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톺아보기
건설업 침체 속 단비…'수주 공시' 제대로 읽는 법
코오롱글로벌 955억원 규모 수주 공시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의 5% 이상 의무
예비·조건부 계약일 경우 향후 달라질 수도
공개 2025-12-09 15:20:43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9일 15:2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보현 기자] 주택·토목 건설기업인 코오롱글로벌(003070)이 995억원 규모의 수주를 따냈다고 공시했다. 수주 공시는 기업이 유의미한 규모의 사업을 확보했다는 신호다. 공사 수주 공시는 계약금액이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의 5% 이상일 때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건설 경기가 장기간 부진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단비’와 같은 수주 공시를 해석하는 법에 관심이 모아진다.
 
코오롱글로벌 과천사옥 (사진=코오롱글로벌)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은 995억원 규모의 성남금토 공공주택지구 자족3BL 업무시설 신축공사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2조9120억원) 대비 3.42%에 해당하는 규모다.
 
계약 상대는 켐트로닉스이며, 공사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일원에서 진행된다. 계약금 및 선급금은 없다. 계약 기간은 실착공일로부터 32개월이다. 다만 계약금액 및 공사기간, 착공일 등은 공사진행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최근 코오롱글로벌은 장기간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무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올해 3분기에는 370%에 달하는 높은 부채비율, 지난해 동기에 이어 여전한 순손실(443억원)을 기록했다.
 
공사 수주 공시는 회사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3분기 코오롱글로벌의 수주 실적 중 주력사업인 건설계약매출은 연결 기준 1조6838억원이다. 여기에 이번 성남금토 공공주택지구 업무시설 신축공사 수주가 더해지면 매출액 증대로 재무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수주 공시는 곧바로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지만, 향후 매출의 근거가 되는 실질적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의미가 크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건설사들이 ‘수주 절벽’에 직면하면서, 확정 계약 수주 공시의 가치는 더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 수주 공시가 실제 성적과 얼마나 연결될 수 있는가를 따져보려는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지금처럼 건설업황이 부진할 경우 대규모 수주 공시가 발표되면 실적 개선 기대감에 주가가 반응하기도 한다. 실제 이날 코오롱글로벌의 주가는 장중 오후 2시 기준 전일보다 0.63%오른 9660원을 기록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만 모든 수주 공시가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변동성이 큰 예비·조건부 계약일 경우 향후 실적에 반영되는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매출 대비 비중 역시 살펴봐야 하며, 국내 또는 해외 자회사 기준인지, 개별·연결 기준인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수주 공시를 읽을 때는 매출 대비 비중, 계약 기간과 공사 현실성, 계약 구조와 리스크 등을 살펴야 한다. 계약금액이 최근 매출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에 따라 수주의 실질적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아울러 공사기간이 너무 길거나 짧을 경우 매출 인식 시점과 실제 일정 간 괴리가 발생한다. 해지 가능성, 발주처의 신뢰도 등 리스크 점검도 필수다.
 
공사 수주 공시는 회사의 실질적 사업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지만, 공시 한 건만으로 기업 가치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해당 수주가 기업의 장기 전략과 맞는지, 수주 누적 추이와 수익성이 어떤지까지 함께 살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한편, 코오롱글로벌은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가치가 높은 서초 스포렉스 부지 등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매각해 4301억원의 현금을 확보했고, 최근 코오롱엘에스아이·엠오디를 합병했다. 지난 4일에는 848억원 규모(전년도 매출액 대비 3.26%)의 국회대로 지하차도 및 상부공원화 건설공사 1공구 수주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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