수입 대금 결제를 위해 외화가 낮은 시점에 환율을 고정해 환율이 오를 경우 비용을 절감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삼양식품의 환헤지 전략이 성공할 수 있던 배경에는 삼양식품의 외화 매출이 수입원료 매입 비중보다 크기 때문에 매도 포지션이 더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환헤지 전략은 일종의 보험이기 때문에 이득을 본다는 개념보다는 고정을 해서 보험을 들어놓는 것”이라며 “특히 매도와 매수 포지션에 따라 양방향으로 손해 여부가 열려있기 때문에 일종의 베팅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 (삼양식품은) 달리를 파는 포지션을 좀 더 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고환율 장기화되면 통화선도 역부족…장기 대안 필요
 
현재 국내 외환시장은 고환율 기조를 띠고 있어 삼양식품 매출은 더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대비 올해 3분기 회사 매출액 중 가장 비중이 높은 면스낵 부문 수출액은 9406억원에서 1조3300억원으로 늘었다. 아울러 환율 변동성도 큰 상황이라 이 같은 환율 베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다만 문제는 최근 한미 기준금리 차이 등으로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 수입원료 매입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식품업계는 통상 수입 원재료를 3~6개월 정도 비축하는데, 변동 없이 고환율이 지속되면 일정 시점에 환율을 고정하는 통화선도 계약이 무용해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개별 기업에서 중장기적 환율을 정확히 전망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이와 관련 삼양식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삼양식품은 수출 비중이 높아 이 같은(고환율로 인한 수입원료 매입 리스크) 부담이 일부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 통화선도 계약도 당사가 벌어들이는 모든 외화가 아닌 일부에 대해서만 체결해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환율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의 양적완화(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가 한계일 때,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 등으로 통화 유동성을 높이는 정책) 기조가 지속된다면 원화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해외사업의 장기적 경영 방향성에 대해서는 “해외판매법인을 앞세워 주요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국내외 생산기지 구축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판매망 확장 등 매출 확대와 현지 시장 내 입지 강화에 힘을 쏟겠다. 또한 지난 6월 밀양2공장 준공으로 생산능력이 대폭 확대돼 빠르게 증가하는 해외 물량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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