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미국 법인 출자…출자 지원에 외부자금 의존 커져그룹 차원 필리 지원 확대 전망…최대주주로 출자 부담방산 수주 11조원…현금전환 시점 앞당겨야 하는 과제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화시스템(272210)이 한화그룹의 대미 투자 전략에서 주요 자금 출자자로 부각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한화시스템 산하의 미국 법인은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한화시스템이 상위 출자자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출자로 인해 부족해진 자금 수요를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대미 투자에서 안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향후 자체 현금 창출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 구미 신축공장(사진=한화시스템)
그룹 대미 투자 주요 출자자로 두각…자금 지출 커져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의 미국 내 자회사는 이번 달 말까지 대미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한화시스템은 지배회사로서 오는 31일 출자에 참여한다. HS USA 홀딩스는 한화 필리조선소 유상증자에 1472억원을 출자한다. HS USA는 필리조선소 인수 목적으로 설립된 한화시스템 산하 자회사다.
아울러 별도 미국 법인인 한화시스템 USA가 한화 디펜스&에너지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4279억원을 출자한다. 이 자금은 한화퓨처프루프 지분 매입에 사용된다. 한화시스템이 간접적으로 퓨처프루프 주주가 되는 것이다.
또한 퓨처프루프의 신용 지원에 한화시스템이 참여한다. 퓨처프루프가 채무를 불이행하면, 한화솔루션이 산업은행에 채무 의무를 이행하고 추후 솔루션이 시스템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구조다. 한화시스템에게 할당된 구상권 규모는 1104억원이다. 한화시스템이 한화그룹의 미국 내 자회사 투자에 상위 출자자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의 대미 투자 흐름을 살펴보면 한화시스템 등 방산 계열사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방산 특수를 맞아 수주 잔고를 차곡히 쌓고 있어 긍정적인 미래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미 투자의 또 다른 한 축인
한화솔루션(009830)은 이번 3분기 부채비율(올해 3분기 189%) 상승 등으로 인해 대규모 대미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빠듯한 모습이다.
다만, 투자 규모가 큰 까닭에 한화시스템은 외부 자금의 도움을 받는 중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된 회사의 단기차입금 순증가액은 2000억원이며, 올해 들어 장기 차입금도 1100억원이 늘었다. 연내 운전자금 부담으로 지출이 커지는 가운데 대미 투자 출자자 역할까지 맡게 되면서다. 현금흐름표상 올해 3분기 종속기업 등에 대한 출자 등에 투입된 금액은 2932억원에 달했다. 이와 별개로 이번 3분기 자체 설비 투자(유형자산 취득액 1900억원)도 이뤄졌다.
대거 쌓아둔 수주가 아직까지 현금으로 전환되지 않고 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산업체는 일부 선수금에 자기 자금을 더해서 제품 개발 및 생산에 들어간다. 초기에 자금 유출이 크지만, 인도가 시작되면 현금이 들어온다. 2023년부터 수주한 프로젝트의 경우 공정률이 대부분 10% 이하라 자금 유입보다 지출이 많은 상황이다. 올해 3분기 프로젝트 초기인 탓에 운전자금 4075억원이 나가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871억원 유출을 기록했다.
이번 4분기 단기 외부 자금 조달 규모도 더 늘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기업어음(CP) 등으로 총 1000억원을 확보했지만, 올해 3분기까지 CP 조달금액은 3300억원에 달했고, 지난 3일에는 6개월 만기로 CP 1000억원을 추가 조달했다. 3분기 자체 현금 창출력으로 자금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향후 그룹 차원의 대미 투자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필리조선소를 향한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한화시스템의 출자자 역할도 확대될 전망이다. 대미 투자의 핵심인 필리조선소 설비 확장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낼 것으로 보이며, 필리조선소 자본잠식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11조원 돌파한 수주 계약…매출 전환 속도 빨라질까
향후 그룹의 대미투자가 구현되려면 방산 계열사들의 자금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그룹의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해 부채 등 적극적 레버리지 전략 등이 구사됐다. 다만, 채권 금리 상승에 대한 경계심 등이 커지면서 향후 자체 현금 창출력에 기반한 투자 재원 마련 방안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방산 그룹의 적극적인 해외 수주 활동이 이어지려면 부채비율 등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에 방산 그룹의 현금 축적, 부채 증가 속도 조절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4분기에 거래 정산 등이 이뤄지면 한화시스템의 현금흐름은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기 차입 등에 투입되는 현금흐름의 양도 늘어난 점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점은 한화시스템의 재무건전성이 안정적인 상태라는 점이다. 올해 3분기 차입금 등이 대거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한화시스템의 부채비율은 96.7%에 불과하다. 모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3분기 부채비율 181.5%)보다 레버리지 위험도 측면에서는 한화시스템이 앞선다. 여기에는 향후 매출로 전환되는 계약부채도 끼어 있기 때문에 실제 부채 위험도는 이보다 훨씬 더 낮아진다.
한화시스템의 현금흐름 개선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구미 방산 공장 준공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동 수주 등에 대응해 구축된 설비인만큼 수주건을 소화하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생산성이 30%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지속적인 대미 투자 자금 수요를 뒷받침해 줄 수 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수주가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전환되는 속도도 빨라진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회사의 수주 잔고는 11조175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매출(연결기준 2조8037억원)에 대입하면 4년치 일감이 남아 있다. 게다가 4분기 들어 현대로템의 폴란드 수출 전차에 탑재되는 조준경 수주(2031억원), 블랙호크 헬기(UH-60) 성능 개량 사업용 무전기 등(1727억원) 등 굵직한 신규 수주가 발생했다.
한화시스템 측은 <IB토마토>에 "진행 중인 투자는 현재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한도 내에서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