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원스토어 등 가치 하락에 파생금융부채 확대지분 정리로 72% 해소…하이닉스 배당이 핵심 동력주주환원 강화…NAV 할인율 3년내 30% 이하 목표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SK스퀘어(402340)가 11번가와 원스토어 지분을 정리하며 그동안 손익 장부의 발목을 잡았던 파생금융부채의 상당 부분을 해소했다. 지난해 11번가 기업가치 하락으로 파생부채가 급증하고 FI 상환 부담까지 겹치며 손상차손을 인식했지만, 올해 들어 지분 정리가 본격화되면서 재무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 향후
SK하이닉스(000660) 실적 개선에 따른 배당 수익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향후 순자산가치(NAV) 할인율 축소와 주주환원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SK스퀘어)
15일 재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올 3분기 주주간 계약에 따른 파생금융상품 6236억원 가운데 4507억원을 11번가와 원스토어 지분 정리를 통해 해소했다. 전체 중 72.27%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만 해도 11번가 가치 하락으로 파생금융부채의 공정가치가 크게 증가하며 부담이 급증했다. 파생부채는 전년 대비 약 2500억원 증가한 289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SK스퀘어는 11번가 장부가액 2154억원을 손상 인식해 기존 1조494억원에서 8340억원으로 줄이기도 했다.
FI 상환 부담 역시 구조적으로 파생부채 증가를 유발했다. SK스퀘어는 2018년 H&Q코리아파트너스로부터 5000억원을 유치하며 연 6% 배당률과 내부수익률(IRR) 3.5% 조건을 약정한 바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IPO가 무산되면서 약정 이행 기간이 장기화됐고, 기업가치 하락분만큼 미래 지급 의무의 현재가치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장부상 파생부채가 계속 증가한 상황이다.
결국 SK스퀘어는 국민연금 등 주요 FI와의 갈등을 정리하기 위해 SK플래닛에 11번가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SK플래닛 내부 매각으로 FI 원금 상환이 이뤄지면서 재무 부담도 완화된 셈이다.
SK스퀘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SK플래닛 OCB(Online Commerce Business) 플랫폼 경쟁력 강화 목적”이라며 “워터폴 구조에 따라 매매대금 채권은 나일홀딩스로 이전 돼 FI 상환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원스토어 관련 파생부채도 상당 부분 제거됐다. SK스퀘어는 FI와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상대방(SPC)이 FI 보유 지분 17.0%를 약 1500억원에 인수하고 향후 지분가치 변동분을 SK스퀘어와 정산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950억원의 파생부채가 소멸됐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연말 SK하이닉스 중간배당금 537억원이 유입되고 11번가와 원스토어 파생부채가 소멸되면서 재무 부담이 완화된 상황”이라며 “다만 원스토어 PRS 계약에 따른 향후 정산 부담과 티맵모빌리티 관련 파생부채 1285억원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티맵모빌리티는 현재 현금 보유 여력이나 FI 일정 등에 여유로운 상황"이라며 "IPO 일정 조율도 가능할 것으로 여겨져 관련 파생부채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현금 활용한 주주환원 강화…NAV 할인율 30% 이하 축소
재무안정성을 확보한 SK스퀘어의 다음 과제는 보유 현금 기반의 주주가치 제고다. NAV 대비 시가총액 할인율을 3년 내 30% 이하로 낮추는 것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상태다. SK스퀘어의 NAV 할인율은 2022년 74.3%, 2023년 74.0%, 지난해 65.7%, 올 1분기에는 62.8%까지 하락한 이후 지난 3분기 말에는 52%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50% 이하 목표를 제시했으나 올해 이미 그 수준을 달성하면서 회사가 목표치를 한 단계 더 낮추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지주사의 NAV 할인율은 보유 자산가치 대비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가치의 격차를 의미한다. 할인율이 높을수록 시장은 지주사가 보유한 자회사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고, 반대로 할인율이 낮아지면 기업가치 재평가 여지가 커지면서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의 실질적 효과도 더욱 강화되는 식이다.
결국 SK스퀘어가 할인율 축소를 핵심 과제로 삼는 이유는 자회사 가치와 투자 회수 성과가 실제 기업가치로 연결되지 못할 경우 주가 반영 효과가 제한돼 주주가치 제고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경상 배당수입의 30% 이상과 투자 회수금 일부를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SK하이닉스의 배당 확대가 주주환원 강화의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753억원, 올 3분기 누적 3001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HBM 시장 선점과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내년에도 호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배당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SK스퀘어가 배당 수익과 비핵심 투자사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활용해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AI 투자 △전략적 인수·합병(M&A) 및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실적 초강세에 따라 SK스퀘어 NAV 할인율은 올해 52%~58%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최근 2년 평균 64%였던 점을 고려하면 할인율 축소 속도는 빠른 편이며, 안정적 배당과 주주환원 정책이 유지될 경우 적용 할인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SK스퀘어는 투자형 지주회사에서 벗어나 주요 비핵심 자산을 성공적으로 유동화하며 포트폴리오 재편에 성과를 내고 있다”며 “향후 SK하이닉스 배당을 기반으로 보유 현금을 활용한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